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RNA 그리고 mR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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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 RNA 그리고 mRNA
  • 박명윤 논설위원/서울대 보건학 박사
  • 승인 2022.02.03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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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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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박명윤 논설위원/서울대 보건학 박사] 2019년 12월 31일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발생이 보고된 후 인류 역사상 가장 치열한 코로나 백신 개발 레이스가 시작됐다. 

코로나 백신은 1년도 안 돼 화이자(Pfizer)와 모더나(Moderna)가 개발에 성공했다. 두 회사가 활용한 mRNA(메신저(messenger, 傳令) 리보핵산) 기술이 백신으로 쓰인 적이 없었기에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의 관점이 완전히 뒤바꿨다.

mRNA 기반 코로나19 백신은 개발에 착수한지 불과 11개월 만에 사용 승인까지 받았기 때문에 ‘초고속 개발’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통상 백신 개발에 5년 이상 걸리는 것을 감암하면 역사상 전례 없는 빠른 속도다.

백신은 최근에 대중에게 제공되기 시작했지만, 연구자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mRNA 백신을 연구하고 다루어왔기에 축적된 기초연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mRNA는 1961년 학계에 처음 등장했다. 즉 DNA의 단백질 생성 메커니즘(mechanisim, 機制)을 연구하던 과학자들이 단백질 핵심 설계도 역할을 하는 mRNA의 존재를 처음으로 규명했다.

이후 mRNA의 의학적 응용을 위한 탐구가 시작되었으며, 1976년 헝가리(Hungary)의 박사과정 학생인 카탈린 카리코(Katalin Kariko)가 mRNA를 바이러스 퇴치에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이 인물이 바로 화이자-바이오엔테크 코로나19 백신 개발의 주역이다. 

mRNA 방식은 바이러스를 우리 몸 안으로 넣는 전통적인 방식의 백신이 아니라 바이러스의 스파이크(spike) 단백질(항원)을 만드는 mRNA를 활용하기 때문에 더 복잡하다.

mRNA는 DNA에 저장돼 있는 유전 정보를 세포핵 바깥에 있는 세포질에 전달해 단백질을 생성하는 역할을 하고 면역계는 이 항원(抗原, antigen)에 대한 항체(抗體, antibody)를 만들어 낸다. 차세대 ‘백신 플랫폼’으로 불리는 mRNA는 개발 난이도가 높아 글로벌에서 상용화 한 기업은 화이자와 모더나뿐이다. 

새로 개발된 mRNA 백신은 체내에서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단백질을 만드는 방법을 세포에 가르친다. 즉 백신을 코로나19 감염되기 전에 맞으면 인체는 백신(mRNA)의 영향을 받아 스파이크 단백질을 대량 만들게 된다.

이때 인체는 이들을 침입한 항원이라고 판단하여, 이에 대항할 항체를 대량 만들게 된다. 이렇게 미리 형성된 항체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침입했을 때, 그들의 돌기 단백질(glycoprotein)을 파괴하여 발병하지 못하도록 한다. 

핵산(核酸, nucleic acid)은 모든 생체분자들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 핵산은 모든 생물의 세포에서 유전 정보를 저장하고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핵산은 세포의 기능 수행에 필요한 세포핵 내부와 외부의 정보를 전달하고 발현하는 기능을 하며, 궁극적으로 다음 세대에게 유전 정보를 전달한다. 암호화된 정보는 핵산의 염기서열을 통해 저장되고 전달된다. 

모든 생명체의 세포는 다량의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으며, 세포 내부에서는 온갖 단백질이 끊임없이 만들어진다. 즉 생명체의 세포는 살아있는 동안 필요한 단백질을 계속 만들어야 한다.

이때 세포는 염색체를 구성하는 DNA(나선상 사다리꼴)에 기록된 정보(설계도)에 따라 단백질을 조합한다. 이때 RNA는 단백질 조합에 필요한 아미노산(amino acid)을 찾아내어 설계도대로 합성하는 일을 한다. 

코로나19가 낳은 황금알 ‘mRNA’는 21세기 만병통치(萬病通治)를 노리고 있다. 즉 암(癌), 독감(毒感), 에이즈(AIDS) 정복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 mRNA 백신은 주로 암 치료용으로 개발되고 있었다.

암세포는 정상 세포의 유전자 돌연변이를 통해 만들어지는데, 그 과정에서 정상 세포와 암세포의 차이를 인식할 수 있다면, 암세포만을 선별적으로 제거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암을 치료하는 mRNA 백신의 원리는 먼저 암환자의 종양 세포조직을 잘라내 돌연변이를 분석하고, 어떤 특정 단백질이 가장 강한 면역반응을 이끌어낼지를 예측해 개인 맞춤형 mRNA 백신을 설계한다.

백신이 환자에게 주입되면 mRNA는 종양 세포의 돌연변이를 이물질로 인식하도록 면역체계를 훈련시키는 단백질을 생산하라고 지시한다. 훈련된 면역체계는 몸 전반에 있는 비슷한 종양 세포를 인식하고 파괴한다.

바이오엔테크(BIONTECH)는 암세포를 죽이는 11가지 다른 접근 방식을 사용하는 21개 mRNA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黑色腫) mRNA 백신은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며, 작년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패스트 트랙(fast track) 프로그램에 지정됐다. 바이오엔태크는 작년 10월부터 대장암(大腸癌) 백신 임상 2상도 시작했다. 

바이오엔테크는 독일의 생물학적 제제 제조회사이며 2008년에 설립됐다. 설립자는 터키출신 독일 이민자 우구르 사힌(Ugur Sahin)이며 독일 정부로부터 연방공로십자훈장을 받았다.

2020년 코로나19 백신을 화이자(Pfizer)와 공동 개발하면서 유명세를 탔으며, mRNA 백신을 처음 발명한 커탈린 커리코(Kariko Kalin) 박사가 수석부회장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약 3800만명이 에이즈(AIDS) 감염을 유발하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보균자다. 지난 40년간 여러 차례 백신 임상시험이 진행됐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모더나(Moderna)는 1월 27일 HIV를 막기 위한 mRNA 백신 1차 임상시험에 들어갔다. 지원자 56명은 조지워싱턴대학에서 백신 후보물질을 접종했다. 이중 48명은 백신 후보물질을 1-2차례 접종하는데, 이 가운데 32명에게는 mRNA 기술로 만든 HIV 면역항원 전달 촉진제가 투여된다.

연구진은 접종 완료 후 최대 6개월간 지원자들을 관찰하며 백신 효과를 입증할 계획이다.

mRNA 발전 가능성에 눈뜬 대형 제약사들은 기술 및 생산시설 확보를 위해 mRNA 기업 인수 및 합병에 나서고 있다. mRNA 백신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나오면서 기술 특허를 둘러싼 법정 분쟁도 치열하다.

화이자와 바이오엔터크는 코로나 백신 출시 전인 2020년 10월 미국 바이오 벤처기업 앨리얼 마이도테크놀로지로부터 특허 침해 소송을 당했다.

mRNA가 의약품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도 뜨겁다. 최근엔 이 분야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도 출시됐다. 다만 mRNA 기술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즉 코로나19 백신은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인하여 11개월 만에 세상에 나올 수 있었지만, 다른 백신이나 치료제의 경우 임상 시험부터 승인까지 몇 년이 걸릴 지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 바이오협회(Biotechnology Innovation Organization) 조사에 따르면 임상시험 제1상에 들어가는 신약이 시장에 출시되는 비율은 10%를 밑돌며, 3상 시험까지 가더라도 60%는 시장에 출시되지 못했다. 이에 mRNA도 감염병을 넘어 사용될 가능성은 있지만, 큰 도약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정부도 국산 mRNA 백신확보에 지원을 시작했다. 보건복지부는 1월 중 ‘신변종 감염병 대응 mRNA 백신 임상지원’을 공모한다. 1월에 출범하는 ‘신변종 mRNA백신 사업단’이 과제 진행을 맡는다.

올해 총 164억원을 투입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이 과제는 신변종 감염병에 신속 대응이 가능한 민간기업 mRNA 백신 임상진입 및 시험 단계를 집중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국내에서 에스티팜, 아이진, 큐라티스가 각각 국산 mRNA 백신 도전에 나선 상태이며, 큐라티스와 아이진은 각각 1상과 1.2상을 진행 중이다.

이들 기업은 국가 지원을 받아 올해 상용화까지 도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힘든 단계인 임상단계를 정부가 지원해 상용화에 대한 기대가 높다. 

임상시험(臨床試驗, Clinical Trial)이란 사람을 대상으로 하거나 사람에게서 추출(또는 적출)된 검체나 사람에 대한 정보를 이용하여 이루어지는 시험이나 연구를 말한다.

임상시험은 안전성을 집중 검사하는 제1상 임상시험, 유효성을 집중 검사하는 제2상, 치료적 확증을 검사하는 제3상 임상시험이 있다. 제4상 임상시험은 신약(新藥)이 시판 사용된 후 장기간의 효능과 안전성에 관한 사항을 평가하기 위한 시험이다. 

1상은 동물실험(前임상시험)을 거친 신약을 사람에서 처음 시험하는 과정으로, 약 20-100명을 대상으로 시험하며, 약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대개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한다. 안전성 검토를 통해 용량 범위를 확인하고, 약물의 체내 흡수, 분포, 대사, 배설 등에 대한 자료를 수집한다.

2상은 신약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하여 100-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하며, 약리효과를 확인하고 적정용량의 범위 및 용법을 평가한다. 3상은 1-2상에서 효과가 확인된 후에 다수(1000-5000명)를 대상으로 효능을 최종적으로 검증하는 과정이며, 통계적 검증을 한다. 

이렇게 임상시험을 하는 것은 의료법(醫療法)으로 규정되어 있다. 임상시험을 할 때는 참가할 사람을 모집해 시행하며, 임상시험은 많은 시간과 돈을 필요로 한다. 한국바이오협회(Korea Biotechnology Industry Organization) 자료에 따르면, 바이오신약(新藥) 개발에 소요되는 기간과 비용은 임상 1상 1-3년(50억원 내외), 2상 2-3년(200억원 내외), 3상 2-3년(1000억-5000억원) 등이다.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하여 백신 필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mRNA 백신 임상지원을 비롯해 백신 관련 신규과제로 백신기반 기술개발, 신속 범용백신(universal vaccine) 기술개발, 고부가가치백신 기술개발 등을 시작한다. 이는 정부가 국가전략물자(strategic goods)로서 백신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다. SW

pmy@sisa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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