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松 건강칼럼] 백신 수급(需給)과 백신 특허(特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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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松 건강칼럼] 백신 수급(需給)과 백신 특허(特許)
  • 박명윤 논설위원/서울대 보건학 박사
  • 승인 2021.05.18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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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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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박명윤 논설위원/서울대 보건학 박사] 코로나19 백신(COVID-19 Vaccine) 접종이 75세 이상 349만6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4월 1일 시작되었다. 필자(81세)는 4월 말 경에 접종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서울 마포구의 경우 1939년 5월 이전 출생한 사람들에게 접종을 마친 후 ‘화이자(Pfizer) 백신’이 동이 났어 접종이 중단되었다. 필자(1939년 12월 출생)의 경우 6월부터 신규 1차 접종이 연령순에 따라 시작될 때 접종이 가능하다고 한다. 정부가 백신을 조기에 충분히 계약했다면 이런 현상은 없었을 것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최근 백신 수급 논란과 관련하여 “1-2차 접종 순서와 일정에 대해 사전에 상세하게 안내하지 못한 점 송구하다”며 사과했다. 백신 재고량을 꼼꼼하게 따지지 않고 목표 수치 달성에 초점을 맞춘 결과, 75세 이상 접종 대상자 상당수가 여태 1차 접종을 하지 못하는 ‘5월 백신 가뭄’ 현상이 나타났다.

국민의힘은 ‘백신 국정조사(國政調査)’를 거듭 촉구했다. 배준영 대변인은 “백신 접종 계획이 당초 계획 이상으로 원활하다는 말은 어떠한 자료를 근거로 했는가하며, 불과 일주일 전 백신 수급을 다른 나라와 비교하지 말라던 대통령이 또다시 허울 좋은 K-방역을 운운한 것은 백신 확보 실패를 덮기 위한 자기부정에 가깝다”고 말했다.

한편 고려대학교 기독교우회, 기독학생교우회, ROTC기독인연합회, 여자기독교우회 등 10곳의 고려대 기독교 관련 모임들은 지난 3월 5일 동아일보 15면에 “문재인 대통령님께 보내는 공개질의서”라는 제목의 전면 광고를 냈다. 여기서 고대 동문회는 지금의 문재인 정권을 “헌법을 무시하고, 국민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던지며, 국가의 정체성과 경제를 무너뜨리고 국민의 생명을 위기에 밀어 넣은” 정권이라 규정하며 문 대통령의 답변을 요구했다.

공개질의는 크게 8가지 질문들로 구성됐으며, 마지막 질의는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문제, 누구의 책임인가?”이다. 마지막 질의에서 문 대통령이 ‘중국의 아픔이 우리의 아픔’이라는 말과 함께 우한 코로나 병원균까지도 국민들에게 나누도록 했다고 규탄했다. 중국인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는 의학계의 거듭된 경고를 무시한 “무서운 무지”, 그리고 곧 종식될 것이란 말과 달리 우한폐렴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확산된 사실 등은 바로 “대한민국 국민은 죽어도 중국이 먼저라는 당신의 친중사상(親中思想) 때문”임을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필자는 지난 2015년 7월 10일자 <청송건강칼럼(435)>에 A-4 7쪽에 달하는 <메르스 사태 ‘징비록(懲毖錄)’ - 메르스 사태 백서 발간>을 내용으로 적었다. 징비록(懲毖錄)이란 임진왜란과 관련된 기록에는 생생한 전쟁의 기록인 이순신(李舜臣, 1545-1598) 장군의 난중일기(亂中日記)와 임진왜란 때의 상황과 뼈아픈 반성의 기록인 유성룡(柳成龍, 1542-1607) 영의정의 징비록(懲毖錄)이 있다. 징비(懲毖)란 미리 징계하여 후환(後患)을 경계한다는 뜻이다.

필자는 2003년 ‘사스(SARS,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예방 모범국’이 12년 후 ‘메르스(MERS,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중동호흡기증후군) 방역 후진국’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사스’를 현명하게 ‘호미’로 막았으나, ‘메르스’는 현재까지(2015.7.10) ‘가래’로도 완전히 막지 못하고 있다고 적었다. 국회는 신종감염병에 대한 대비 및 대응을 강화하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일부법률개정안’을 통과(2015.6.25)시켰다.

필자는 메르스 사태에 드러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하여 다음을 제언했다. 즉, 메르스사태 백서(white paper) 발간, 대통령의 위기대응 능력 강화, 컨트롤타워의 전문성, 보건부 설립, 단일보고와 단일지휘, 정확한 정보 제공, 국민과의 소통, 위기대응 시스템 강화, 중앙정부와 지자체 협력, 공공병원 관리, 공공의료 체계 강화, 지방의료원 공공의료서비스 강화, 전염병 관리시설 확충, 의료진 감염관리, 응급실 격리구역 의무화, 포괄간호제 확대 실시, 신종전염병에 대한 경각심 고취, 열대병연구소 설립, 메르스연구재단(가칭) 설립 등이다.

이에 금번 코로나19(COVID-19) 사태에 관한 백서(白書)를 전문가들이 중심이 되어 그동안 문제점으로 제시된 코로나 초기 중국인 입국문제, 백신 확보문제, K-방역 사례 등을 소상히 밝히는 것이 앞으로 발생할 신종 감염병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아울러 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유가족이 국가 감염병 대응 역량 강화를 주문하며 국립중앙의료원에 기탁한 7천억원 중 일부를 감염병 연구와 범용백신(universal vaccine)과 치료제 개발에 투자할 것을 건의한다. 

정부는 애초 목표였던 1200만명이 아닌 1300만명 이상이 상반기에 1차 접종을 받도록 노력할 것이며, 11월에 집단면역(集團免疫) 목표 달성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오명돈 국립중앙의료원(NMC)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장(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은 지난 5월 3일 기자간담회에서 “집단면역은 도달하기 어렵다”며 “코로나19는 독감(毒感)처럼 토착화되어 매년 백신을 맞으며 함께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명돈 위원장은 ‘인구 70% 백신 접종으로 집단면역(herd immunity) 형성’이라는 목표를 도출하는데 근거가 된 코로나19 감염재생산지수(R)도 연구자별로 0.76-6.32로 매우 큰 범위로 걸쳐져 있는 점도 문제를 더 어렵게 한다고 말했다. 이 접종률 목표는 감염재생산지수가 3이라는 것을 전제로 3명 중 2명이 면역이 있으면 환자 수가 더 증가하지 않는다는 가정에서 나왔다.

오 위원장은 “코로나19(COVID-19) 바이러스 자체를 근절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하면서, 코로나19 백신 역시 독감(毒感) 백신처럼 기저질환자(基底疾患者)이거나 면역력이 떨어진 고령층 등 고위험군(高危險群)을 중심으로 접종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전략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백신 접종으로 사망자와 중환자는 막지만 경증환자는 계속 발생하는 독감과 비슷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가 100년 전 발생한 스페인독감(Spanish flu)의 길을 갈 것으로 전망한다. 스페인독감(毒感)은 치사율 3.4-10%로 1918년에 발생해 2-3년 사이 당시 세계 인구의 3분의 1가량인 5억명을 감염시키고, 5천만명의 사망자를 냈다. 그 후 치사율은 낮아졌지만 사라지지 않고 변이(變異)를 거듭해 현재까지 계절독감(季節毒感) 형태로 남아 있다. 요즘 우리가 맞고 있는 독감 백신에는 스페인독감의 후손격인 ‘H1N1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이 들어 있다.

방역당국은 집단면역 형성의 목표는 코로나19 퇴치가 아니라 일상생활을 회복하는 데 있다고 한다. 즉, 어느 정도 집단면역을 형성하면 계절독감과 유사한 형태로 거리 두기, 모임 제한 등 없이도 일상생활이 가능할 것이며, 이를 목표로 예방접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통제 불능이 아닌 관리가 가능한 위협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기초감염재생산수(basic reproductive number)란 감염자가 없는 인구집단에 처음으로 감염자가 발생했을 때 첫 감염자가 평균적으로 감염시킬 수 있는 2차 감염자의 수를 나타낸 것이다. 이 지수는 감염병이 전파되는 속도를 수치로 나타내는 지수로써 감염병 연구에 중요한 지수이다. 예를 들어 RO값이 1보다 크면, 최소 한사람 이상이 추가적으로 감염될 수 있다는 의미다.

과거 전염병 사례를 살펴보면, 사스(SARS)는 감염재생산지수(RO)값이 4, 메르스(MERS)는 0.4-0.9정도였으며, 코로나19의 경우 세계보건기구(WHO)는 1.4-2.5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의 대구(大邱)상황 때는 감염재생산지수가 3.53이었다. RO(reproduction number)는 1920년 인구학자인 로트카(Alfred Lotka)가 인구 증가를 예측하기 위해서 고안했으며, 1950년대에 전염병학자인 맥도날드(George MacDonald)가 말라리아 전파 가능성을 설명하는 모델로 이용했다.

RO가 1보다 작으면 감염된 사람이 평균적으로 한 명 미만으로 감염될 것이기 때문에 결국 질병은 억제되고, RO가 1보다 크면 질병은 퍼져 나갈 것이다. 홍역(Measles)은 12-18, 천연두(Smallpox)는 5-7로 전염력이 엄청나다. 그러나 이들 전염병은 모두 백신이 개발되어 Rt(유효 감염재생산지수)가 1 이하로 떨어졌고, 천연두(天然痘)는 인간에 의해서 박멸된 최초의 전염병이다.

집단면역(social immunity)이란 감염(感染)이나 예방접종(豫防接種)을 통해 집단의 상당 부분이 전염병에 대한 면역을 가진 상태가 되어 전염병으로부터 간접적으로 보호를 받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 즉, 집단내의 다수가 면역을 가지고 있으면 전염병의 전파가 느려지거나 멈추게 된다. 따라서 면역을 가진 개인의 비율이 높아질수록 면역력이 없는 사람이 감염될 확률을 낮출 수 있다. 예방접종은 나의 건강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안전을 위한 배려이므로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12월 31일 미국 화이자(Pfizer)와 독일 바이오엔테크(BioNTech)가 개발한 백신(COVID-19 Vaccine)을 처음으로 긴급사용 승인을 한 후 5월 7일에 중국 국영 제약사 ‘시노팜’의 코로나 백신에 대해 여섯 번째로 긴급사용을 승인했다. WHO는 또 다른 중국산 코로나 백신인 ‘시노백’에 대해서도 긴급사용 승인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중국은 4월 말까지 전 세계 80국, 3개 국제기구에 백신을 원조하고, 40개 이상의 국가에 백신을 수출했다.

전 세계 코로나19 백신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하여 최근에 논의되고 있는 지식재산권(知財權) 보호 유예 방안이 주목받고 있다. 즉, 백신을 개발한 제약사들이 특허권(特許權)을 포기하고 다른 나라들의 복제약(複製藥) 생산을 허용한다는 구상이다. 백신 지재권과 함께 원료와 제조 설비 통제도 풀려야 한다. 미국이 백신 원료와 장비 수출을 통제하여 세계 최대 백신 위탁생산(CMO) 업체인 인도혈청연구소가 아스트라제네카, 노바백스 백신의 생산을 중단할 위기를 겪었다.

복제약(제네릭 의약품, generic)은 오리지널 의약품(brand)과 함량, 안전성, 강도, 용법, 품질, 성능 및 효능ㆍ효과가 같은 의약품을 말한다. 제네릭은 대개 특정 의약품 특허가 만료된 후 활성 성분의 구성을 동일하게 만들어 판매하는 약품으로 환자에게 작동하는 생물학적 기전이 같은 것을 전제로 한다. 다만, 제조 공정이나 포함된 부수 물질에 따라 모양이나 색상, 맛, 포장과 규격이 다를 수 있다. 오리지널 의약품은 대개 높은 가격으로 판매된다.

우리나라는 얀센(Janssen)과 노바백스(Novavax) 백신은 독감 백신과 원리가 같아 제조 준비 시간도 짦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번에 처음 상용화된 mRNA(전령 RNA) 백신은 시간이 필요하다. 이에 화이자(Pfizer)와 모더나(Moderna) 백신은 지재권이 면제되어도 생산 시설을 확보하려면 6개월가량 걸릴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또한 국내 제약사들이 대규모 시설 투자를 할 정도로 수익성의 보장 여부도 관건이므로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현재까지 우리나라 제약회사들은 신종 감염병 백신을 개발해본 경험이 없다.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도 삼성생명공익재단 지원으로 백신 개발을 시도했으나 흐지부지 끝났다. 현재 국내 제약사들이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으나 플랫폼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갈 길이 멀다. 백신 주권의 소중함을 절감한 올해를 원점으로 정부는 범용백신(universal vaccine) 개발에 적극 지원해야 한다. SW

pm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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