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농어민 선별지급', 농민들 '탁상행정'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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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 '농어민 선별지급', 농민들 '탁상행정' 반발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1.03.26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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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피해 32만 가구 100만원, 소규모 영세농어가 46만 가구 30만원
기재부 "형평성 맞지 않다"에 '선별' 변경 "농어민 지원 포함에 의의"
농민단체 "빚으로 생산비 메우는 상황, 농촌 현장 전혀 몰라"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22일 국회 앞에서 '재난지원금 전 농민 지급'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뉴시스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22일 국회 앞에서 '재난지원금 전 농민 지급'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4차 긴급 재난지원금 지원을 위한 15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이 지난 25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여행업 등 업종과 농어민 지원에 중점을 둔 추경안의 통과로 빠르면 이번 달부터 재난지원금이 지급될 전망이지만 '농어촌 보편지급'이 기획재정부의 뜻대로 '선별지급'으로 결정되는 등 농업예산 부분에서 문제가 드러나면서 '실망스럽다'는 농민들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추경안은 소상공인 긴급 피해지원 7조3000억원, 고용취약계층 등 긴급 피해지원 1조1000억원, 긴급 고용대책 2조5000억원, 방역 대책 4조2000억원 등으로 구성됐다. 

먼저 매출감소가 심각한 경영위기업종을 세분화해 지원유형 및 지원단가를 확대했다. 여행업 등 매출 60% 이상 감소업종은 300만원, 공연업 등 40% 이상 감소 업종은 250만원을 각각 지원하기로 했다. 

또 저신용 등으로 대출이 곤란한 특별피해업종 소상공인 10만명에게 직접융자 1조원을 신설하고 폐업소상공인에 대한 보증프로그램 신설과 함께 매출감소로 경영애로를 겪는 버스사업자 신보특례보증을 공급하기로 했다. 폐업으로 인한 일시적 상환부담 해소를 위해 지자체가 지역신보 출연시 매칭자금을 지원하는 브릿지보증 5000억원을 신규 공급하고 버스사업자의 경영안정 지원을 위해 신용보증기금을 통해 특례보증 1250억원을 신규 공급한다.

감염취약계층 돌봄인력, 대면근로 필수노동자 등 103만명에게 방역을 위한 마스크 4개월분, 80매를 지원하고 관광수요 감소 등으로 소득이 줄어든 전세버스 기사 3만5000명에게 70만원의 소득안정자금을 지원하며 고위험 코로나 환자 치료 감염병전담병원 원소속 의료인력을 대상으로 감염관리수가(1일 4만원)를 한시 지원하고 건강보험 수가를 신설해 지급액의 50%를 국고로 지원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장애학생 온라인수업 보조를 위한 특별돌봄(월 40시간) 지원을 신설하고 시설 집단감염으로 인해 분리격리된 장애인 대상 긴급돌봄 지원 등도 신설하기로 했다.

농어업 지원에도 2422억원이 증액됐다. 코로나 방역조치 등으로 매출감소 피해를 입은 업종 32만 가구에 100만원 상당의 바우처를 지원하고 소규모 영세농어가 46만 가구에는 영농, 영어부담 경감을 위해 30만원 상당의 한시경영지원 바우처를 지급하기로 했다. 

또 농촌일손 보강을 위해 파견근로 지원을 1000명으로 확대하고 외국인근로자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밀집지역 500개소 전체에 임시숙소를 제공하며 농번기 6개월간 아이돌봄방 64개소를 운영 확대하기로 했다. 코로나 피해작물 재배농가에 긴급경영자금 160억원 지원, 어업분야 정책자금 454억원에 대한 상환유예 및 임업분야 피해지원을 위한 정책자금 300억원 공급도 추경안에 포함됐다.

그러나 농민 재난지원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농민단체 등이 주장한 '전농민 재난지원금'이 이번 추경안에 반영되지 않은 것을 두고 농민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지자체가 재난지원금 지급을 정부에 건의하고 농촌지역 시군의 경우 1인당 10만원씩 자체 지원금을 지원하는 등 농민들의 피해를 살리려는 노력을 보이는 것과 정반대의 행보를 보였다는 것이 그 이유다. 

'전농민 재난지원금'은 여야가 지급 취지에 공감했지만 재원 조달 문제로 합의가 쉽게 이루어지지 못했다. 민주당은 "농어임업 가구에 인당 100만원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추가 국채발행이 불가피하다"고 한 반면 국민의힘은 "지출구조조정을 통해 재원을 마련해야한다"고 맞섰다. 

여기에 기재부가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전농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반대한 것이 농어민 지원이 선별 지원으로 확정되는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8일 국회 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화훼농가, 농촌 관광 일자리 등 피해지원이 필요한 분야에는 정부가 지원을 해왔고 이번 추경안에도 포함되어 있다. 농어민이라고 지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25일 성명에서 "최소한 농가에 대한 직접 지원을 하라는 농민들의 목소리가 반영됐다고 하지만 이번 예산은 대상 기준도 모호하고 현장의 상황이 반영되지 않은 억지춘향식 짜맞춤"이라고 비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소비부진과 자연재해로 농민들이 빚으로 생산비를 메우고 있는 상황임에도 농림식품부는 '구체적 피해사례를 찾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고 "정치권이 동의하면 농민에게도 지원하도록 지시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 나왔음에도 기재부가 여야 합의 예산을 거부한 것은 결국 '정부가 농촌 현장을 모르는 것'이고 이로 인해 농민 지원 관련 추경이 '최악의 결과'로 나왔다는 것이다. 

특히 전농은 지난해 12월 겨울수박과 배추의 가락시장 경매가격이 동일하게 전년대비 35%대로 가격이 폭락했음에도 수박농가는 재난지원금 대상이 되고 배추재배 농가는 대상이 되지 않은 이유를 농림식품부가 밝혀야한다면서 "관료들이 농촌현장의 상황을 보지 않고 책상에 앉아 컴퓨터 자판으로 농정을 진행한 결과"라고 밝혔다. 

여기에 30만원의 바우처를 제공하는 영세농어가 중 '0.5ha 미만 농가'가 포함된 것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들 중에는 최근 LH 농지 투기 사건의 경우처럼 농업을 생계 수단으로 유지하는 이들이 아닌 이가 포함될 수 있어 농업을 생계로 잇는 농민이 아닌 취미농, 혹은 가짜 농민이 지원금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이유다.

그동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던 농어민들에게 지원금이 돌아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반응도 있지만 농어촌이 입은 피해를 제대로 파악했다면 '선별 지원'을 결정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기후위기 등으로 세계적으로 농업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이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진다는 점을 감안해볼 때 농민들의 비판을 정부가 들을 필요가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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