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시간이 공존하는 다섯 개의 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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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시간이 공존하는 다섯 개의 서사
  • 이정민 기자
  • 승인 2021.04.25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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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코미술관 '그 가운데 땅: 시간이 펼쳐져 땅이 되다'
'그 가운데 땅' 전시 전경. 사진=아르코미술관
'그 가운데 땅' 전시 전경. 사진=아르코미술관

[시사주간=이정민 기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21년 시각예술창작산실 우수전시지원 선정작 전시인 <그 가운데 땅: 시간이 펼쳐져 땅이 되다>(이하 <그 가운데 땅>)이 오는 6월 13일까지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린다.

지난 22일 시작된 이 전시는 ‘시간이 펼쳐져 땅이 되다’를 주제로 서로 다른 시간이 공존하는 다섯 개의 서사를 조형적으로 해석한다. 전시 제목은 판타지 문학의 대가 J.R.R.톨킨의 대표작에 등장하는 ‘중간계’에서 따온 것이다.

전시는 시간과 공간의 물리적인 성질과 이를 뛰어 넘는 상상을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통해 혼성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연극적인 공간 연출과 모험적인 서사로 이루어진 5개의 시퀀스로 구성됐다. 

제1막 '가운데 땅의 역사'는 사운드와 라이트로 구성된 도시 공간의 추상풍경(손경화)으로 시작하여, 상상과 현실이 뒤섞인 몽환적 자연풍경(문성식)을 거쳐, 시공이 뒤섞인 다차원적 공간으로 이어진다. 

제2막 '잃어버린 이야기'는 펼쳐진 땅에 존재하는 자들을 아프리카에서 미국으로 강제 이주되어 노역에 희생된 무명의 흑인 이름을 수놓은 카펫(김수자)과 흑인 여성에 가해지는 인종과 젠더의 이중 차별을 다룬 애니메이션(카라 워커) 등을 통해 잊혀진 사회적 소수자의 존재를 환기시킨다. 다음 막으로 이어지는 복도와 계단은 다채널로 설치된 영상(문소현)을 통해 밤과 어둠을 상징하는 통로이자 퍼포먼스와 연계된 공간을 구현한다. 

제3막 '가운데 땅의 형성'은 역사적 시간과 심리적 시간이 혼재된 공간으로서 이분법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중간성’을 드러내는 감각적 영상(우 챙)이 전시되며, 제4막 '잃어버린 길'은 자본 중심의 미술계에 대한 분노와 조롱의 퍼포먼스 영상(폴 매카시)으로 구성된다. 

제5막 '가운데 땅의 사람들'은 사물을 인격적으로 의인화한 퍼포먼스(폴린 부드리 & 레나트 로렌즈)와 중간계에 존재할 법한 인간상을 대변하는 키네틱 조각(폴 챈)으로 마무리되며 시공간을 기록한 드로잉(강동주)과 다양한 존재성을 상기시키는 조각(최하늘)이 전시 공간의 전체를 아우른다.  

<그 가운데 땅>은 순수 예술, 특히 예술 장르의 본질적 특성에 관한 이해와 더불어 그 형식 자체가 하나의 의미로 전달될 수 있는 창작 방식을 시도하며 이를 위해 현대무용가와 배우, 음악가가 참여하는 라이브 퍼포먼스가 전시 기간 중 약 10회 진행될 예정이다. 

퍼포먼스는 약 50분간 이루어지며 사운드 및 조명 연출을 통해 전시 공간 자체가 연극 무대처럼 변모한다. 각 장르의 고유한 특징을 살린 음악극, 무용극, 연극, 영상, 전시가 순차적으로 펼쳐지는 한편, 두 개의 다른 장르가 연결되는 시간은 서로가 충돌하고 연합하는 중간계, 곧 ‘가운데 땅’에 기반한 스토리텔링과 시노그래피로 구현된다.  

전시는 코로나19 관련 방역지침에 따라 예약제로 운영되고 라이브 퍼포먼스는 기간 중 총10회 진행될 예정으로, 매주 화요일 별도 예약이 오픈된다. 무료 관람이며, 자세한 예매 방법은 아르코미술관 홈페이지 참고하면 된다.

이와 함께, 전시 주제 ‘그 가운데 땅’과 관련한 문학작품 J.R.R 톨킨의 <실마릴리온 1장: 시간의 시작>을 함께 읽는 온라인 프로그램 '리딩북 톨킨'도 5월 중순 진행될 예정이다. SW

ljm@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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