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가 주목한 또 하나의 여성, 클로이 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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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가 주목한 또 하나의 여성, 클로이 자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1.04.28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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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매드랜드'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한 클로이 자오 감독. 사진=AP/뉴시스
'노매드랜드'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한 클로이 자오 감독. 사진=AP/뉴시스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배우 윤여정의 여우조연상 수상, 그리고 당당함이 돋보이는 수상 소감과 발언 등이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목을 받은 이는 <노매드랜드>의 클로이 자오 감독이다. 그가 만든 <노매드랜드>는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 여우주연상(프란시스 맥도먼드)을 수상하면서 '올해의 영화'로 떠올랐고 클로이 자오 감독은 아시아 여성 최초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는 영예를 안았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영화제를 '로컬 영화제'라고 표현한 것을 의식했는지는 몰라도 올해는 아시아 배우와 감독, 흑인 배우가 주요 부문을 수상하면서 '글로벌'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중국 베이징 출신인 자오 감독은 영국 브라이턴 유학 후 미국 매사추세츠주에서 정치학을 공부했고 2010년 뉴욕대 산하 티시 예술학교 대학원에 다니면서 본격적으로 영화를 시작하게 된다. 이후 2015년 첫 장편영화 <송즈 마이 브라더스 토트 미>가 선댄스영화제에서 상영되고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되면서 주목을 받았고 두 번째 장편영화 <로데오 카우보이>로 2017년 칸영화제 국제예술영화관 연맹상, 제53회 비평가협회 작품상 등을 수상하며 단번에 국제적인 명성을 얻게 된다. 

이번에 상을 받은 <노매드랜드>는 붕괴된 기업 도시에 살던 한 여성(프란시스 맥도먼드 분)이 홀로 밴을 타고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그린 작품으로 노매드들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실제 노매드들을 캐스팅해 사실감을 더하고 미서부의 광활한 자연을 스크린에 담아낸 연출력과 함께 이 영화의 제작을 겸한 프란시스 맥도먼드와의 협업이 빛을 발한 작품으로 이미 베니스 황금사자상, 골든글러브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했으며 아카데미에서도 작품상 유력 후보로 거론됐다. <미나리>의 윤여정처럼 이 영화도 '작품상을 못 받으면 이변'이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였다.,

자오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중국에서 자랄 때 아빠와 나는 중국 고전 시와 글을 외우는 게임을 했다. 같이 암송하고 낭송하며 서로의 문장을 완성했다"면서 '사람은 본질적으로 선하게 태어난다'는 <삼자경>의 격언을 중국어와 영어로 표현했다. 이어 "나에게 큰 영향을 준 글이고 지금도 진심으로 이를 믿는다. 그 반대가 진실인 것 같이 보일 때도 나는 항상 내가 만나는 사람들, 내가 사는 세계 어느 곳에서나 선함을 찾아왔다. 그러니 이것은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어도 자신의 선함을 지킬 용기와 믿음이 있는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막상 자오 감독의 고국인 중국은 이번 수상을 그리 반가워하지 않고 있다. 자오 감독은 지난 2013년 한 인터뷰에서 "(중국은) 거짓말이 도처에 널려있다. 어린 시절 내게 주어진 정보가 전부 가짜라는 걸 알게 되면서 가족과 배경에 대해 반항적으로 바뀌었다"며 중국을 비판하는 뉘앙스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자오의 수상 소식에도 불구하고 <노매드랜드>의 중국 상영은 불투명한 상황이며 SNS에서 영화와 관련된 멘션과 마케팅을 검열하고 있다. 또 중국은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을 중계하지 않았는데 이는 자오 감독에 대한 거부감과 함께 홍콩의 반중 민주화 시위를 다룬 단편 다큐멘터리 <두 낫 스플릿>이 후보에 지명된 것을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자오 감독은 <노매드랜드>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나는 살면서 어디를 가든지 항상 이방인라고 느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변방에 살거나, 주류의 생활방식을 살지 않는 이들에게 끌린다"고 말한 바 있다. 중국이 그를 계속 이방인으로 여기고 배격하지만 그와 상관없이 그의 감독 커리어는 전진하고 있다. 그의 다음 작품은 바로 마블의 블록버스터 <이터널스>다. 안젤리나 졸리, 리처드 매든, 셀마 헤이엑, 그리고 마동석이 참여하는 이 프로젝트에 대해 자오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로데오 라이더가 됐든, 만화책 영웅이 됐든 영화 속에서 풍요롭고 설득력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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