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비하용어 사용, 언론 규제와 자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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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비하용어 사용, 언론 규제와 자율
  • 김철환 활동가
  • 승인 2021.07.01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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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비하 용어를 사용한 언론의 차별진정에 참여한 장애인들의 진정서. 사진=장애인정보문화누리
장애인 비하 용어를 사용한 언론의 차별진정에 참여한 장애인들의 진정서. 사진=장애인정보문화누리

[시사주간=김철환 활동가] 지난 2013년 장애인 단체인 ‘장애인정보문화누리’(장애누리)가 언론사를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집단진정을 낸 바 있다. 진정 대상은 국내 80여개가 넘는 언론이며, 176명의 장애인이 진정에 동참했다.

당시 장애누리가 차별진정을 한 이유는 끊이지 않는 언론사들의 장애인 비하용어 사용 때문이다. 앉은뱅이, 외팔이, 난쟁이, 절름발이, 불구, 장님, 소경, 애꾸눈처럼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은 용어들이 언론기사에 심심치 않게 등장했던 것이다. 

장애누리가 실시한 2013년 상반기의 언론모니터링을 보면, 장애인을 비하할 수 있는 용어 사용이 2183건이었으며, 장애 유형별로 지체장애인 1066건, 시각장애인 485건, 청각장애인 495건, 기타 137건 등이 부적절하게 사용되었다.

차별진정을 접수한 인권위원회는 다음 해인 2014년 주요 일간지와 지상파 방송 3사 등 언론사에 개선을 요구하는 권고를 했다. “언론보도에서 장애인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만들 수 있는 지칭이나 속단, 관용어가 사용되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내용이다. 

더 나아가 인권위원회는 ‘인권보도준칙’은 물론 ‘장애인 보도준칙’을 준수하고 기자들을 대상으로 인권교육을 실시하라고 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도 권고했는데, 언론들이 보도를 하면서 장애인 비하표현을 사용하지 않도록 관심을 기울여 달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권고 이후에도 언론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특히, 군소 언론의 경우에는 인권위원회 권고에 아랑곳 하지 않았다. 이에 장애인단체의 항의들이 이어졌다. 그리고 시간이 한참 흐른 최근에는 변화의 모습들이 감지되고 있다. 

올해 장애인의 날 전후로 장애인먼저실천본부가 실시한 모니터링 결과를 보면, 언론기사에서 ‘정신병’이나 ‘벙어리’ 같은 표현이 사용되고 있지만 그 외의 비하 장애인 용어들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인권위원회의 권고가 나오기 직전인 2014년 장애의 날 전후에 실시한 모니터링에서 ‘절름발이’ 55건, ‘벙어리’ 110건, ‘장님’ 134건 등이 발견된 것과 대비되는 것이다. 

물론 이 조사는 모니터링을 한 기간이 짧으며 모든 언론사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언론에서의 장애인 비하 용어 사용이 과거에 비하여 현격히 준 것은 확실하다.

이는 장애인단체의 활동은 물론 인권위원회의 권고가 영향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다 설명하기는 어렵다. 국내외적으로 변화하는 장애인 인식 향상이나 논란이 되고 있는 정치인들의 장애인 비하용어 사용 등도 언론사들이 자기검열의 환경을 만들었을 것으로 본다. 규제와 자율적인 점검이 장애인 비하용어 사용을 줄이는데 기여를 한 것이다.

우리나라 헌법 제22조에 의하면 국민이면 누구나 표현의 자유가 있다. 하지만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제21조 제4항)하는 경우에는 제약을 받는다. 그러한 제한도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제37조 제2항)에 한하고, 법률로서 명시하도록(명확성원칙, 과잉금지원칙) 하고 있다.

규제를 하되 표현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훼손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언론 보도를 하면서 장애인의 권리를 존중하되 언론의 자유를 보장해야 하는데, 그 지점이 어디까지인가가 앞으로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특히 관습적으로 사용하는 문구나 전통적인 작품, 문학작품에서의 장애인을 비하할 수 있는 용어 사용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다시 말하여,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되 장애인의 사회통합에 저해되지 않는 환경마련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본다. SW

k6469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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