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장사(?) 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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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장사(?) 하는 사람들
  • 양승진 논설위원
  • 승인 2021.12.26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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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시사주간 DB

[시사주간=양승진 논설위원] 김정은이 또다시 쓰러졌다.”

한 탈북민 유튜버가 올해 117일 업로드한 동영상은 [긴급속보]를 달고 8분가량 방영되며 조회수 58만여회를 기록했다.

내용은 이렇다. “15일 날 목란관에서 당 제8차대회 중앙지도기관 최고위 간부들과 저녁에 연회가 있었는데 김정은이 잠시 참석했다 사라졌다. 건강이 상당히 좋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 북한에서 온 소식이다. 연회를 끝까지 주관하지 못하고 자리를 떴다고 한다. 아마 쓰러져서 들어간 것 같다.”

이 정보의 출처는 오랜만에 북한에서 받은 긴급속보가 전부다. 사실 지난해 4월 신변이상설이 퍼지며 공개석상에 20일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사망설까지 제기됐던 김정은은 순천린비료공장 준공식장에 나타나며 이를 불식시켰다.

이 유튜버 말처럼 또 김정은이 쓰러졌다면 언론에서 난리가 날 텐데 이를 받아쓴 곳은 없다. 그 즈음 김정은이 나타나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설 명절 공연에 부인 리설주와 버젓이 나타 났기 때문이다.

코로나사태가 터지면서 탈북민 유튜버 전성시대가 됐다. 강연이나 공연을 하던 사람들이 이쪽으로 몰렸다. 201930여개에 지나지 않던 탈북민 채널이 올해 3월 말 현재 150여개로 2년새 3배나 늘었다. 구독자수 10만명 넘는 채널도 20개가 넘는다.

매달 수 백 만원을 버는 유튜버들이 나타나면서 탈북민 유튜버들은 더욱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정상적인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이 아닌 방송출연자나 부업으로 뛰어든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탈북민 유튜버 채널 상위 10개 중 7개가 정치·시사 방송이다. 논평이 많고, 이들 대부분은 중년 남성이다. 물론 여성도 3명이나 있다. 이들은 종편이나 이만갑, 모란봉클럽에 출연하거나 거기 출신들이 많다. 어느 정도 얼굴을 알리고 독립한 경우다.

이들은 1인 방송으로 일정 수의 팬을 거느리고 있어 파급력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다 SNS를 타고 여기저기 단톡방을 기웃거려 하루에도 몇 개씩 올라올 정도다. 이들의 주특기는 처음 받은 정보를 내세우는 북한 소식이다. 북한에서 온 탈북민들이 북한을 팔아먹고 장사를 하는 셈이다.

한 탈북민은 유튜브 수입을 공개했는데 6개월 만에 구독자 4만명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겉은 화려하지만 따져보면 속은 형편없다고 했다. 매일 6~12시간 유튜브에 매달리면서 매달 평균 150만원의 수익을 거뒀다고 했다. 어떨 때는 2~3시간 자고 매달릴 정도였는데 노동에 비해 수입창출이 낮고 최저시급에도 못 미친다고 했다. 탈북민 유튜버 대다수가 월 평균 10만원도 안 된다는 소리가 그래서 나온다.

남이 하니까 배 아파서 덤벼들긴 해도 만만찮은 게 유튜브다. 그 중 가장 관건은 콘텐츠다. ‘북한 장사의 기본은 북한이어서 평범한 북한소식은 밑반찬용이고 본 메뉴는 좀 더 자극적인 것이어야 한다. 대부분은 탈북과정부터 시작해 국정원이나 하나원 얘기를 하다 남한에 와서 보고 느낀 것 등이 주류를 이룬다.

그게 아니면 최근 북한 소식이 주목을 받는다. 파급력 있는 인물인 김정은의 동정은 기본이고 마치 옆에서 지켜보듯 일거수일투족을 담아낸다. 리설주, 김여정, 현송월 등은 조연급 정도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깜짝 놀래 킬까 하는 게 이들의 공통 숙제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오버하게 된다. 마이크만 잡으면 봇물 터지듯 거침없이 내뱉지만 이를 다시 주워 담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진위여부는 시청자가 알아서 판단할 일이다. 북한이라는 대상은 언제나 확인불가이기 때문에 마치 면책특권처럼 할 말을 다 하고 만다.

이들은 북한에서 생활했을 때까지가 한계여서 새로운 콘텐츠 제작에 애를 먹는다. 북한사회도 시시각각으로 변하기 때문에 최근 소식을 얼마만큼 입수하느냐가 돈이다. 오늘 한 얘기가 설령 잘못돼도 새로운 소식이 이를 덮어주니 먼저 활시위를 당기는 자가 돈을 벌게 된다.

한 유튜버는 이렇게 말했다. “덜 자극적으로 가고 싶은데 경쟁 구도여서 밀릴 수는 없으니까 수위를 자꾸 높인다문제가 있는 건 다 알지만 어쩔 수 없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유튜버는 솔직히 친구나 지인끼리 하는 얘기 정도를 거리낌 없이 방송에 내보내는데 그런 카더라 통신이 탈북사회를 난처하게 하고 있다면서 본인은 수익이 나서 좋지만 누워서 침 뱉기 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남한은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어 북한장사를 말릴 순 없다. 하지만 먼저 온 통일이라고 불리는 이들이 가짜상품으로 뭇 사람들을 속이는 것은 분명 사기다. 이들이 통일까지 사기를 칠까 한편으론 걱정된다. SW

ysj@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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