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사면론' 이전보다 힘 떨어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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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사면론' 이전보다 힘 떨어지는 이유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1.04.29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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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단체 종교계 잇달아 사면 요구 "백신 확보, 반도체 등 위해 필요"
'국정농단 범죄' 차가운 시선 여전 "법치주의 원칙 무너져"
언론들 '띄우기' 기사 사면론 반대 부채질, 동정 여론 유도 실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경제계와 종교계, 그리고 언론을 중심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과오가 있다고는 하지만 백신 확보 등을 위해 이 부회장이 필요하다는 것이 사면론의 가장 큰 이유지만 국정농단 사건 등의 유죄가 밝혀져 죗값을 치르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이들과의 형평성을 생각해야한다는 비판이 더 거세게 일고 있다. 여기에 일부 언론의 '이재용 띄우기' 식 기사들이 사면론 반대를 더 부추기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1월 파기환송심에서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지난 4월 시작된 삼성물산 합병 의혹 관련 재판에서 검찰은 "이 부회장의 승계를 목적으로 사건을 계획하고 제일모직 상장 후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비율의 합병을 하기로 했고 국정농단 사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도 이 사건 합병이 승계 목적임을 명확히 했다"고 했고 이 부회장은 "법적 절차를 어기지 않았다. 검사들은 피고인들이 합병 및 회계 관련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범행을 쉼없이 저지른 것처럼 말하고 있다. 마치 무슨 범죄단체로 보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맞섰다.

그런데 경제단체와 종교계에서 잇달이 이 부회장의 사면 건의가 나왔다. 지난 26일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5개 경제단체는 이 부회장의 사면 요청 건의서를 청와대에 제출했다. 이들은 "점점 치열해지는 반도체 산업 경쟁 속에서 경영을 진두지휘해야 할 총수의 부재로 과감한 투자와 결단이 늦어진다면 그동안 쌓아올린 세계 1위의 지위를 하루아침에 잃을 수도 있다"면서 "이 부회장이 하루 빨리 경제 회복과 도약을 위해 우리 반도체 산업을 지키고 국가와 국민들에게 헌신할 수 있도록 화합과 포용의 결단을 내려달라"고 밝혔다.

또 대한불교 조계종 교구본사 25곳과 군종교구 주지들은 "이재용 부회장은 판결 선고 전 대국민 사과를 발표했다. 고속 성장의 과정에서 삼성이 법과 윤리를 지키지 못한 점, 변화된 사회의식과 소통하지 못한 것을 인정하고 반성했다"면서 "어려움 속에서도 대한민국의 경제 성장과 발전은 국민 모두의 열정과 헌신으로 이룩된 것과 동시에 삼성의 중추적 역할에 힘입은 바가 많다. 그가 과거의 잘못을 참회하고 자신의 맹세를 말이 아닌 실천으로 옮길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도와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후 경제단체들과 성균관에서도 이 부회장의 사면을 요구하는 성명이 발표됐다.

그러나 이에 대해 민주노총, 경제개혁연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28일 성명에서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범죄에 대한 사면은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한 정치적 사안이 아닐 뿐더러 우리 경제와 삼성그룹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개인의 사익을 위해 삼성그룹과 국민연금에 막대한 손해를 입히고 정권 실세에게 불법로비를 일삼았던 중범죄자에게 사면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애초에 어불성설이다. 회사돈을 횡령해 뇌물을 공여한 불법행위로 유죄판결이 확정되고 주가조작, 분식회계 등 범죄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부회장에게 사면을 실시한다면 사회 정의와 법치주의 원칙을 무너뜨리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또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지난 26일 "반도체 전쟁, 코로나 경제 위기를 핑계로 이 부회장 사면을 부추구고 있지만 1961년 이병철 회장이 자유당 정부에 4억2500만환의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하고, 무려 33억502만환의 세금을 포탈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이래 삼성은 부정부패의 주범이었다. 이 부회장에 대한 특별사면은 동일 범죄를 부추길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은 삼성공화국이며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삼성으로부터 나온다는 반헌법적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정치권은 현재 이재용 부회장 사면에 대해 발을 뺀 상황이다. 청와대는 27일 "사면은 검토된 바도 없고 검토 계획에 있지 않다"고 밝혔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대통령 고유권한"이라며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주호영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도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다만 삼성 출신인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 부회장의 사면을 넌지시 주장한 것을 알려지고 있다.

한편 사면론 반대에는 언론의 지나친 '이재용 띄우기'도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부회장이 법정구속된 직후 언론은 '백신을 얻게 된 공로는 이 부회장의 역량'이라는 내용의 기사를 집중적으로 보도했고 포털들도 이 기사들을 메인에 올렸다. 또 이 부회장이 충수염으로 수술을 받은 것을 대대적으로 알리면서 "고열 등 후유증을 앓았다", "7~8kg가 빠졌다" 등을 중점적으로 알리고 치료를 더 받지 않고 구치소로 돌아가며 "폐 끼치고 싶지 않다"고 말한 것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재판 소식을 전할 때도 '수척해진 모습으로 나온 이 부회장'을 앞세워 동정 여론을 끌어모으는 데 집중했다.

또 지난 27일 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유족들이 재산의 60% 이상을 국고로 환원한 것을 두고 언론은 대서특필하며 이를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과 연결지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박진영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삼비어천가' 때문에 토할 것 같은 하루였다.  당연히 내야 할 상속세를 내겠다는 게 그렇게 훌륭한 일인가. 그 많은 미술품을 모은 이유는 뭘까? 혹시 세금이나 상속 때문은 아니었을까? 근본적으로 정경유착, 노동자와 하청기업을 쥐어짠 흑역사는 잊어버렸나"라고 비판했다.

경제 발전을 위해 기업 총수를 사면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이전과 달리 재벌들의 범죄에 대한 국민들의 감시가 심해지면서 '이재용 사면론'은 힘을 잃을 가능성이 더 높아보인다. 특히 언론이 객관성을 잃고 이 부회장의 '수척함'과 이건희 회장의 '약속 지킴'만을 강조하며 삼성이 저질렀던 각종 문제들에 침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국민들에게 오히려 이 부회장 사면에 등을 돌리게 한다는 원인이 된다는 점에서 사면론 반대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이 부회장 사면이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더 확실하게 만든다는 점 역시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는 이유다. SW

ldh@economicpoa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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