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처벌법 통과, '기꺼이 환영받지' 못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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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처벌법 통과, '기꺼이 환영받지' 못한 이유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1.03.25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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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범죄자 징역형 가능, 스토킹 반복 시 '범죄' 인정
여성단체 "스토킹 본질 전혀 이해 못해, '피해자다움' 강요 여전"
장애인 성폭력 등 형량 늘려도 '불기소' 사례 많아진 사례 반복 우려
지난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스토킹 처벌법'이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됐다. 사진=뉴시스
지난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스토킹 처벌법'이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됐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스토킹 범죄를 처벌할 수 있는 '스토킹 처벌법'(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지난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 1999년 첫 발의 후 22년만에 통과가 됐고 그동안 '경범죄'로 분류해 미약한 처벌에 그치던 스토킹에 대해 강한 처벌을 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결과'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피해자 보호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고 스토킹 범죄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법안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번에 제정된 스토킹 처벌법은 스토킹 범죄자를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고 흉기 등 위험한 물건을 이용할 경우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로 형량이 가중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현행법은 스토킹을 경범죄인 '지속적 괴롭힘'으로 분류해 '10만원 이하 벌금이나 구료 또는 과료'로 처벌 규정을 해 피해에 비해 처벌이 상당히 약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 법은 '상대방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 또는 그 가족에 대해 접근하거나 지켜보는 행위', '우편, 정보통신망 등을 이용해 물건, 글, 영상 등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를 해 상대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를 '스토킹'으로 규정하고 이런 행위가 지속되거나 반복될 경우를 '스토킹 범죄'로 간주해 위와 같은 처벌을 하도록 했다.

또 스토킹 행위에 대한 신고 등이 나올 경우 경찰이 100m 이내 접근금지 등의 긴급조치를 한 후 지방법원 판사의 사후승인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내용도 법안에 포함됐다.

스토킹 처벌법은 1999년 처음 국회에 발의된 이후 무려 22년만에 국회를 통과했으며 지난해 12월 정부가 제출한 법률안과 10여개의 국회의원 발의안을 검토해 이번에 제정이 됐다. 여야 의원들이 관련 법안을 발의하며 스토킹 범죄에 대한 강력 처벌과 피해자 보호를 주장했고 이를 통해 스토킹이 '범죄'로 인정받아 엄벌이 가능해졌다는 것에 큰 의미가 부여됐다.

하지만 여성계에서는 "스토킹을 범죄로 규정하고 형사처벌이 가능하게 됐다는 점에는 의의가 있지만 스토킹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법안의 목적과 정의 등에서 아쉬움이 크다"며 "기꺼이 환영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처벌을 강화시킨 것은 인정하지만 스토킹 및 피해자를 협소하게 정의하고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범죄의 특성을 파악하지 못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그 이유다.

법안 통과 직후 한국여성의전화는 24일 성명을 통해 "스토킹처벌법은 정부 및 입법부가 여전히 여성폭력 범죄로서 발생하는 스토킹의 본질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는 엄중한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인권보장을 중심으로 하는 제대로 된 스토킹처벌법을 원한다"고 밝혔다.

여성계가 지적한 가장 큰 문제점은 법률안이 스토킹 '행위'와 스토킹 '범죄를 구분해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을 강제하도록 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법률안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사유 없이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스토킹 '행위'가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행해질 때에 스토킹 '범죄'로 인정받을 수 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발생하는 범죄는 없고, 그 범죄는 어떠한 사유로도 정당화 될 수 없으며, 단 한 번의 행위만으로도 피해자는 공포나 불안을 느낄 수 있을뿐만 아니라 공포와 불안을 느껴야만 피해로 인정하는 것은 피해자다움에 대한 강요"라고 지적했다. 

또 "피해자의 동거인, 가족 역시 스토킹 범죄로 인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은 그동안 수많은 통계와 사례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가해자가 피해자를 위협하기 위해 피해자 자녀의 학교 앞에서 기다리거나, 피해자의 부모를 찾아가는 등 주변인을 스토킹하는 사건도 빈번하게 발생한다"면서 "이번 법률안이 언뜻 동거인, 가족을 피해자의 범주에 포함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들을 스토킹 ‘행위’의 대상으로만 규정할 뿐 실질적인 보호조치는 어디에도 없다. ‘직접적인 피해’를 당한 사람만 스토킹 ‘범죄’의 피해자로 인정하겠다는 인식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여성폭력의 특성상 피해자의 입을 막는 '반의사불벌 조항'의 존속, 피해자가 법원에 직접 신청할 수 있는 피해자보호명령의 부재, 피해자의 일상회복을 위한 지원제도 미비 등이 남아있어 현재 법률안으로는 피해자 보호와 인권 보장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법안의 통과로 처벌은 강화됐지만 '반복된 스토킹'을 입증하기 위해 '피해자다움'을 인정받아야하는 부분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자칫 스토킹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과거 장애인 성폭력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법이 통과됐지만 오히려 피해를 입증하지 못해 불기소되는 사례가 더 늘어나고 아동학대 범죄자의 처벌을 강화하는 '아동학대 무관용 처벌법'도 '형량을 인정할 엄격한 증명책임을 요구하기에 불기소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우려가 나온 점이 이번 스토킹 처벌법에도 똑같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그 이유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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