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보궐선거, 2007년 대선의 향기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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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보궐선거, 2007년 대선의 향기가 난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1.03.31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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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지율 떨어진 상황 '야당 쏠림' 그대로
이명박 BBK, 오세훈 내곡동, 박형준 엘시티 등 의혹 불거져
민주당 '거짓말 프레임' 독으로 작용, 변화 필요 제기
여론조사에서 우세로 나오고 있는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 사진=뉴시스
여론조사에서 우세로 나오고 있는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딱 1주일 남은 가운데 후보들이 정책 대결보다는 과거의 비리 폭로와 막말을 일삼으며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오차 범위 밖에서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오고 있지만 국민의힘 후보들의 각종 의혹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이고 민주당은 이를 집중 공략하며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보궐선거의 흐름이 지난 2007년 대선의 흐름과 비슷하다는 이야기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2007년 대선은 참여정부 말기 양극화 현상이 뚜렷히 드러나는 상황에서 진행됐다. 2002년 개혁의 기대를 걸고 출범했던 참여정부였지만 이라크 파병, 한미 FTA, 평택 대추리 사태 등이 터지면서 진보층들이 참여정부에 등을 돌리기 시작했고 이후 부동산 정책 실패와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면서 정부에 대한 지지가 바닥을 치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2006년 지방선거에서 모두 참패하며 존립조차 위태로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 때문에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경선이 사실상 본선이라는 이야기가 나왔고 경선에서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격돌했고 이명박 전 시장이 승리하면서 대선 구도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하지만 이 경선 과정에서 이명박 전 시장의 BBK 주가 조작 의혹, 박근혜 전 대표의 정수장학회 의혹이 불거졌고 이 의혹은 모두 사실로 드러나며 두 후보가 모두 대통령 재임 후 감옥으로 가는 빌미가 되고 만다.

공교롭게도 이번 보궐선거도 현 정부의 지지도가 낮은 상황에서 진행되고 있다. LH사태로 촉발된 부동산 정책의 실패, 검찰개혁 과정에서 나온 무리수, 코로나 방역의 문제점 등이 나오면서 문재인 정부의 지지가 낮게 나오고 있고 특히 이번 보궐선거가 전임 시장들의 성추행 의혹으로 인해 열렸다는 점이 가장 큰 약점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와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가 모두 우세한 흐름을 잡고 있지만 오세훈 후보는 내곡동 땅 의혹, 박형준 후보는 LCT 특혜분양 의혹, 딸 입시 비리 의혹 등에 휘말려 있다. 오세훈 후보의 경우 내곡동 땅 측량에 직접 참여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거짓말 의혹' 역시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2007년 대선은 대통합민주신당(현 더불어민주당) 정동영, 한나라당 이명박, 민주노동당 권영길, 민주당 이인제, 창조한국당 문국현, 무소속 이회창 등으로 보수와 진보가 갈라진 상태에서 선거가 진행됐다. 하지만 이 선거를 좌우했던 것은 이명박 후보의 'BBK 의혹'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BBK를 설립했을 당시 그를 인터뷰했던 기자는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이었고 현재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인 박영선 기자다. 민주당은 이 인터뷰와 과거 한 대학 특강에서 "BBK라는 회사를 설립해 이익을 남겼다"라고 말한 영상을 정동영 후보 광고에 활용하며 '거짓말을 일삼는 후보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는 메시지를 부각시켰고 대선후보 토론 때도 이를 적극적으로 공격했다.

하지만 이 작전은 오히려 대통합민주신당이 정책이 아닌 '상대 후보 깎아내리기'에 치중한다는 인상을 주었고 결국 패배의 빌미가 되고 말았다. 정부에 대한 반감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상대 후보의 거짓말만을 부각시키며 '진실한 후보'임을 내세운 것과는 별개로 정책을 알려야했음에도 그렇게 하지 못했다.

결국 이 흐름은 국민들의 정치 혐오만을 가져왔고 이는 역대 최저 투표율로 나타났다. 이명박 후보의 의혹을 부각시켜 반대표를 얻겠다는 것이 상대 후보들의 계산이었지만 국민들의 답은 '아무도 찍지 않겠다'였다. 이 혐오를 딛고 이명박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고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이어지게 된다.

민주당이 현재 국민의힘 후보들의 의혹을 계속 공격하고 있지만 이와는 별개로 정책을 알리고 잘못된 부분을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바로 2007년도의 전례가 있기 때문에 그렇다. 또 보궐선거가 평일에 치루어지다보니 투표율이 총선이나 대선에 비해 낮은 점을 생각해본다면 피로감을 느끼는 유권자들이 기권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고 이는 민주당에 절대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게 된다.

또 공교롭게도 오세훈, 박형준 후보가 모두 이명박 전 대통령과 연관이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박형준 후보는 이명박 정부 당시 정무수석을 맡는 등 이명박 정부를 대표하는 인사였고 정무수석 당시 국정원 사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오세훈 후보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2006년 서울시장을 맡았고 새빛둥둥섬 건립 등을 주도하며 '리틀 MB'로 불렸던 인사였다. 이 때문에 이번 보궐선거가 '이명박의 부활'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묘하게도 지난 2007년 대선과 이번 보궐선거는 이처럼 비슷한 흐름으로 가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선거 기간 중에는 여러 변수가 나오기 때문에 이 흐름이 변할 가능성도 충분히 나올 수 있다. 그럼에도 이런 모습이 반복되는 점은 대선을 1년 앞둔 상황에서 정치권이 한 번 생각해 볼만한 부분임은 분명해 보인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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