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까지 들었다는 욕설 녹취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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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까지 들었다는 욕설 녹취록
  • 주장환 논설위원
  • 승인 2022.03.08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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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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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주장환 논설위원] 노무현 대통령 시절, 서울 어느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일기장에 ‘조진다’, ‘깽판’이라는 단어를 썼다. 담임 선생이 보고는 질겁을 해서 그런 말보다는 고운 말을 쓰자고 타일렀더니, 자기네들끼리 수군거리면서 “대통령도 쓰던데.....”라고 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모나리자 그림이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되자 수많은 파리 시민들이 구경하러 다녀갔다. 며칠이 지나자 파리 여성들 사이에 이상한 유행이 생기기 시작했다. 많은 여성들이 모나리자 미소를 흉내내기 시작한 것이다.

송나라 시대에 황제의 총애를 받던 어떤 비빈이 감귤을 먹고 싶다고 하자, 시중의 감귤값이 뛰기 시작하더니 며칠 사이에 매점매석이 일어났다.

이처럼 영향력이 있는 인물이 한 말이나 행동은 타인에게 전염병처럼 감염된다. ‘정수리에 부은 물이 발뒤꿈치까지 흐른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등 수많은 격언들은 영향력 있는 한 사람의 언행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고 있다.

불교에는 ‘향 싼 종이에서는 향내가 나고, 생선 싼 종이에서는 비린내가 난다’는 말이 있다. 중국 서진(西晉) 때의 학자인 부현은 “무릇 쇠와 나무는 일정한 형상이 없어 겉틀에 따라 모나게도 되고 둥글게도 된다. 또 틀을 잡아 주는 도지개가 있어 도지개에 따라 습관과 성질이 길러진다. 이런 까닭으로 주사(朱砂)를 가까이 하면 붉게 되고, 먹을 가까이 하면 검게 된다(故近朱者赤 近墨者黑)”라고 했다.

요즘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한 ‘조진다’, ‘깽판’ 같은 말은 비속어에 속하지도 않는다. 한때 ‘쪽 팔린다’는 말이 ‘껌 좀 씹은’ 사람들이나 쓰는 말인 줄 알았지만, 요즘엔 점잖은 사람들도 많이 쓰고 있듯이 속된 표현도 자주 쓰다 보면 익숙해져 일상어 비슷하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절대로 익숙해질 수 없는 말이 있다. ‘개XX’로 시작되는 말이나 ‘쌍X’으로 시작되는 말 등과 인체를 비속화한 말 등이 그렇다. 대통령 후보의 입에서 나왔다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할 욕설로 도배된 녹취록을 청소년들까지 들었다고 한다. 참으로 걱정스러운 일이다. SW

jj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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