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특금법 신고기한 코앞, 거래소와 투자자의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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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특금법 신고기한 코앞, 거래소와 투자자의 미래는?
  • 오영주 기자
  • 승인 2021.08.12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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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계좌 발급 및 ISMS, 9월 24일까지 갖춰야
‘말이야 쉽지…’ 국내 거래소들 높은 문턱에 난색

[시사주간=오영주 기자] 금융당국이 예고한 암호화폐 거래소 신고 기한이 다음달로 다가왔다. 신고 기한은 9월 24일까지로 모든 암호화폐 거래소는 특금법에 따라 실명계좌 발급,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등의 요건을 갖춰 금융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외국 거래소도 마찬가지다. 금융당국은 “원화결제·한국어 홈페이지 서비스 등 한국인을 대상으로 가상자산 서비스를 하는 해외 사업자도 특금법상 신고의무가 있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에는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가 자사 거래소 웹페이지 언어 선택 창에서 한국어 옵션을 삭제해 눈길을 끌었다. 원화를 이용하는 거래 역시 개인간(P2P) 거래로 한정됐다. 바이낸스는 이같은 서비스 변화에 대해 별도의 공지나 안내 등을 하지 않은 상태다. 

◇ 특금법 시행 앞두고 거래소들 ‘공황’ 이유는?

이러한 특금법 제도를 앞두고 국내 코인 시장은 혼란스러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실질적으로 은행과의 실명 계좌 제휴를 맺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은행이 자금세탁 위험성 때문에 거래소 신고에 필수적인 실명계좌 확인서 발급을 꺼리고 있다는 의견도 나타나고 있다. 

한 중소 거래소 관계자는 "금융당국과 특금법이 요구하는 조건에 맞췄음에도 은행들은 내부 평가 기준 등을 이유로 실명계좌를 내어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서 "사실상 4대 거래소 외의 곳들은 문을 닫으라는 소리가 아니냐"고 토로했다.

4대 거래소인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은 은행과 실명확인 계좌 계약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유일한 곳들이다. 다만, 이들도 정식 계약이 아닌 특금법상 신고 시한까지 연장 결정이 미뤄진 ‘재계약 후보’들이기 때문에 앞날을 보장할 수 없다.

 (왼쪽부터) 이종구 한국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위원장, 이석우 두나무 대표, 허백영 빗썸코리아 대표, 오갑수 한국블록체인협회장, 오세진 코빗 대표, 차명훈 코인원 대표, 전중훤 한국블록체인협회 글로벌협력위원장. 사진=한국블록체인협회

특히 빗썸과 코인원은 최근 농협으로부터 실명계좌 발급 위기를 겪기도 했다. 농협은행이 실명계좌가 연계된 거래소인 빗썸과 코인원에 '트래블룰' 체계를 구축하기 전까지 암호화폐 입·출금을 중단해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트래블룰은 가상화폐를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정보를 모두 수집하도록 의무를 부과한 규제로, 암호화폐 송금 때 송금인과 수취인을 사업자가 모두 파악하도록 한 자금이동규칙이다. 하지만 가상자산 업계는 당장 내년 3월 도입되는 트래블 룰에 맞춰 시스템을 구축하는 건 물리적인 한계가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국내 4대 가상자산거래소는 내년 3월 발표 예정인 ‘트래블 룰’ 공동 대응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에 나서기도 했다. 빗썸 관계자는 “거래소들의 협업이 필수적인 상황이지만 오는 9월까지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완료 후 내년 3월 트래블 룰 적용까지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은 만큼 국제 기준 준수를 위해 우선 국내 4대 거래소가 나섰다”고 설명했다.

◇거래소 줄폐업 예상, 투자자들은 어디로 가나

국내 최대 4대 거래소도 쩔쩔매는 상황인 만큼 은행과 실명 계좌 제휴를 맺지 못한 중소 거래소들은 추풍낙엽으로 줄폐업될 것이란 예상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79개 거래소 중 대다수가 사실상 영업을 중단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거래소들이 줄폐업하는 상황이 현실화되면 수천억원의 금액이 증발하는 등 투자자들이 충격을 받게 된다. 국내 코인 투자자들은 6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와 관련, 거래소들과 코스콤(한국증권전산)은 최근 미신고 거래소의 가상 자산을 일시적으로 보관해주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방안이 추진되면 폐업 거래소를 이용한 투자자들의 암호화폐 자산은 청산 시스템으로 이전되고, 이후 신고된 거래소로 투자금을 옮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만큼 투자자들은 코인 시장을 대거 이탈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6일 모바일 데이터 분석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국내에서 거래량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진 업비트의 앱 사용자 수는 안드로이드·IOS 기준 지난달 총 499만3891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6월 총 사용자 수 564만3642명에서 한달 사이 100만 명 가까이 줄어든 숫자다. 

또 지난 6월 말 기준 4대 거래소의 실명계좌를 통한 총 거래금액은 약 401조원으로, 5월 거래금액인 1322조에 비해 절반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 정치권, 관련 법안 발의…신고 유예 기간 연장될까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 사진=뉴시스

최근에는 이러한 상황을 두고 정치권에서 신고 유예 기간을 연장하자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지난 6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등 12명은 거래소들의 신고를 6개월 연장하는 내용 등이 담긴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에는 암호화폐 거래소가 은행으로부터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 발급 심사를 공정하게 받을 수 있도록 '가상자산거래 전문은행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도 담겼다.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 등 12명도 실명계좌 확보 문제와 피해자 대책 마련 등 충분한 논의를 위해 암호화폐 거래소의 신고 유예기간을 올해 12월까지 한시적으로 연장하자는 내용의 특금법 개정안을 지난 4일 발의했다. 이와 함께 사업자 신고과정서 실명확인 가능한 입출금 계정 확보 요건을 삭제하는 등의 내용도 담았다.

업계에서는8월 임시국회에서 논의될 가상화폐 관련 법안들에 마지막 희망을 품고 있는 거래소들도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W

oyj@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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