[기자수첩] 멸종 위기 '개천 용'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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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멸종 위기 '개천 용'이 그립다
  • 이보배 기자
  • 승인 2021.03.20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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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성공하기 위해 뒷받침 돼야 할 조건으로 '부모님의 재력'이 1위로 꼽힌 가운데 멸종 위기 '개천 용'이 그리워진다. 사진=시사주간DB
대한민국에서 성공하기 위해 뒷받침 돼야 할 조건으로 '부모님의 재력'이 1위로 꼽힌 가운데 멸종 위기 '개천 용'이 그리워진다. 사진=시사주간DB

[시사주간=이보배 기자] 대한민국에서 성공하기 위해 뒷받침 돼야 할 조건으로 '부모님의 재력'이 1위에 꼽혔다. 최근 잡코리아가 알바몬과 함께 2040세대 성인남녀 3882명을 대상으로 '성공의 조건'을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조사됐다. 

또 2040세대 5명 중 2명은 부모세대에 비해 자신의 성공을 더 비관적으로 전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42.8%가 '부모님의 세대에 비해 성공의 문이 닫혀 있다'고 답한 것. 

이들은 그 이유로 △과거에 비해 너무 심각한 구직·취업난(47.2%) △너무 높은 물가와 집값 등 멀어진 내 집 마련의 기회(45.8%)를 1, 2위로 꼽았고, △빈부 격차 등 심각해진 계층 갈등(41.3%) △개인의 노력보다 타고난 배경, 부모님의 영향력 증가(41.1%) 등이 40%를 웃도는 응답률을 보였다.

이 같은 설문조사 결과를 접할 때마다 '개천 용'이 그리워진다. 가난한 집에서도 피나는 노력을 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믿었던 그때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큰 힘이 됐다. 

하지만 설문조사 결과처럼 현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는 꿈 같은 이야기가 된 것 같아 씁쓸하다. 이는 최근 교육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가구의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사교육비 지출과 참여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학력 격차 현실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지출이 가장 큰 가구는 월 소득 최고 구간인 '800만원 이상'으로, 이 구간 가구에서는 한 달 평균 학생 1인당 50만4000원을 사교육비로 지출했다. 

반대로 사교육비 지출이 가장 적은 구간인 '200만원 미만' 가구에서는 9만9000원을 사교육비로 지출해 5.1배의 차이를 보였다. 

사교육 참여율 역시 800만원 이상 구간에서 80.1%로 가장 높았고, 소득 최저 구간인 '200만원 미만'에서는 39.9% 학생만 사교육에 참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래 사교육은 공교육에서 뒤처진 아이들의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만들어진 보조 수단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언제부턴가 교육시장에서의 사교육이란 고액 과외, 부유층의 족집게 과외, 학원 등으로 인식되며 공교육을 뛰어넘어 교육의 주가 되는 실정에 이르렀다. 

명문대학을 나와야만 미래가 보장된다는 학벌주의가 지속되는 한 사교육이라는 고질병을 고치기 어렵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이는 사교육의 빈부격차를 낳고 돈이 없으면 좋은 대학에 갈 수 없다는 극단적인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대한민국 일류대학이라고 불리는 이른바 'SKY 대학' 재학생의 70%가 금수저라는 사실도 이를 뒷받침한다. 저소득층으로 분류되는 계층은 재학생의 11.4%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값비싼 사교육의 혜택을 누리는 만큼 상류층 자녀가 일류대에 입학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셈이지만 뒷맛이 쓰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은 단순히 '흙수저'의 성공기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 그 안에는 희망과 대견함이 담겨 있다. 

특히 '흙수저'라는 용어가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이 구전된 것을 보면 "우리나라는 본래부터 가까이에 개천을 끼고 살아왔기 때문에 평범한 내 주변에서 큰 인물이 나올 수 있다는 의미"라는 해석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굳이 개천의 의미에 흙수저를 중첩해 시작도 하기 전부터 "열심히 살면 뭐하나. 부모 잘 만나면 그만인데"라는 생각을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금수저들이 살기 좋은 대한민국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아직은 '개천 용'의 멸종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 대한민국 어디에선가 희망을 품고 노력하고 있을 청춘들을 응원하는 이유다. SW

lbb@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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