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 외면한 '5人 미만 사업장', 차별받는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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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 외면한 '5人 미만 사업장', 차별받는 노동자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1.06.29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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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기준법부터 적용 대상 제외, 최소 360만명 '사각지대'
중대재해처벌법, 주 52시간 노동제, 직장 내 괴롭힘 법 등 모두 해당 안 돼
대체공휴일법도 제외 "합법적 노동권 박탈 가능해져"
지난 21일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국회 앞에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게도 대체공휴일을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사진=뉴시스
지난 21일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국회 앞에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게도 대체공휴일을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근로기준법 등 노동법에 '5인 미만 사업장'이 포함이 되지 않아 사업장 노동자들이 불평등한 대우를 받고 있다. 기초적인 근로기준법에서 이미 5인 미만 사업장이 포함되지 않았으며 주 52시간 노동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그리고 최근 시행을 앞두고 있는 대체공휴일에도 포함되지 않아 최소 360만명의 노동자들이 모든 법적 권리에서 배제되고 차별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근로기준법 11조는 법의 적용 범위에 대해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고 되어있어 5인 미만 사업장은 가장 기초가 되는 근로기준법 적용에서 벗어나 있다. 물론 2항에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하여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이 법의 일부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지만 이것이 적용되는 사례는 거의 없다.

현재 고용노동부는 전체 노동자의 20% 가량인 약 360만명을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4대보험 가입자를 근거로 한 것이며 실제 사업주가 이를 피하기 위해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쪼개기 사업장을 만드는 경우가 많아 정확한 숫자는 아직 알 수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이들이 근로기준법에서 제외가 되다보니 임금과 복지, 안전, 보상 등이 미비한 상태며 이 상태에도 사업주가 처벌을 받을 근거가 없다. 여기에 최근 나온 제도나 법도 5인 미만 사업장을 제외하고 있어 문제가 커지고 있다.

일례로 다음달 1일부터 주52시간 근무제가 확대 시행되지만 확대 범위가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 그쳐 5인 미만 사업장은 여전히 의무 시행에서 벗어나 있다. 이렇게 되면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초과근무를 하게 되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게 된다.

또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역시 5인 미만 사업장을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 최소 360만명의 노동자들은 중대재해를 입어도 회사가 책임지지 않는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현재 산재 사고 중 35%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나오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 사업장을 제외한다는 것은 산업재해 감소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은 물론 노동자의 사고 위험이 더 높다는 것을 입증한다.

지난 20일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5인 미만 사업장 근무자 중 36.0%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밝혀 전체 직장인 평균(32.5%)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5인 미안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다보니 직장인이 상사의 갑질 등을 당해도 신고조차 못하고 있으며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43.4%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있다는 것 자체도 모르고 있다.

직장갑질119는 "정부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퇴사할 경우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고용보험법 시행규칙을 개정했지만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이것이 적용되지 않는다. 또 5인 미만 사업장 직장인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노동청에 신고하면 노동청에서는 법 적용이 되지 않는다며 행정종결하거나 취하시키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는데 신고도 하지 못하고 보험료를 냈지만 실업급여도 받지 못하는 2중 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가 하면 29일 국회를 통과해 올해 광복절부터 시행되는 대체공휴일법도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과 충돌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고 이 때문에 '쉬는 것도 차별받는다'는 노동계의 반발이 나오고 있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24일 5인 미만 사업장 제외에 대해 "식당 등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을 생각하면 현실을 감안할 수 밖에 없는 안타까움이 있다. 근로기준법이 상위법인 만큼 5인 미만 사업장은 대체공휴일을 적용받기 어렵다"고 제외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이처럼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이 법적 권리를 얻지 못하면서 같은 노동자임에도 차별을 받고 있다는 비판이 지속됐다. 사업장의 어려움을 반영한 정책이라는 이유가 나오지만 이로 인해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똑같이 고용보험에 가입하고 똑같은 노동을 하는 노동자가 근로시간, 휴일, 직장 내 괴롭힘 등에 대한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헌법에 명시된 '평등권'을 위반한 것이라는 게 비판의 요지다.

민주노총은 지난 17일 논평에서 "대한민국 헌법은 11조에 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하다고 했지만 주 52시간 근무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대체공휴일에 최소 360만명의 노동자는 제도 밖에 있다. 작은 사업장,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유령이고 이들의 노동은 유령노동인가?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헌법적 권리마저 빼앗긴 채 노동하며 살아야하는가?"라고 비판했다.

녹색당은 25일 "근로시간 상한, 연장·야간·휴일수당, 연차휴가, 생리휴가, 직장 내 괴롭힘 금지, 해고 제한 등에서 제외되는 5인 미만 사업장은 ‘합법적’으로 노동권 박탈이 가능해, 이른바 ‘사업장 쪼개기’가 기승을 부린다. 서류상 법인을 여럿으로 나눠 5인 미만으로 위장하는 것이다. 근무자 250명이 넘는 콜센터가 사업장 쪼개기로 4대 보험 가입 직원은 단 2명인 경우도 있었다. 근로기준법을 하루빨리 개정해 5인 미만 사업장에 확대 적용해도 모자랄 때, 국회와 정부가 나서 중대재해처벌법, 대체휴일법 등 예외 사항을 늘리고 있으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결국 이로 인해 현재 5인 미만 사업장의 권리를 막고 있는 중심인 근로기준법 11조를 개정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와 국회가 사업장의 영세함과 더불어 근로기준법과의 충돌을 제외 이유로 계속 거론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상황이 사업자를 위주로 진행하다보니 노동자의 차별을 더 유발시키는 결과를 일으키고 있다는 점에서 근로기준법 개정 논의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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