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의 숨은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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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의 숨은 세월
  • 주장환 논설위원
  • 승인 2022.01.11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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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주장환 논설위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을 모은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는 내림과 비움 그리고 사랑의 글이다, 세상의 단맛과 쓴 맛을 모두 겪은, 그리하여 이제는 마지막 남은 미움과 명예마저도 내려놓은 담담한 글이다. 모든 것은 덧없다. 그러나 그저 버리고 내려 놓는다고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이제 박 전 대통령은 고통의 세월을 가슴에 품고서도 제 스스로 해체하여 사랑으로 다시 껴안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5년 가까운 영어 생활를 통해 미움도 원망도 모두 내려 놓은 것 같았다. 그리하여 세월이 지나면 모든 것을 스스로 제자리로 돌아 갈 것이라 믿고 있는 듯 하다. 그녀는 책에서 ‘참고 견뎌내야 할 시간’이라고도 했다. 고름이 줄줄 흐르는 상처를 스스로의 선(禪)으로 봉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의연함'은 가슴에 속한다. 마음을 통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이 일종의 몰입을 느끼는 것이다.

이 책의 내용(답장) 중 가장 와닿은 말은 “거짓은 잠시 사람들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아 세상을 속일 수는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진실이 그 모습을 반드시 드러낼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잘 견디겠습니다.” 란 문장이다. 그녀는 진실의 도래를 믿고 있었다. 그렇다. 억지에 가까웠던 재판과 터무니 없는 소문은 언젠가 베일을 벗게 될 것이다.

공자는 “나쁜 짓을 해서 하늘에 죄를 지으면 빌 곳조차 없다(獲罪於天 無所禱也)”고 했다. 참과 거짓은 반드시 밝혀지게 마련이라는 말이다. 노자는 천망불루(天網不漏; 하늘의 그물은 무엇하나 놓치는 것이 없다)라 했다. 선악은 언젠가 드러나게 마련이며 하늘의 그물은 넓고 없어 빠져나갈 구멍이 많은 듯 하지만 모두 다 걸려든다. 언젠가는 묘한 조화에 의해 들통이 나고 나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대학(大學章句)에서는 ‘모든것이 참되면 그것이 밖으로 나타난다(誠於中 形於外)’고 했다.

또 “정의와 진실은 반드시 밝혀지고 정도를 걷지 않는 자는 결국 하늘이 망하게 하십니다. 역사가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라는 말씀처럼 묵묵히 견디고 참아내면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생각합니다”라는 문장도 관자(管子)에 나오는 ‘하늘을 따르는 사람은 하늘이 도와주고, 하늘을 거스르는 사람은 하늘이 버린다(其功順天者天助之, 其功逆天者天違之)’라는 말을 떠오르게 한다. 하늘의 버림을 받은 사람은 일시적으로 성공했다 하더라도 결국 망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맹자는 ‘천명을 아는 사람은 위태로운 담장 아래 서지 않는다(知命者不立於巖牆之下)’면서 매사에 경계했다.

서문에서 박 전 대통령은 “삶의 무상함이 느껴진다”고 했다. 아픈 세월이 자신을 멈추게 하고 ‘칠흑같은 어둠속’인 그 감방 안에서 비로소 많은 것을 보았을 것이다. 바로 신독(愼獨)이다. “많은 편지가 감방안을 따뜻하게 만들었으며(가득 채워주었으며)” “평범한 일상이 감사하게 느껴진다”고도 했다. “희망을 보았다”는 그녀의 말처럼 어쩌면 손해 본 세월이 아니었을 지도 모른다. SW

jj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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