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운동 참여' 미얀마인 4명, 난민 인정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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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운동 참여' 미얀마인 4명, 난민 인정 되나?
  • 황채원 기자
  • 승인 2021.06.25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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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신청서 제출 "실제 군부 박해 여부는 확인해야"
'인도적 특별체류' 허용했지만 '영구 체류 불가능' 문제
난민 인정 '하늘의 별 따기', 모호한 기준 등 걸림돌
지난 23일 '기후·노동·인권악당 막아내는 청년학생 공동행동'이 난민 신청을 한 미얀마인들의 난민 인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기후·노동·인권악당 막아내는 청년학생 공동행동
지난 23일 '기후·노동·인권악당 막아내는 청년학생 공동행동'이 난민 신청을 한 미얀마인들의 난민 인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기후·노동·인권악당 막아내는 청년학생 공동행동

[시사주간=황채원 기자] 지난 10일 미얀마 군부 쿠데타 이후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미얀마인 4명이 우리 정부에 난민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들이 난민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지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미얀마 민주화 운동 참여를 이유로 난민 심사가 진행된 최초의 사례인데 민주화 운동 참여 여부 확인과 더불어 난민 인정 과정의 까다로움 등이 벽으로 작용하고 있어 결과에 관심이 모아진다. 참고로 지난 20일은 '세계 난민의 날'이었다.

미얀마 민주주의 네트워크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 양곤에서 출발한 미얀마인 여성 4명이 지난 10일 오전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이들은 한국을 경유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로 들어가는 항공권을 끊고 국내에 입국했는데 두바이로 가지 않고 "정치적 박해를 받고 있다"며 난민 신청을 한 것이다. 이들은 민주화 시위에 참여했다는 내용이 담긴 다량의 증거 자료들을 난민신청서와 함께 제출했다. 미얀마 군부 쿠데타 이후 난민을 신청하고 난민 심사를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이들이 군부가 민주화 인사들을 억압하기 위해 만든 '블랙리스트'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고 특히 미얀마에서는 여성이 여권을 갖기 힘들다는 점에서 실제로 군부의 박해를 받았는지는 확인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난민법 17조에는 본인의 동의 없이는 신청자의 인적사항을 누설할 수 없고 신청에 대한 어떤 정보도 출신국에 제공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지난 23일 오후 '기후·노동·인권악당 막아내는 청년학생 공동행동'은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이들의 난민 지위를 인정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미얀마 군부 쿠데타 이후 민주항쟁에 참여한 미얀마 시민들이 박해받고 있다는 사실은 자명하다"면서 "법무부는 미얀마에 연대하고자 하는 한국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한국에 온 미얀마 민주항쟁 참여자 4인에게 아주 긴급히 난민 지위를 인정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해당 시민들에 대해 난민 지위 인정이 아니라 인도적 체류 허가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인도적 체류의 경우 취업이 원칙적으로 제한되는 기타(G-1) 체류 자격만이 주어지고, 고용을 한국에 허가받아야 하지만 이 과정 또한 쉽지 않다. 언제 쿠데타가 종식될 지 모르는 상황이기에 법무부는 반드시 이들의 난민 지위를 긴급하고 신속하게 인정해야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우리 정부는 지난 3월부터 국내에 체류 중인 미얀마인들을 대상으로 인도적 특별체류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인도적 특별체류는 미얀마 정세가 안정될 때까지 체류 자격이 부여되는 것으로 영구 체류가 가능한 난민과는 틀리다. 또 공동행동에서 지적한대로 취업 제한이 있고 취업 허가 과정이 쉽지 않다는 어려움이 있어 한국 내 생활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이 때문에 이들을 난민으로 인정하고 보호해야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징이다.

이날 회견에 참여한 청년정의당 서울시당 학생위원회 변현준씨는 "여전히 한국기업들이 군부의 자금줄이 되어 있다. 군함을 대신 사주고 군복을 대신 만들어주고 있다. 애타게 그 돈의 흐름을 멈추라 외쳐도 그들은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반복하고, 미얀마 시민들의 죽임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 정부도 여기에 책임이 있고 그들이 이곳에 오게 된 것 자체가 한국의 책임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난민 지위 인정은 '하늘의 별 따기' 상태다. 지난 3월 난민인권센터가 공개한 '2020년 국내 난민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총 6684건의 난민 신청이 있었지만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사람은 0.4%에 불과한 52명(재정착 제외)이며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누적 난민인정자는 총 1084명이다. 0.4% 인정률은 전해인 2019년과 똑같으며 지난해 EU 평균 난민인정률(32%)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는, 최저치 수준이다.

또 난민심사 과정에서 난민면접조서에 각각 다른 사유와 다른 상황을 가진 신청자들임에도 '돈 벌러 왔다'는 식의 공통 문구를 기재하는 등 가짜 서류와 형식적 확인이 이어지면서 '인권침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지난해 10월 국가인권위원회는 △법 개정을 통해 녹음·녹화 의무화 및 난민신청자에게 녹음·녹화 파일 등 생성자료의 열람과 복사 보장, △난민면접조서에 공무원 등의 이름 삭제 관행 시정, △난민심사 인력에 대한 훈련과정과 평가제도 마련, △난민전담공무원에 대한 실질적 관리감독 방안 마련할 것 등을 법무부장관에게 권고한 바 있지만 미비한 안내, 과도한 증빙자료 요구, 낮은 승인률 등은 여전히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과거 종교 개종에 대한 위험을 이유로 한국 정부에 난민 신청을 했던 김민혁 군와 그의 아버지의 사례는 난민 인정의 모호한 기준을 알린 점에서 이슈가 됐다. 김민혁 군의 경우 학교 친구들의 국민청원 등의 도움으로 난민 인정을 받았지만 같은 이유임에도 그의 아버지는 재심사까지 불인정을 받았는데 "적극적인 신앙생활을 하지 않아 박해의 위험이 없다"는, 현실과 다소 동떨어진 결정을 내렸다는 점과 함께 아들과 같은 이유임에도 아버지가 불인정을 받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결국 지난 4일 김군의 아버지가 법정 소송에서 승리하면서 아버지 역시 난민 인정을 받을 길이 열렸다.

확인 과정을 거쳐야하는 상황이지만 이번 난민 인정 문제는 한국과 미얀마 시민들의 연대와도 관련이 있는 부분이기에 많은 이들이 결과를 궁금해하고 있다. 난민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여전한 한국이지만 미얀마 시민들이 민주화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한국이 난민을 받아들이는 자세를 보여야한다는 주장이 지속되고 있다., 문제 투성이가 된 난민 정책의 변화 가능성 역시 주목되는 상황이다. SW

hcw@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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