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배의 말하는 사진] '불량인가?' 소주 병뚜껑, '양 갈래'로 바뀐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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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배의 말하는 사진] '불량인가?' 소주 병뚜껑, '양 갈래'로 바뀐 이유  
  • 이보배 기자
  • 승인 2021.03.27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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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체를 있는 모양 그대로 그려냄. 또는 그렇게 그려 낸 형상. '사진'의 사전적 정의 입니다. 휴대폰에 카메라 기능이 생긴 이후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됐는데요. 가끔 피사체 외에 의도치 않은 배경이나 사물이 찍힌 경험 있지 않으신가요? 그런 의미에서 사진은 의도한 것보다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진을 매개로 다양한 정보와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전달하는 '이보배의 말하는 사진'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주>

언제부턴가 즐겨 마시는 소주 뚜껑 철사 부문이 양 갈래로 바뀌었다. 사진=이보배 기자
언제부턴가 즐겨 마시는 소주 뚜껑 철사 부문이 양 갈래로 바뀌었다. 사진=이보배 기자

[시사주간=이보배 기자] 사진을 공개하고 나니 부끄러운 이유는 뭘까요? 네. 저 술 좋아합니다. 물론 한 번에 다 마신 양은 아니니 안심하세요.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저는 '알코올파'입니다. 간이 건강했던 20대에는 주 7일 음주를 했을 정도니까요. 

지금도 주 1회 정도는 술을 마십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집에서 마시는 혼술이 늘었지만 혼술도 그 나름의 낭만이 있으니까요. 혹시 최근 소주 뚜껑을 보고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신 적 없으신가요? 바로 저 사진 속 뚜껑 말인데요. 

지금까지 소주 뚜껑은 끝단이 긴 까닭에 술자리 게임에 쓰이기도 하고 끝을 꼬아 말아 소소한 예술 작품으로 탄생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소주 뚜껑 철사 부분이 기존 일방향에서 저렇게 양방향으로 바뀌었는데요. 

SNS에서는 바뀐 소주 뚜껑을 놓고 '불량'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소주를 하도 마셨더니 잔기술이 늘었다'며 본인의 '능력'인 줄 아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모든 소주 뚜껑이 그렇지 않다보니 이렇게 의견이 분분한 것 같습니다. 

양 갈래 소주 뚜껑은 '하이트진로' 제품에서만 볼 수 있는데요.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환경문제를 고려해 지난해 말부터 병뚜껑을 개선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주뚜껑을 개봉했을 때 병에 철사가 남아있으면 재사용이 어렵기 때문인데요. 소주병을 따고 나면 흔히 병뚜껑의 철사 부분이 병에 남아있는 것을 볼 수 있고, 이를 '잔류링'이라고 부릅니다.  

공병 재사용을 위해서는 병 주둥이에 남은 잔류링 제거가 반드시 필요한데, 잔류링이 남을 가능성이 높았던 기존 '일방향' 뚜껑에서 각기 다른 방향으로 갈라지는 '양방향'으로 뚜껑을 리뉴얼했다는 설명입니다. 

이처럼 소주 뚜껑을 개선해 잔류링' 제거를 위해 투입됐던 분류 인력과 추가적인 선별 과정을 줄여 공병 재사용 효율성을 높인 것이죠. 처음에는 바뀐 뚜껑이 어색했는데 환경을 지키려는 노력이었다는 것을 알고 나니 달리 보입니다.

게다가, 이제는 소주 한 병으로 '병뚜껑 게임'을 두 판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김에 맥주, 소주, 막걸리의 포장이 다른 이유에 대해서도 간단하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맥주는 유리병이든 페트병이든 갈색 용기에 담겨 있습니다. 짙은 녹색병이 등장하긴 했지만 맥주 하면 갈색 병이 떠오르는데요. 이는 맥주의 주원료인 특유의 향과 쓴맛을 내는 '홉(HOOP)'이 자외선에 약하기 때문입니다. 

자외선이나 가시광선에 오랜 시간 노출되면 성분이 응고되거나 산패되는데요. 홉의 변형이 인체에 해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불쾌한 냄새와 맛이 떨어지기 때문에 품질 저하를 막기 위해 갈색병이나 짙은 녹색병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최근 투명한 맥주병 신제품 '올 뉴 카스'를 선보인 오비맥주는 "맥주 원료인 홉을 특수 처리하는 방식으로 빛에 노출돼도 변질되지 않도록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증류수에 속하는 소주는 맥주와 달리 햇빛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데요. 때문에 어떤 색 병을 사용해도 상관이 없어 과거 소주병은 맑고 투명한 색이었습니다. 

1994년 두산주류(현 롯데)가 국내 소주 1위 업체인 진로와 겨루기 위해 파격적으로 초록색 병(그린소주)을 사용한 뒤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자 이후 소주 업체들도 초록색 병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소주병=초록색'이라는 공식이 굳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막걸리는 유통되는 중 발효가 진행되면서 가스가 발생하기 때문에 유리병에 담을 경우 병이 깨질 수 있어 페트병을 사용합니다. 

이때 뚜껑은 소주, 맥주와 달리 탄산이 새어 나올 수 있도록 완전하게 밀봉하지 않는 것이 특징입니다. 또 막걸리의 침전물과 변형에 의해 재활용이 어렵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페트병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SW

lbb@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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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 2021-03-29 09:11:09
번뜩, 깜찍 ,발랄, 엣지 있는 기사네요. 훌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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