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考, 강남스타일인가요, 풍각쟁이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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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考, 강남스타일인가요, 풍각쟁이일까요?
  • 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 승인 2022.01.21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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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재화)
사진=김재화 박사

[시사주간=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한류 덕후들이 즐겨 외치는 말이 ‘오빠’이어서 이미 ‘Oppa’는 영어사전에 버젓이 등록됐고, 원래 뜻 혈연관계 넘어 친한 남성 또는 연인 심지어는 젊은 여성이 남편을 칭하는 말로 쓰이고 있습니다.

아주 오래 전, KBS <아침마당>에서 당시 고정 패널로 유명했던 정신과 의사 송수식 박사는 남편을 ‘아빠’나 ‘오빠’로 부르는 것에 심하게 우려했습니다.
(* 저도 아내와 함께 그 프로그램에 출연했었는데, 제 처는 남편이나 ‘애들 아빠’로 칭했을 뿐입니다. 하하!)

나이든 사람이 젊은 사람에게 갖는 걱정인즉 ‘오빠’는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사이, 일가친척 가운데 항렬이 같은 손위 남자 형제를 여동생이 이르거나 부르는 말로 철저히 한정되어야 하는데, 이 무슨 음험한 ‘근친물’스러운 호칭을 쓰느냐 이거였죠.

그러나 세상 변하면서 가장 먼저 언어가 달라지지 않습니까.

오빠는 남남끼리지만 나이 어린 여자가 손위 남자를(심지어는 손아래 남자일지라도) 정답게 이르거나 부르는 일상적인 말이 됐습니다. 이제 오빠는 혈연사이 호칭이라기보다는 연애감정이 짙게 밴 달콤하고 로맨틱한 말로 굳혀졌습니다.

오빠를 전세계에 널리 보급한 수훈갑은 단연 싸이이었습니다. 10년 전 우리나라는 물론 온 지구를 휩쓸었던 ‘강남스타일’, 그 여파는 지금도  도도히 흐르고 있습니다. “오빠는 강남스타일~!” 대단했죠.

말에도 계보가 있습니다. 사실 오빠 열풍은 이미 8,90여 년 전에 불기 시작했습니다. 

요즘 트롯 대유행에 따라 들을 수 있는 노래가 1930년대의 대히트곡 ‘오빠는 풍각쟁이야~’입니다. 다만 그 오빠는 연인 사이인 것 같지는 않고, 진짜 ‘친오빠’인 것 같습니다.

이런 코믹송을 ‘만요(漫謠)’라고도 하는데, 10대 후반의 박향림이 노래한 ‘오빠는 풍각쟁이’는 당시 음반광고에서 “돌부처라도 무르팍을 치고 돌아앉을 익살 진진한 명랑 가요”라 소개했습니다. 그만큼 온통 웃음을 지향했습니다.  

노래에서 여동생은 콧소리와 “무어(뭐)~”라는 감탄사를 섞어가며 오빠를 겉멋 잔뜩 부리는 ‘풍각(風角)쟁이’라고 놀리고 투정을 부립니다.

그런데 이 오빠가 다시 놀라운 사건을 하나 만들어 냈습니다. 그야말로 시대와 상관없이 끝없이 부활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지난해인 2021년 11월, 쿠바 산티아고데쿠바에서 ‘국제합창작곡콩쿠르’가 열렸는데요, 이 대회서 한국인 작곡가 서지웅이 편곡한 ‘옵빠는 풍각쟁이(Oppa Is a Free Spirit)’가, 유명 음악인 페라우드의 지휘로 연주되어 편곡 부문 1위에 올랐습니다.

지금 그 영상물이 여기저기 퍼져있어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쿠바 현지인 합창단이 한국말로 “난 몰라 난 몰라 난 몰라~~”로 화음을 넣어가며 시작된 ‘오빠는 풍각쟁이’는 시종일관 감탄과 웃음을 뿜어대고 있습니다.

우리가 스스로 감탄하는 것이 최근 연달아 대박을 터트리고 있는 한류 콘텐츠들입니다. ‘오빠’가 영어사전에 들어가는 것을 넘어 연인이나 남자 선배, 남자 동지, 남편, 남자 후배, 나이어린 남자친구 등을 대체할 세계공통언어가 되지 않겠나 싶습니다.

메시아 같은 대단한 오빠를 기다립니다!!

안할 말 덧붙이는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만, 유력 정치인의 부인도 인터뷰를 하는 남자 기자에게 거침없이 ‘오빠’... 이러던데, 뭐 이상치 않더군요. 옛날 같았음 야릇하고 경박하다는 흉이 나올 법도 했을 텐데 말이죠.

어쨌건 우리나라를 당당하게 선진국 대열 맨 앞으로 이끌 거룩한 ‘오빠(누님)’도 곧 나타날까요?! SW

erobian20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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