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가상자산 상용화 이뤄질까? 한은 CBDC 모의실험 8월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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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가상자산 상용화 이뤄질까? 한은 CBDC 모의실험 8월 착수
  • 오영주 기자
  • 승인 2021.07.08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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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부터 약 10개월간 CBDC 화폐 기능 실험 후 상용화 검토
오는 12일 사업신청자 입찰 마감...삼성, SK, LG등 각축 예고

[시사주간=오영주기자] 한국은행이 민간기업과 손잡고 진행하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모의실험 연구’의 입찰 마감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CBDC는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전자화폐로, 현금처럼 사용이 가능하다. 

이번 모의실험 사업은 49억6000만원 규모로 오는 8월부터 약 10개월간 2단계에 거쳐 클라우드’ 가상공간에서 참여 기업과 함께 CBDC 발행부터 결제까지 실험할 예정이다. 가상 환경에서 CBDC가 화폐로서 제기능을 하는지 실험한 뒤 상용화 여부를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이달 5일부터 오는 12일까지 사업신청자 입찰을 받은 뒤 기술평가를 거쳐 이달 말 사업자를 선정한다. 10일 진행된 모의실험 설명회에는 30여 개 기업이 참여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네이버와 카카오, LG CNS는 입찰 참여를 이미 확정했으며, 그외에도 삼성SDS, SK C&C,  LG CNS 등이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라인

먼저 네이버는 자회사 라인플러스와 네이버파이낸셜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추진할 것으로 점쳐진다. 네이버 자회사인 라인 관계자는 “앞서 한은의 CBDC 파일럿 시스템 컨설팅 용역에 참여한 적이 있고, 아시아 등 다양한 지역의 중앙은행과 CBDC 플랫폼에 대해 논의하며 기술 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에서는 블록체인 기술 계열사인 그라운드X가 참여한다. 그라운드X는 지난 4월 싱가포르 등의 CBDC 사업을 진행한 경험을 가진 미국 블록체인 기업 컨센시스와도 기술 협력을 맺으면서 이번 사업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기업들은 컨소시엄 구성에는 말을 아끼고 있다.

사진 출처=삼성SDS
사진=삼성SDS

삼성SDS는 회계·컨설팅 법인 EY한영의 협력업체로 한국은행이 지난해 11월부터 진행한 ‘CBDC 파일럿 시스템’ 컨설팅 용역사업에 참여했다. 한은은 이 사업을 통해 CBDC 구축에 필요한 업무프로세스 분석과 외부 컨설팅을 마쳤으며, 이를 토대로 올 하반기부터 가상환경에 작동하는 시스템을 구현해 테스트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 CBDC, 각국 중앙은행 주목하는 이유는?

CBDC는 민간에서 발행하는 암호자산의 영향력에 따라, 중앙은행의 화폐 발권력이 흔들리는 것을 막기 위해 선제 대응격으로 발행에 나선 화폐라고도 볼 수 있다. CBDC는 중앙은행만 발행할 수 있고 비트코인, 이더리움처럼 극심한 시세변동이 없다. 다만, 가상화폐의 핵심 기술인 ‘분산원장 기술’은 똑같이 적용된다. 분산원장은 거래 정보가 기록된 원장을 특정 기관의 중앙 서버가 아니라 공유 네트워크에 분산해 참가자들이 공동으로 관리하는 기술이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전 세계 중앙은행의 86%가 CBDC 관련 연구와 개발, 실험 등을 추진하고 있다. BIS는 최근 금융을 현대화하고 정보기술(IT) 기업의 통화 지배를 예방하려면 CBDC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달 11일 한은 창립 71주년 기념사에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CBDC 도입 필요성이 더욱 커질 수 있는 만큼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며 “CBDC 모의실험에 착수해 기능과 활용성을 차질 없이 테스트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3월에는 “향후 CBDC가 도입되면 지급 수단으로서의 암호화폐 수요는 감소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금 사용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스웨덴 역시 지난해 2월부터 유럽 최초로 CBDC 발행 및 사용법을 점검하기 위한 시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스웨덴 중앙은행은 CBDC를 발행하고 참여 기관들이 이를 가상 환경에서 유통시키는 1단계 테스트를 최근 마쳤다. 블록체인 관련 가장 적극적인 중국은 지난해 10월부터 베이징, 선전 등에서 ‘디지털 위안화’ 사용 실험에 돌입하기도 했다. 

반면, 미국은 아직 CBDC 도입에 신중한 입장이다. 최근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주요 인사들은 잇따라 CBDC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드러냈다. 

◇ 한은 CBDC 상용화, 아직 시기상조…지급결제환경변화 대비 차원

한은 역시 CBDC에 대해 마냥 적극적인 것이 아니다. 한은은 이번 연구가 CBDC 발행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라고 재차 강조했다. 따라서 국내에서 단기간에 CBDC가 발행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현금 이용 비중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상황에선 CBDC가 도입돼야 하겠지만 그 상황이 언제 올지 가늠할 수 없다”면서 “지금의 연구와 준비 단계는 현금 이용 비중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등 지급결제 환경이 변할 상황을 대비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는 “현금 이용 비중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상황에선 CBDC가 도입돼야 하겠지만 그 상황이 언제 올지 가늠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내 지급수단에서 현금 이용 비중은 2019년 기준 26.4%로 2년 전보다 9.7%포인트 감소했지만 여전히 20%가 넘는다. 앞서 이주열 총재도 “CBDC 도입을 결정하려면 기술적 문제뿐 아니라 제도적, 법적 요인도 있기 때문에 시기를 구체적으로 확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SW

oyj@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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