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松 건강칼럼] 탄소중립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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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松 건강칼럼] 탄소중립 시대
  • 박명윤 논설위원/서울대 보건학 박사
  • 승인 2021.06.16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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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로 사람들이 희생되는 내용을 담은 영화 '투모로우'. 사진=20세기폭스코리아
지구 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로 사람들이 희생되는 내용을 담은 영화 '투모로우'. 사진=20세기폭스코리아

[시사주간=박명윤 논설위원/서울대 보건학 박사] 지난 6일 오후 EBS-TV를 통해 2004년에 제작된 재난(災難)영화 <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w)>를 시청했다. 영화 <투모로우>는 급격한 지구 온난화(溫暖化)로 인해 지구 곳곳에 이상기후 현상이 일어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는 내용이 담겼다. 실제로 이러한 재난이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 모두 지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올해 제51회 지구의 날(Earth Day) 주제는 “같이해, 지구회복” 즉 우리 모두 지구를 복원하자는 내용이다. 지구의 날(4월 22일)은 환경오염 문제의 심각성을 일깨우기 위해 제정한 날로, UN이 정한 세계환경의 날(6월 5일)과는 달리 순수 민간운동으로 1970년에 출발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9년부터 매년 ‘지구의 날’을 전후한 일주일을 ‘기후변화주간’으로 정했다. 

기후변화주간에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저탄소생활 실천의 필요성을 일리기 위한 소등(消燈)행사 등을 전국 각지에서 진행하고 있다. 올해도 전국의 공공기관, 주요 건물들을 중심으로 10분간 소등행사를 했다. 10분간 소등은 30년생 소나무 403 그루가 1년 동안 흡수하는 탄소량과 비슷하여 온실가스 2,660kg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  

우리 삶의 터전인 하나 뿐인 지구에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 기후변화(climate change), 기후위기(climate crisis) 등 다양한 변화가 찾아오고 있다. 지난 2015년 채택된 기후변화협정(파리 협약, Paris Agreement)에 따라 지난해 말 세계 각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국제사회에 공식 제출했다. 이에 올해는 ‘행동의 10년’을 시작하는 첫 해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최한 기후정상회의가 비대면으로 지난 4월 22일 개최됐다. 40개국 정상들이 전 세계 기후변화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며 한 목소리로 온실가스 감축을 외쳤다. 전 세계가 다시 한번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지난 5월 30-31일 서울에서 열린 P4G(Partnering for Green Growth and the Global Goals 2030) ‘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에서 다시 한번 뭉쳤다. 

세계 ‘탄소 중립’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20년 10월 2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국제사회와 함께 기후 변화에 적극 대응해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2020년 12월 10일 탄소중립과 경제성장, 삶의 질 향상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2050 탄소중립> 비전을 선포했다.

국내 탄소중립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하는 대통령 직속지구로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2021년 5월 29일 공식 출범했다. 탄소중립위원회는 기존의 녹색성장위원회, 국가기후환경회의, 미세먼지특별위원회 등 3개 위원회가 통합된 것이다. 위원회는 김부겸 국무총리와 에너지 정책학 박사인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공동위원장을 맡고, 18개 중앙행정기관장 및 산업계, 시민사회 등 민간 대표 등 총 97명으로 구성된 민관 공동 위원회이다.

탄소중립(carbon neutral)이란 일상생활과 산업활동 등으로 배출되는 탄소(온실가스, greenhouse gases, GHGs) 배출량을 최소화하고, 불가피하게 배출된 온실가스는 탄소포집ㆍ저장(CCS)과 산림, 습지 등을 통해 흡수 또는 제거해 ‘순 배출’이 O(carbon zero)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탄소 중립 실현은 재생에너지를 비롯해 전기차, 친환경 건축물 등 다양한 산업에 걸쳐 있다.

세계 각국은 탄소를 줄이고 친환경에너지로 전환하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수소산업 생태계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국내 수소 전문기업의 기술개발과 사업화를 지원하는 ‘수소 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약칭: 수소법)’을 2020년 2월 4일에 제정, 2021년 2월 5일 시행됐다.

지난 2018년 인천 송도에서 열린 제48차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ㆍ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총회에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가 195개국 회원국 만장일치로 승인됐다. 이 보고서는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 폭을 산업혁명 이전(1850-1900년)보다 1.5도 상승 이내로 제한해야하는 과학적인 이유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대응 방안 등을 담고 있다.

IPCC는 기후 변화와 관련된 전 지구적 위험을 평가하고 국제적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공동으로 1988년 11월에 설립한 유엔 산하 국제 협의체이다. 노벨위원회는 IPCC가 인간이 기후 변화에 미친 영향을 연구하고, 기후 변화 문제의 해결을 위한 초석을 다지는 데 노력한 공로를 인정해 2007년 노벨 평화상(Nobel Peace Prize)을 수상하였다.

이런 국제적인 협력을 만들어 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이희성(李會晟) IPCC 의장이 하고 있다. 이 의장은 경제와 기후변화 전문가로 1992년부터 IPCC에서 워킹그룹 공동위원장, 부의장 등을 맡으며 적극적으로 활동했으며, 2015년에 열린 제6대 의장 선거에서 산업 부문과 긴밀한 협력을 강조한 공약으로 좋은 반응을 얻어 당선됐다. 이회성(75세) 의장은 서울대 출신으로 미국 릿거스대학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경제학자 출신 환경공학 교수다.

이회성 의장은 기후문제 해결 없는 21세기란 상상할 수 없으며, 환경과 경제, 과학 기술 발전 등은 기후 대책에서 비롯될 것이라고 말한다. 기후 대책 없이는 우리가 희망하는 21세기 문화와 문명도 없다는 것이 2015년 파리협약 이후 분명해졌다. IPCC는 파리협약의 당위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했으며, 지난 5년 동안 IPCC가 발표한 지구 온난화 1.5도, 해양 및 빙권(氷圈) 온난화 등 특별보고서 3건은 즉각적 기후 행동의 필요성을 확인했다.

국립기상과학원이 발표한 ‘한반도 100년의 기후변화’ 자료에서 온실가스 농도가 상승해 기후변화가 초래됐고, 그로 인해 폭염 등의 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세계 온실가스 배출 7위’인 만큼 기후변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국민 대부분은 무관심하다가 폭염(暴炎)과 홍수(洪水) 같은 재난이 있을 때만 잠시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생각한다. 하지만 계절이 바뀌면 다시 기후변화를 까맣게 잊어버린다.

영국 임페리얼대학 조아나 헤이 교수는 “폭염은 1950년대엔 1000분의 1 빈도로 나타났는데, 지금은 10분의 1 빈도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대학 마이클 바이언 교수는 “인류가 만든 지구 온난화는 산업화 이전보다 지구 평균 기온을 1도 높였다”며 “이런 기온 상승은 기온 분포를 바꿔서 폭염 가능성을 증폭시킨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월 22일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해외 원전(原電) 시장 공동 진출을 약속했다. 탄소중립과 해외 원전 시장 진출은 현재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과는 양립할 수 없다. 이에 탈원전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 화석연료 발전을 줄이는 만큼 원전 설비를 증설하지 않고는 안전적인 전력 공급과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프랑스는 지난 1973년 1차 석유 파동 이후 대대적 원전 건설에 착수하여 현재 전력의 70% 이상을 원자력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프랑스의 경제적 사활을 중동 산유국들의 독과점 횡포에 맡겨둘 수 없기에 에너지 안보를 최우선으로 고려한 결과다. 우리나라도 에너지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므로 에너지 안보를 위하여 탈원전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

미국, 유럽 등 주요 국가들은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환경 규제를 강화하면서 탄소 배출이 없는 수소 산업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세계원자력협회(WNA)는 지난 3월 UN 유럽경제위원회가 주관한 워크숍에서 원자력 에너지로 청정 수소를 생산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즉, 원전에서 생산한 전기를 이용해 물을 전기분해하거나 열화학 반응을 이용해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소(水素, hydrogen)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가벼운 원소로 무색ㆍ무미ㆍ무취의 기체다. 주로 수소분자 H2로 이루어진다. 수소는 연소하더라도 공해 물질을 내뿜지 않아 석탄, 석유를 대체할 무공해 에너지원으로써 중시되고 있다. 1766년 영국의 헨리 캐번디시가 묽은 산(酸)과 금속과의 반응에서 생성되는 물질을 처음으로 확인하였으나 그 당시까지 널리 알려져 있던 연소설(燃素說)에 따라 수소를 원소로서 인식을 하지 못했다.

프랑스의 화학자 아우안 라부아지에가 수소를 새로운 원소로 인식하였으며, 1783년 작열(灼熱)한 철관 속에 수증기를 통과시켜 물을 분해하고 수소를 얻는 데 성공하였다. 또 수소를 연소시키면 물이 생기는 사실도 밝혔다. 원소명칭은 그리스어의 물을 뜻하는 히드로(hydro)와 생성한다는 뜻의 제나오(gennao)를 합쳐진 것으로 영어명 'hydrogen'은 여기에서 유래했다.

수소는 생산 방식에 따라서 크게 그레이ㆍ블루ㆍ그린 수소로 분류된다. 그레이 수소는 석유화학이나 정유, 제철 공정에서 부산물로 나오는 부생수소나 천연가스에서 추출하는 수소다. 생산 비용은 가장 저렴하지만,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돼 탄소 중립과는 거리가 멀다. 블루 수소는 그레이 수소 생산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포집ㆍ저장해 탄소 배출을 줄인 수소를 말한다.

그린 수소는 태양광ㆍ풍력 등 재생에너지에서 생산한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수전해)해서 얻는다. 생산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지 않아 이상적인 수소에너지로 분류된다. 그러나 재생에너지는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일정치 않고, 아직까지 생산 단가가 높아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에 주목받는 것이 원전이므로 세계 각국은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원전을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원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한데다 상대적으로 수소 활용 기술수준이 축적되어 있어 정부나 민간 차원에서도 수소 산업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SK(주)가 최근 투자를 결정한 미국의 수소기업 모놀리스(Monolith)는 블루ㆍ그린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청록수소’에 특화된 회사다. 청록수소는 블루에서 그린으로 넘어가는 중간단계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천연가스를 수소와 고체탄소로 분해해 수소를 만드는 방식이며, 이산화탄소가 생기지 않아 블루수소처럼 탄소포집 과정이 필요 없다. 

미국 투자회사인 골드만삭스(Goldman Sachs)에 따르면, 세계 수소 시장 규모는 2050년 12조달러(약 1경3400조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수소관련 글로벌 협의체인 수소위원회(Hydrogen Council)에 따르면, 2050년경 전 세계 수소 소비량은 약 5억4600만톤t으로 증가할 전망이며 이는 132억6000만배럴(barrel)의 석유를 대체하는 규모로 전 세계 에너지 수요의 약 18%에 달한다.

기후변화 대책과 경제 발전 대책은 동전의 양면과 같으므로 정부든 기업이든 기후변화 대책을 세워야 한다. 세계 각국이 경제 발전, 고용 증진, 빈곤 퇴치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기후 대책과 별개가 아니다. 따라서 기후 대책을 잘 세우면 우리 경제에 새로운 기회이고 희망이 될 것이다. SW

pm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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