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져버린 '최저임금 1만원', 개념부터 다시 파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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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져버린 '최저임금 1만원', 개념부터 다시 파악하라?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1.07.13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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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최저임금 9160원, 올해보다 5.1% 인상
경영계 노동계 모두 불만, 심상정 "박근혜 정부보다 후퇴"
최저임금 아닌 '최고임금' 인식, 노동자 삶과 괴리
지난 12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가 내년 최저임금을 9160원으로 결정하며 마무리됐다. 사진=뉴시스
지난 12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가 내년 최저임금을 9160원으로 결정하며 마무리됐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최저임금 1만원'이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다. 올해보다 5.1% 인상된 9160원으로 내년 최저임금이 결정됐지만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최저임금 논쟁이 사실상 '을과 을의 대립'을 만들어낼 뿐이라는 지적과 함께 최저임금의 개념 정립부터 다시 시작해야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난 12일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8720원)보다 440원(5.1%) 인상된 9160원으로 결정했다. 최종안으로 노동계가 1만원(16.4% 인상), 경영계가 8850원(1.5% 인상)을 각각 제시했지만 결국 노사 모두 반대의 뜻을 표하고 회의장을 나가면서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9160원 안이 통과가 됐다. 이를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중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3일 "어려운 경영여건 속에서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영세 중소기업, 소상공인의 처절한 외침을 외면한 채 고율의 최저임금 인상을 결정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시한다. 특히 지금도 현상 유지조차 어려운 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을 한계상황으로 내몰고 최저임금 근로자의 약 83%가 종사하는 30인 미만 사업장에 치명적인 추가 부담을 초래할 것"이라며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 역시 "최저임금 상승은 중소기업, 소상공인의 경영애로를 심화시키고 고용시장 상황을 더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 코로나로 가뜩이나 힘든 중소기업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한계에 부딪힌 소상공인의 현실을 감안한다면 경제계는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노동계의 불만도 크다. 한국노총은 13일 "코로나로 인한 피해 책임을 저임금노동자의 생명줄인 최저임금에 전가하면 안 된다. 우리나라에 뿌리깊게 자리잡은 불공정거래와 임대료, 카드수수료 문제 등에 대한 개선 없이 오로지 최저임금만을 볼모로 잡는 프레임을 깨고 싶었지만 결과적으로 인상수준은 최저임금노동자의 삶을 개선시키기에 여전히 부족하다"고 밝혔다.

또 민주노총은 "문재인 정권의 희망고문이 임기 마지막 해에 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기만으로 마무리됐다. 이는 저임금 노동자의 삶을 외면하는 처사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논의과정 내내 을과 을들의 갈등만 야기하고 있다"면서 하반기 총파업 투쟁을 전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과거 박근혜 정부보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13일 의원총회에서 "박근혜 정부의 평균 최저임금인상률은 7.4%지만 문재인 정부의 평균 인상률은 7.3%로 탄핵정부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게 됐다. 2017년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최저임금 공약이 '2022년까지 1만원' 달성이었다. 보수정당의 공약보다 못한 결과다. 결국 문재인 정부는 요란했던 '소득주도성장'을 스스로 매장시켜버렸다"고 비판했다.

매년 최저임금 인상을 놓고 노동계와 경영계는 갈등을 드러냈고 결국 양측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결론으로 끝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경영계는 중소기업, 영세기업의 문제를 이유로 동결  혹은 소폭 인상을 요구하는 반면 노동계는 현재의 임금으로는 최저 생계비조차 충족시키지 못해 최저임금을 올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후보들이 '최저임금 1만원'을 너도 나도 외쳤지만 결국 눈치보기 끝에 1만원의 꿈은 날아가고 말았다.

실제로 올해 최저임금위가 낸 '비혼 단신 근로자 실태생계비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비혼 단신 노동자의 최소 생계비는 208만4332원으로 이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이 9973원을 넘어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기업들이 영세기업의 현실을 내세우며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고 있고 결국 중재를 이유로 최소 생계비에 못미치는 '변죽' 인상으로 끝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이 때문에 최저임금에 모든 것을 거는 식의 논의에서 벗어나 자영업자, 영세기업 등에 안정자금을 지원하는 방식 등을 통해 자영업 및 중소기업을 위한 별도의 정책을 마련하는 식으로 기업은 산업 정책으로, 노동자는 임금 정책으로 문제를 해결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특히 경제위기 때마다 '최저임금 인상이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재계와 보수언론의 논리는 결국 경제 위기를 저소득 노동자들에게 돌리는 꼴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저임금의 개념 정립부터 다시 시작해야한다는 지적도 있다. 신정웅 알바노조 위원장은 12일 세종시 고용노동부 앞에서 열린 투쟁문화제에서 "최저임금은 '근로자에 대하여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해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시간당 8720원 주면서 국민경제가 발전하기를 바라는가? 최저임금은 보편적 삶을 살 수 있고 내일을 꿈꿀 수 있는 범위에서 산정되어야한다"고 밝혔다.

즉 최저임금은 '노동자가 제대로 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최소의 금액'이고 이를 바탕으로 논의가 되어야하는데 지금의 논의는 '최고임금'의 개념으로 이루어지다보니 서로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들려는 싸움으로 변질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최저임금이 인상된 2018년과 2019년에 고용이 증가한 사례가 있어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불안으로 이어진다는 논리가 사실상 틀린 것으로 나타나는 등 근거의 빈약 역시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최근 코로나 사태 이후 상권의 쇠퇴와 경쟁의 심화 등 외부의 문제들이 발생했음에도 최저임금 인상만을 문제로 내세우는 것은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뉴질랜드, 독일 등 해외 국가들이 내수 경제 회복을 위해 최저임금을 올린 점도 최저임금에 대한 개념부터 다시 생각해야한다는 이유로 꼽힌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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