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메르켈, 그의 '외유내강'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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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메르켈, 그의 '외유내강' 리더십
  • 황채원 기자
  • 승인 2021.09.28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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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사진=AP
알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사진=AP

[시사주간=황채원 기자] 16년간 독일과 유럽연합을 이끌었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마침내 물러난다.

이미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스스로 총리직에서 물러났지만 총선 후 연정 협상 여부에 따라 올 연말까지 총리직을 수행할 가능성이 있고 무엇보다 '포스트 메르켈'에 대한 불분명성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그의 마지막 영향력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26일(현지시간) 치러진 독일 총선에서 사회민주당은 25.8%, 메르켈 총리의 기독민주(CDU) 기독사회당(CSU) 연합은 24.1%의 득표율을 기록해 16년 만에 정권 교체가 이루어졌다.

선거 결과대로라면 메르켈 총리 내각에서 부총리 겸 재무장관을 지낸 올라프 숄츠 사민당 총리 후보가 차기 총리가 될 확률이 높다.

그러나 두 정당이 초박빙의 접전을 펼치면서 연립정부 구성을 놓고 마찰이 불가피해졌다.

14.6%라는 사상 최고의 득표율로 제3당으로 올라선 녹색당, 11.5% 득표율로 두 자릿수 득표율을 유지한 자유민주당과의 연정 결과에 따라 두 당의 주도권이 달라질 수 있다.

결과 발표 후 숄츠 후보는 "나는 연정 구성 임무를 명백히 위임받았다"고 밝혔고 아르민 라셰트 기민련 총리 후보도 "독일에서 총리가 되려면 원내교섭단체를 한데 모으는 데 성공해야한다"고 말하면서 모두 연정 구성을 발표했다. 

결국 녹색당과 자유민주당이 어느 당과 손을 잡느냐에 따라 총리가 결정되는 상황이 됐는데 환경보호를 주장하는 녹색당과 친기업 성향인 자유민주당이 서로 반대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양대 정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중이다. 

연정 협상이 길어질 경우 메르켈 총리는 올 연말까지 총리직을 수행해야하는데 연정 협상이 오는 12월 17일을 넘기게 되면 메르켈 총리는 독일 역대 최장수 총리가 된다. 

외신들은 메르켈 총리가 물러난 후 긴 연정 협상으로 인한 지도력 부재를 메우는 것이 신임 총리의 과제지만 연정으로 인해 이전만큼 총리의 권한이 크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자신의 정치적 멘토인 헬무트 콜 전 총리에 의해 발탁되어 가족부 장관, 환경부 장관 등을 역임했고 2005년 총선에서 기민련이 승리하면서 독일 역사상 첫 여성 총리가 된 후 네 번의 총선을 모두 승리하며 16년간 독일을 이끌었다. 

그는 2009년 유로존 부채 위기에서 그리스, 스페인이 긴축정책을 밀어붙이며 유로존을 정상 궤도로 올려놨고 2015년 시리아 내전 때에는 다른 국가들과 달리 파격적으로 100만명의 난민을 수용하는 결단을 내렸으며 코로나 위기에서도 분명한 의사소통으로 위기 국면과 맞서기도 했다.

이로 인해 메르켈은 독일과 EU를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고 2015년에는 '타임'이 선정한 올해의 인물로 뽑히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여느 권력자와 달리 소박한 의상, 동네 마트에서 장을 보는 모습 등이 국민에게 사랑을 받으며 '무티(엄마)'라는 애칭으로 불렸다. 

'외유내강'의 리더십, 그리고 스스로 권력을 내려놓은 그의 자세는 퇴임을 앞둔 현재까지도 75%의 지지를 받는 원동력이 됐고 이는 곧 뒤를 잇는 신임 총리에게 큰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로 인해 독일의 영향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의 '외유내강' 리더십이 준 국제적인 영향은 대선을 앞둔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제대로 살펴봐야 할 자료임에 분명하다. SW

hcw@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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