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배의 말하는 사진] 건물수리 분쟁, 집주인 회피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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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배의 말하는 사진] 건물수리 분쟁, 집주인 회피한다면…
  • 이보배 기자
  • 승인 2021.11.05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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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 집 상태 유지 의무 있어 
"직접 고치고 월세에서 빼면 돼"

물체를 있는 모양 그대로 그려냄. 또는 그렇게 그려 낸 형상. '사진'의 사전적 정의 입니다. 휴대폰에 카메라 기능이 생긴 이후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됐는데요. 가끔 피사체 외에 의도치 않은 배경이나 사물이 찍힌 경험 있지 않으신가요? 그런 의미에서 사진은 의도한 것보다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진을 매개로 다양한 정보와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전달하는 '이보배의 말하는 사진'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주>

갑자기 추워진 요즘 저렴한 인테리어 소품으로 따뜻한 느낌은 물론 '불멍'을 집에서도 할 수 있게 됐다. 사진=이보배 기자
갑자기 추워진 요즘 저렴한 인테리어 소품으로 따뜻한 느낌은 물론 '불멍'을 집에서도 할 수 있게 됐다. 사진=이보배 기자

[시사주간=이보배 기자] 최근 가계부를 정리하다보니 지난달 생활비로 역대 최고 금액이 지출됐더라고요. 가만히 살펴보니 쇼핑에 가장 많은 돈이 사용됐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TV홈쇼핑이나 인터넷 쇼핑에 노출되는 빈도가 높아져 지출이 늘었다는 지인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또 요즘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쇼핑 추천 카테고리가 있어서 지인들 소식이 궁금해 찾아갔다가 저도 모르게 쇼핑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요. 사진 속 '불멍 램프'도 마찬가지입니다. 제법 그럴듯하게 구색을 갖추지 않았나요?  

지인들에게 사진을 보냈더니 진짜 난로인 줄 속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올 겨울은 저렴한 가격에 따뜻한 분위기도 내면서 캠핑의 꽃(?)인 불멍을 집에서도 즐길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러고 보니 요즘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는데요.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어 말씀드리려 합니다. 제 집 근처에는 20대 초반 대학생 조카가 자취를 하고 있는데요. 이번 겨울이 자취 후 처음 맞는 겨울입니다. 

따뜻한 나라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치고 한국 대학에 진학한 터라 남들보다 추위를 많이 타는 녀석인데요. 어느 날 반찬을 갖다 줄 겸 집에 들렀더니 방이 냉골인겁니다. 

"왜 보일러를 켜지 않고 있느냐" 물으니 "며칠 전부터 자꾸 에러가 뜨는데, 수리비가 많이 나올까봐 수리기사님을 부르지 못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보일러나 수도, 전기 등 굵직한 고장 및 수리는 집주인이 비용을 지불한다고 알려주고 얼른 고장신고를 했습니다. 

제 조카들의 경우, 자신이 돈을 내야 할까봐 수리를 미루고 있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집주인이 고장 난 건물을 수리해 주지 않아 마음고생하는 세입자들이 더 많은데요. 집주인에게는 집 사용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해 줘야할 의무가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대응해야 합니다.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엄정숙 부동산전문변호사는 "집주인이 건물을 수리해 주지 않는 경우에는 세입자가 직접 건물을 수리하고 비용은 월세에서 빼거나 액수가 클 경우 소송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민법 제623조 임대인의 의무는 '임대인은 계약존속 중 그 사용, 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요. 즉, 집주인은 세입자가 사는 동안 건물을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줘야할 의무가 있다는 뜻입니다. 

만약 집주인이 수리를 해주지 않으면 세입자가 직접 고치고 비용을 청구하면 되고, 실제로 세입자의 돈으로 집을 수리했다가 월세를 내지 않은 대법원 판례도 있습니다. 

판례에 따르면 집주인 A씨는 집을 수리해줄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고, 세입자 B씨는 1500만원을 들여 집을 수리했습니다. B씨는 수리 후 A씨에게 "수리비는 월세에서 차감하겠다"고 했고, 실제로 2개월 이상 월세를 내지 않았는데요. 

집주인 A씨는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세입자가 2기에 해당하는 월세를 내지 않았다"며 임대차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건물을 비워달라는 명도소송을 제기했고, B씨는 월세를 내지 않은 게 아니라 수리비를 차감한 것이라고 맞섰습니다. 

대법원은 세입자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건물의 보존을 위한 비용은 필요비인데, 필요비는 집주인이 부담해야 하므로, 세입자가 필요비를 지출하면 집주인이 돌려줄 책임이 있다는 것인데요. 

또 "집주인의 필요비 지금책임은 세입자의 차임지급의무와 서로 대응하는 관계에 있으므로, 세입자는 지출한 필요비 금액만큼 차임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세입자가 월세를 2기분 이상 내지 않은 것은 수리비용을 못 받았기 때문에 정당하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집주인이 수리를 바로 해주지 않을 때는 세입자가 우선 수리하고 수리비용을 요청하면 됩니다. 

세입자가 매월 월세를 납부하는 경우라면 내야할 월세에서 차감하면 되고, 월세를 내지 않고 보증금만 있는 세입자라면 '임대차 계약이 만료된 이후' 전세보증금 반환소송에서 추가로 수리비용까지 청구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SW

lbb@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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