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이 필요한 정치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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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이 필요한 정치인의 말
  • 주장환 논설위원
  • 승인 2021.09.07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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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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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주장환 논설위원] 요가나 인도 명상에는 산스크리트어인 '디야나(dhyana)'라는 말이 있다. 선정(禪定), 정려(靜慮). 무념무상(無念無想)을 의미한다. 그런데 영어에서는 명상(contemplation)이란 단어로 표시돼 있다. 적절한 번역일까? 아니라고 본다. 'contemplation'은 하나의 주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아무래도 느낌이 다르다. 전문가들은 'contemplation'은 순수한 형태의 사유를 의미한다고 한다. 그러나 디야나는 모든 사유를 초월한다. 순수한 사유조차도 넘어선 모든 사유가 멈춘 상태인 것이다. 디야나에 입정했을 때는 철저하게 의식적이지만 그 의식은 비어있다. 아무 내용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뭔가 내용을 가지고 파고드는 'contemplation‘과는 다르다.

물론 이 보다 더 나은 대체어를 찾기도 어렵다. 동서양의 문화와 생활습관, 사고방식 등의 차이가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단어를 찾는다는 것은 비상한 노력이 아니면 힘들다. 그래서 요즘엔 원산지 단어를 그대로 가져다 쓰기도 한다.

중국에서는 'chan'으로 바꿨다. 그들은 선정, 정려. 무념무상 등으로 번역하지 않았다. 다만 약간 형태를 다르게 만들었을 따름이다. 붓다는 디야나를 산스크리트어가 아닌 팔리어를 사용했다. 이는 비하르(Bihar)의 지역 언어로 불교태동의 상징성을 가진다. 비하르는 불교사원을 의미한다. BC 5세기에 마가다·비데하·앙가 등의 왕국이 번영하였고 불교와 자이나교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팔리어로 디야나는 'jhan'이다. 이게 중국어로는 ‘찬(chan)’이 되었다. 일본으로 건너가서는 ‘젠(Zen, 선)’이 되었다. 'jhan'을 번역하지 않고 고유어 그대로 둔 것이다. 여기에는 번역하는 것 보다 느낌을 더 생생하게 전달되게 하고픈 선각자들의 깊은 지혜가 녹아있다.

요즘 정가에서 나오는 말들이 너무 폭력적이고 야비하다. 기자들은 차라리 번역해서 기사를 내보내는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한다. 여당의 한 의원은 국회의장에게 ‘GSGG’라는 말을 썼다. 번역이 필요한 경우다. 도무지 국민들이 존경을 받아야 할 정치인들이 맞는가 싶다. 미국 전하원의장 팁 오닐은 “정치인의 말은 정치의 모든 것이다. 그러므로 그 말을 지켜라(In Politics, Your word is everything, keep it!)”고 했다. 이런 자세를 가지는 열쇠는 오직 더 주의 깊게 자신을 성찰하는 것 뿐이다. 성찰에 성찰을 거듭할수록 새로운 방식의 말과 행동, 그리고 타인을 존중하는 새로운 삶을 발견한다. SW

jj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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