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정책에 자폐인은 없다? 잇단 발표에 '배제'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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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정책에 자폐인은 없다? 잇단 발표에 '배제' 지적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1.06.21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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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분노, 불안 등 증가... 마스크 착용 어려움 등 토로
백신 우선 접종도 제외 "성인 자폐인 대책 전무"
estas "정부, 장애인 협약 위반"
지난 2015년 제8회 세계 자폐인의 날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자폐인사랑뱃지를 서로에게 달아주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2015년 제8회 세계 자폐인의 날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자폐인사랑뱃지를 서로에게 달아주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장애인 정책에서 자폐인들이 배제되고 있어 자폐인들이 어려운 삶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장애인 정책에서 자폐인이 제외됐고 최근 백신접종 시행계획에도 자폐인 등 장애인이 우선접종 순위에서 제외되면서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것이다.

성인자폐(성)자조모임 estas는 지난 18일 "세계 자폐당사자들이 함께 기념하는 '자폐인 긍지의 날'을 맞아 대한민국 정부에 코로나19 언택트 시대에 따른 자폐장애 정책 개선과 UN 장애인권리협약 이행을 대한민국 정부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현재 정부는 2018년 9월 '발달장애인 평생케어 종합대책'을 발표한 이후 '장애학생 인권 종합대책'(2018년 12월), '사회적경제를 활용한 발달장애인 자조모임 활성화 지원계획'(2019년 3월), '장애학생 진로직업교육 활성화 방안'(2019년 11월) 등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들 대책에는 모두 자폐인들의 현실이 반영되지 않아 자폐인들이 사실상 정부로부터 소외됐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일례로 '발달장애인 평생케어 종합대책'에는 발달장애인 당사자를 권리의 주체 대신 '돌봄'의 대상으로 명명하고, 미등록 자폐당사자 관련 정책은 빠져 있다. '장애학생 인권 종합대책'에는 특수학교 바깥의 장애학생 폭력 대책이 빠져 있고 중등교육 중 일반학교, 특히 일반학급 내 특수교육대상자 정책이 부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사회적경제를 활용한 발달장애인 자조모임 활성화 지원계획'에는 부모 자조모임을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11조의 '자조단체'로 인정했는데 자폐인 당사자를 '자조모임을 기반으로 한' 사회적 기업에 취직시킴으로써 오히려 당사자가 원하는 일자리 진출을 차단하는 효과를 만드는 등 일상생활 통제가 문제로 지적됐고 '장애학생 진로작업 교육 활성화 방안'은 자폐당사자 상당수가 고등교육에 진학하고 있는 현실을 무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고용이 적은 것 역시 자폐인들의 생활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가 되고 있다.

지난 3월 울산발달장애인지원센터가 국내 전체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팬데믹 시대 발달장애인의 생활실태와 및 서비스 욕구 변화 연구'에 따르면 발달장애인의 심리적 어려움이 늘어났다는 응답이 75.1%에 달했지만 실제로는 지적장애인의 경우 68.3%가 응답한 반면 자폐인은 81.5%가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중복의 경우 84.6%였으며 자폐와 지적장애 중복의 경우는 91.7%에 달해 자폐인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이 밝혀졌다.

특히 10점 척도(0-9)로 살펴보면 당사자의 자기자극 행동이 코로나 이전에는 4.00이었으나 코로나 이후에는 6.02로 크게 증가했고 중복의 경우 3.52에서 5.14로 급등했다. 충동행동은 코로나 이전 3.30에서 5.19로 높아졌고 불안은 3.53에서 5.73으로 늘어나는 등 코로나 이후 불안과 충동, 폭식, 자해 등이 모두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estas는 "특히 자기자극행동은 자폐당사자가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수행하는 신경다양적 행동으로 코로나19 이후 급격한 평균 상승은 자폐인이 느끼는 불안의 정도가 지적장애인보다 매우 크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이러한 불안이 쌓이면서, 답답함을 해결하지 못해 자폐당사자(31.3%)는 지적당사자(15.9%)에 비해 높은 분노 상태를 표출하였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코로나19 백신접종 3분기 시행계획'에 지역사회 거주 장애인이 우선접종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자폐인들은 마스크 착용을 어려워 해 일상생활에서 바이러스 접촉 가능성이 농후하며 이 때문에 병원을 가기도 힘들어한다는 것이 앞의 조사에서도 밝혀진 바 있다. 특히 코로나 이후 자폐인 돌봄에 시달리던 부모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문제가 발생하면서 이들의 일상 회복 및 정서적 안정을 위해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고 봤지만 접종 우선 순위에서 제외됐다는 것은 심각한 우려를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estas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 4조 3항과 33조 3항은 모든 장애인과 관련된 정책 수립 및 실행과정에서 장애인의 직접 참여를 강조하고 있으며, 이를 해설한 일반논평 7호에서는 자폐당사자의 참여 필요성을 여러 곳에서 강조함에도 대한민국 정부는 지속적으로 법률을 위반하고 있다"면서 "특히 성인 자폐인을 대상으로 전반적인 대책이 없는 상태인 만큼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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