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Sorry Seems To Be the Hardest W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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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Sorry Seems To Be the Hardest Word
  • 황채원 기자
  • 승인 2021.05.17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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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류호정 정의당 의원(왼쪽)과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말다툼이 있었다. 사진=뉴시스
지난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류호정 정의당 의원(왼쪽)과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말다툼이 있었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황채원 기자] 세상에서 가장 하기 힘든 말은 무엇일까? 혹시 '미안하다'가 아닐까?  그룹 시카고(Chicago)의 'Hard To Say I'm Sorry'(미안하다는 말은 하기 어려워요), 엘튼 존(Elton John)의 'Sorry Seems To Be the Hardest Word'(미안하다는 말은 가장 어려운 말이에요)라는 노래를 생각해보면 이 생각이 문득 들 것이다. 기자가 겪었던 일도 불현듯 생각난다. 업무 중 기자의 잘못으로 같이 일하던 동료의 작업이 엉망이 된 적이 있었다. 상부로부터 큰 꾸지람을 들은 동료에게 "미안하다"고 말하자 동료는 이렇게 말했다. "미안하다고 해도 바뀌는 건 아무 것도 없어요".

아마도 그랬기에 사람들은 '미안하다'는 말을 쉽게 하지 않는 것 같다. 바뀌는 것이 없다는 것도 그렇지만 '미안하다'고 하면 왠지 '지고 들어가는 느낌'이라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내가 잘못한 일도 아닌데 '미안하다'고 말한다는 건 억울해보이고 내가 잘못을 해도 먼저 '미안하다'고 한다면 상대방이 무시하거나 기고만장해질 것이라는 그런 느낌., 그것이 '미안하다'라는 말을 못하게 만든다. 싸울 일이 있으면 싸워야지, 미안하다고 피하는 건 지는 것이라는 생각에 말이다.

얼마 전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의원들의 말싸움이 있었다.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류호정 정의당 의원의 말다툼이 그것이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가 박준영 전 해양수산부 장관 내정자를 비판한 의사진행발언에 대해 문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고 이 과정에서 '당신'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자 류호정 의원이 발끈했고 이에 문 의원이 "야? 어디서 감히"라는 말을 하면서 싸움이 격화된 것이다. 

문 의원은 "'당신'은 박 전 내정자를 높인 말"이라며 자신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고 류 의원은 "꼰대질을 해명하라"라고 맞서고 있다. 여기에 정의당은 "우리 당 의원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에 대해 별도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당의 입장을 밝혔고 언론은 '민주당과 정의당의 분쟁'이라는 이름으로 '정의당도 민주당을 떠났다'는 기사를 연일 올리고 있다.

누구나 억울함은 있을 것이다. 젊은 의원이 자신의 발언 내용도 모르고 '당신'이라는 단어 하나 때문에 화를 냈다는 것이 억울할 수 있다. 나이 지긋한 의원이 다짜고짜 반말과 고성으로 응수하는 것은 분명 잘못이고 이를 받아들여야한다는 것이 억울할 수 있다. 하지만 과연 이 일이 정당간의 평행선으로 이어지는 상황에 대해서는 솔직히 이해할 수가 없다.

정치가 지금 국민들의 비웃음거리로 전락한 것은 스스로 자신들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국민의 눈높이와 전혀 맞지 않는 행동을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 수준은 날로 높아지는데 소위 '엘리트'들로 이루어졌다는 국회는 갈수록 수준이 떨어져간다. 국민들보다 낮은 수준을 보여주는 국회의 모습에서 국민은 희망을 발견하지 못한다. 그렇게 정치 혐오가 계속되고 정치 혐오는 결국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이것이야말로 어쩌면 누군가가 '미안하다'라고 한 마디만 하면 끝날 수 있는 문제다. 하지만 나이의 문제, 자존심의 문제 등이 이 말을 가로막고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들의 품격은 떨어진다. 이들은 SNS를 통해서 또 한 번 말싸움을 했고 누구도 '미안하다, 내가 좀 더 조심했어야했다'라고 말하지 않았다. 물론 누군가의 사과로 훈훈히 끝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러기엔 너무 긴 시간이 갔다. 이 상황은 '미안하다고 하면 바뀌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어떠한 결과가 나와도 이 상황은 '사람에 대한 예의'보다 자존심을 앞세우는 싸움이 됐다는 점에서 씁쓸함을 주고 있다. 먼저 사과를 할 줄 아는 용기, 그를 받아주는 아량, 이를 통한 관계의 회복은 이제 교과서나 동화책에서만 나오는 이야기일까? 오해를 풀기 보다 자신들의 주장만 내세우는 상황을 대체 왜 만들고 있는 것일까? 새로운 인물들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구태를 다시 보여줬다는 점은 엘튼 존의 노래 가사처럼 'It's sad, so sad  it's a sad, sad situation' (슬퍼요, 슬퍼요, 슬픈 상황이에요)일 뿐이다. '미안하다'는 말은 정말 '세상에게 가장 어려운 말'인가 보다. SW

hcw@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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