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테르테에 도전한 파키아오의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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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테르테에 도전한 파키아오의 승부
  • 황채원 기자
  • 승인 2021.09.20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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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출마를 선언한 매니 파키아오 필리핀 상원의원. 사진=AP/뉴시스
대선 출마를 선언한 매니 파키아오 필리핀 상원의원. 사진=AP

[시사주간=황채원 기자] '전설의 복싱영웅'이며 현재 필리핀 상원의원인 매니 파키아오가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지난 19일 파키아오 상원의원은 내년 5월에 열리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집권당인 PDP라반에서 파키아오 상원의원이 이끄는 계파가 전당대회를 통해 그를 대통령 후보로 지명하면서 나온 결과다.

파키아오 의원은 수락 연설에서 "평생 싸움에서 물러난 적이 없다. 나는 투사고 링 안팎에서 항상 투사가 될 것이다. 신이 정한 일이라면 불가능은 없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매니 파키아오는 사상 최초로 8개 체급 세계 챔피언 타이틀을 차지했고 지금도 현역으로 활동 중인 복싱 선수다. 이 인기를 발판으로 2009년 정계에 진출한 그는 2010년 하원의원, 2016년 상원의원에 당선됐고 지난해 12월에는 집권당인 PDP라반의 대표로 선출되면서 대선 출마설이 제기됐다. 

두 사람은 원래 서로 돈독한 관계였다. 파키아오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마약과의 전쟁'과 사형제 재도입에 찬성했고 두테르테 역시 공식 석상에서 파키아오를 "차기 대통령감"이라고 지목할 정도였다. 그러나 지난 6월 파키아오가 현 정부의 부패와 중국과의 유화 정책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히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갈등 구조로 바뀌었다.

지난 7월 두테르테는 부패 의혹을 제기한 파키아오를 향해 "네가 말한 부패 혐의를 조사해 찾아내라. 그렇게 안 한다면 너는 '더러운 자식'이다. 상원의원의 의무부터 먼저 지키라"며 독설을 퍼부었다.

이에 파키아오는 "나는 대통령을 공격한 것이 아니라 부패를 억제하려는 대통령을 도우려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바로 브리핑을 통해 "정부가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을 제대로 분배하지 않았다"며 해당 서류를 공개하며 두테르테와 전면전을 감행했다.

파키아오는 "재난지원금을 전자지갑 앱인 '스타 페이'를 통해 180만명에게 배분하기로 했는데 실제 앱을 내려받은 이는 50만명에 불과하며 앱을 다운로드하지 않으면 돈을 받고나 인출할 수 없다"며 정부의 재난지원금 처리에 의문을 제기했다.

결국 PDP라반은 표결을 통해 파키아오의 대표직을 박탈했고 이 때부터 두테르테 계파와 파키아오 계파의 갈등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올 8월에는 파키아오 계파가 아킬리노 피멘텔 상원의원을 당 의장으로 선출했지만 두테르테 계파는 '의장은 두테르테'라며 이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맞섰다.

이런 가운데 두테르테는 내년 대선에 부통령으로 출마한다고 선언했다. 필리핀 대통령은 6년 단임제로 대통령을 지낸 이는 재선 출마를 할 수 없으며 선거로 대통령과 부통령을 각각 선출하게 된다. 두테르테 파는 두테르테의 오랜 측근인 크리스토퍼 고 상원의원을 대통령 후보로 지명했다. 

그러나 고 의원은 "변화를 이어가려면 두테르테에 필적한 사람을 찾아야한다"며 지명을 거부했는데 이는 두테르테의 딸인 사라 두테르테 다바오 시장을 집권당 대통령 후보로 영입해 부녀 집권으로 정권을 계속 이어가려는 계획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두테르테 시장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두테르테의 후계 구상에 잠재적 장애물을 제시했다"는 블룸버그의 평가처럼 여전히 국민들에게 인기가 있는 파키아오의 등장은 두테르테의 정권 연장에 큰 차질을 빚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의석 출석률이 하위권일 정도로 의원 활동 자체의 임팩트가 없고 이 때문에 인기는 많지만 정치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이 파키아오의 장애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SW

 hcw@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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