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화 박사 펀 스피치 칼럼] 지평선은 넘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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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화 박사 펀 스피치 칼럼] 지평선은 넘을 수 없다??
  • 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 승인 2021.06.22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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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윤석열 전 총장 측 제공
사진=윤석열 전 총장 측 제공

[시사주간=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얼마 전 다녀온 강원도 홍천 샘골의 나비캠핑장은 그야말로 첩첩산중입니다. 제가 ‘94세 청년’으로 불러드리는 박상설 옹이 캠핑장 쥔인데요, 근처 식당으로 이끄셨습니다. ‘아, 이곳에도 제법 큰 식당이 있네??’ 한 뒤 ‘이 집 음식 최고겠다’라고 대번에 느낀 것이 벽도 모자라 천장까지 붙여진 유명인들의 방명록, 방문 소감문들 때문이었습니다.

지명도 높은 트롯가수들뿐 아니라 시골 노인들도 알만한 젊은 가수는 물론 유명 배우에 심지어 전직 장차관 인사, 결정적인 것은 웬만한 맛집 아니면 함부로 글 남기지 않는 <식객>의 허영만 화백까지 음식맛과 식당 분위기를 예찬하고 갔더군요.

식당 등의 업소 방명록은 이만큼 중요합니다. 대개 행사장, 관광명소나 국가기관 같은 곳에는 방명록이 있기 마련이고 어떤 명사가 어떤 글을 남겼느냐... 화제가 됩니다.

쓰라 해서 펜은 들었지만 함부로 아무 글이나 휘갈길 수 없습니다. 남게 되는 글이 적잖은 문제로 비화하기에 그렇습니다. 정치인들 글은 더욱 중요한 의미로 해석되고 큰 시비까지 일게 됩니다. 최근 영향력 어마어마하게 큰 정치인들의 방명록 글 중 사고(?)사례를 몇 소개해 봅니다.

지난 2007년, 당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대선후보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글을 인기작가 이외수 씨가 일일이 빨간줄을 그어가며 맹비난한 적이 있습니다. 종결어미 ‘읍니다’가 ‘습니다’로 개정된 것은 1988년 일인데 그것도 틀렸고, ‘바친다’와 ‘받친다’를 어찌 구분 못하느냐, 국어와 국사까지 영어로 가르치자는 분이 이 정도 밖에 안 되느냐는 호된 죽비였죠.

4년 전 대선 국면에서 5.18민주묘지 방명록에 ‘멸사봉공(滅私奉公)’ 한자를 ‘滅死奉公’, 죽을 ‘사’라고 잘못 쓴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후보도 다른 당의 질타를 받았죠. 그러자 홍 후보는 죽음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해 몸 바친다는 뜻을 쓰느라 일부러 그랬다고 했다가 ‘거짓말이 더 나쁘다’는 2차 비난까지 들었습니다.

자, 최근의 최고 화제 인물, 누군지 다들 아시죠? 네, 맞습니다. 장동건보다 BTS 이상으로 딥따 인기 짱인 그분 이야기로 넘어 갑니다.

김대중도서관을 찾아서 DJ선생의 업적과 정신을 칭송한 것은 좋습니다. 칭찬해줄 사람을 칭찬한 것은 칭찬받아 마땅한 일입니다. 다만, 방명록에 쓴 용어구사에 삑사리가 나고만 거죠. 가뜩이나 반대파 사람들에게 격한 공격을 받고 있는데, 제대로 한 건 걸려버린 겁니다.

땅과 하늘이 맞닿은 지평선은 전북 김제에 가면 멋진 그 장면을 볼 수 있는데, 이걸 넘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지평(地平)은 크게 다르죠. 사물의 전망이나 가능성 따위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니 ‘무슨 분야의 새 지평을 열다’로 씁니다. 

그런데 ‘지평선을 넘었다’라고 했고, 통찰(洞察)을 써야할 곳에 성찰(省察)을 써서 비문(非文)이 되게 했다는 비난을 받았습니다.

법조인 되려면 사법고시라는 시험을 봐야 하지만 더욱 중요한 대통령이나 높은 선출직 공직자는 투표(인기)라는 것으로 뽑는데, 무슨 대수이겠느냐고 할 분도 많겠네요. 뭐 그렇다는 겁니다.

이미 학생 때부터 직업작가가 되어 명문으로 이름을 날린(ㅋㅋ 제 일방적 주장) 저는 방명록에 글을 틀리지 않게, 아주 삼삼하게 잘 쓸 자신이 있는데, 왜 불러주는 데가 전혀 없는 걸까요? SW

erobian20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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