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보다 나쁜 정의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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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보다 나쁜 정의감’
  • 주장환 논설위원
  • 승인 2021.04.13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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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주장환 논설위원] ‘악보다 나쁜 정의감’이라는 말이 있다. 악을 저지른 사람은 반성하거나 후회하기라도 한다. 왜냐 하면 그것이 잘못 이라는 것을 양심의 소리로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의감에 들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무조건 옳다고 믿기 때문에 반성이나 후회는커녕 더 악한 짓을 저지른다.

미국에서는 배타적인 백인 우월주의가 이런 집단이다. 이들 역시 늘 자신들은 옳다고 생각하며 모든 문제를 남탓으로돌린다. 최근 AP통신에 따르면 백인 우월주의 단체들의 ‘가짜 애국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은 자기편을 만들기 위해 '우리와 그들'이라는 이분법적인 논리를 내세워 변화를 두려워하는 미국민들을 폭풍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언제부터인가 ‘운동권 우월주의’라는 정체성이 모호한 말이 우리 사회의 정의와 도덕을 독차지 해 왔다. 이들에게 나쁜 건 다 ‘남 탓…’이다. 47 보선이 대 참패로 끝난 지금에도 여전히 언론이나 20대 탓을 한다. 이들이 더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586세대가 중심인 집권 세력이 갖고 있는 정의감 혹은 도덕적 우월의식 때문이다. 조선의 역사에서 봐 왔듯이 상대의 입장은 안중에도 두지 않고 자기 혹은 자기 집단 만이 옳다고 주장한다.

586세대는 독재정권에 맞서 학생운동이나 민주화 운동을 하며 대의를 위해 헌신했다. 문제는 그 자부심이 어느날 선민의식으로 변하더니 오만해지고 독재적으로 변질됐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비운동권 출신을 ‘육두품’이라 부른다. 최근 여론이 안좋게 돌아가자 주춤하고 있지만 설훈 의원 등 73명이 내놓은 민주유공자예우법에는 민주화를 자신들이 독점해 이뤄냈다는 오만이 스며들여 있다. 민주화를 무슨 공으로 여기는 것 자체가 자가당착이다. 민주화는 시대의 흐름을 타고 그 집단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여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들은 이병철, 박태준, 정주영같은 사람들이 이룬 부(富)는 노동자의 피와 땀으로 이뤄진 것이라 깎아내리면서 자신들의 민주화 투쟁은 저들만이 했다고, 국민들은 그저 따라온 것 뿐이라고 강변한다. 천안함 장병들과 희생자를 모욕 주는 무리들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조국을 위해 몸바친 사람들은 비난하고 헐뜯으면서 이 나라를 해하고 해하려 든 무리들에게는 손뼉 치고 격려하는 주객전도의 이런 현상은 기가 막힐 뿐이다.

이제 이들 586은 기득권 중의 기득권으로 변했다. 그들이 그토록 혐오하던 ‘꼰대’의 자리를 자신들이 독차지하게 된 것이다. 이제 ‘민주’ ‘진보’라는 ‘빛 좋은 개살구’는 효용을 다했다. 아무리 거짓말에 ‘도가 튼’ ‘어용 말빨’들을 내세워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선동해 봤자 먹혀들지 않는다. 진보와 민주라는 장막으로 가리어진 무대 뒤에서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사람들이 꿰뚫어 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제 이 땅의 자유와 평화 그리고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이들은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나는게 마땅하다. 어디 해먹을 곳이 없나 더 기웃거리다가는 망신만 당할 뿐이다.

4·7 재보선에 참패한 상황에서도 이철희 전 의원을 정무수석에 다시 기용했다. 그는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586 세대가 물러날 때”라고 수차례 말한 사람이다. 말 뒤집기가 예사인 이 정부에 대해 국민들도 이제는 눈을 크게 뜨고 지난 4년동안 이 나라 민주주의를 훼손하기 위해 무슨 짓을 해왔는지 경제는 어떻게 망치고 부동산 문제는 어떻게 다뤄왔으며 국제 외교관계는 왜 엉망진창이 되었는지 북한과 중국에게는 모욕을 당하면서도 왜 굽실되는지 살펴봐야 할 때다. SW

jj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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