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년' 남구준 국수본부장 "경찰이 곧 수사의 역사…기대 부응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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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년' 남구준 국수본부장 "경찰이 곧 수사의 역사…기대 부응하겠다"
  • 이민정 기자
  • 승인 2022.03.10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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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이민정 기자] 전국 수사 경찰을 총괄하는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이 26일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취임 1주년을 맞은 남 본부장은 기자들과 만나 "기대가 컸던 만큼 성과가 미진했다는 평가가 있는 것도 잘 알고 있다"면서도 "국수본이 정말 잘 만들어졌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전국 수사경찰이 힘을 합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믿고 지켜봐 달라"고 강조했다. 

정확히 1년전 "온전한 수사 주체로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역량을 증명해 나가겠다"는 취임일성을 밝혔던 그가 "올해는 한층 더 발전된 모습으로 국민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다짐했다. "경찰의 역사가 곧 수사의 역사다. 70년이 넘는 노하우가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출범 2년차를 맞은 국수본에는 수사권 개혁에 따른 연계법령 정비, 고소·고발 절차 개선, 영장청구체계 개선, 수사 역량 제고, 수사인력 충원 등 여전히 과제가 산적하다.

남 본부장은 "국수본은 국민들과 현장 수사관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라며 "올해는 국민들이 변화를 체감하고 경찰 수사를 신뢰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시기다. 현장 근무여건 개선에도 최선을 다해 (수사관들의) 자존심과 자부심, 자긍심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남 본부장은 경찰대학 5기로 경찰청 특수수사과장, 형사과장, 사이버안전국장 등을 거친 '수사통'이다. 부드러운 성품에 꼼꼼한 일 처리로 조직 내에서도 인망이 두텁다. 

다만 운동에는 큰 취미가 없다. 골프도 못 친다. 업무에 치여 출근길에 7층 사무실을 걸어 올라가는 것이 전부다. 다행히 "크게 스트레스를 받아 힘들어하지는 않는" 성격이라고 한다. 

본인의 리더십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다소 난감해하면서도 "상부에 있는 사람이라고 판단이 정확한 것은 아니다. 경험은 많겠지만 내 판단이 맞다는 아집을 가져서는 안 된다. 존중과 배려가 핵심이다"고 말했다.

다음은 남 본부장과의 일문일답.

취임 1주년을 맞은 소회는.

"작년 2월26일날 취임 후 1년이 지났다. 지난 1년은 새 시스템이 안착하도록 노력했던 시기였는데 여러 이슈가 많았다. 스토킹 등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가 국민 관심으로 부각했고 취임 직후 부동산 투기 사건이 터져 대응해야 했다. 작년 상반기부터는 가상자산 범죄 관련해 많은 우려가 있어 준비를 많이 했다. 특히 말하고 싶은 부분은 전화금융사기다. 굉장히 역사가 오랜 범죄인데, 여전히 기승 부리고 있기 때문에 노력해서 작년 3월부터는 증가세가 꺾이고 피해는 감소하는 것으로 나왔다. 나름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1년간 국민들이 큰 박수를 쳐주지는 않아서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 그 가운데서도 격려주시고 지켜봐주신 국민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덕분에 시스템은 안정돼 가고 있다. 2년차에는 더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제는 성과를 보여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해 최선을 다하겠다."

국수본부장은 개방직 2년 단임제다. 독립성을 위해 외부 인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었다.

"국수본부장은 개방직이라 일정 경력이 있으면 경찰 외에도 검사나 판사, 법학 교수 등이 가능하다. 1년간 해보니 누가됐든 조직 초기에는 경찰 내부에서 임용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평생 경찰에 있었으니 조직 시스템을 누구보다 잘 안다. 하지만 만약 조직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없는 분이 외부에서 왔다면 처음부터 국수본 시스템을 설계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특히 경찰청장과 국수본부장 간에 역할 구분이 세밀히 규정돼 있지 않다보니 의견 충돌이 있을 수 있다. 실제 1년간 일을 해보니 내부에서 온 것이 시기적으로 적절했다. 물론 이후에는 정책적으로 외부에서 국수본부장을 임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민생서민범죄 척결'을 출범 1주년 최대 성과로 꼽았다.

"취임 직후 촉발된 부동산 투기 의혹에 국수본 주도로 '정부합동 특별수사본부'를 편성해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부동산 관련범죄 1665건을 단속했고 6043명을 수사했다. 금융위원회와 국세청 등 관계부처와 협업을 진행하며 유기적 협조체제의 중요성을 체감한 시기였다. 전화금융사기와 관련해 수사상황실을 설치하고 종합대책을 추진하는 등 총력 대응해 피해를 감소세로 전환시켰다. 다만 여전히 피해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 금년에는 총리실 주관으로 통합신고대응센터를 구축해 범정부적 대응이 있을 예정이다. 피해회복에도 주력해 지난해 8351억원의 범죄수익을 보전해 의미가 크다. 2020년에는 813억원에 그쳤는데 10.2배 증가한 수치다. 전담 인력도 78명에서 149명으로 확대했다. 지난해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경찰 위장수사 제도가 최초로 도입됐다. 법시행 후 지난해에만 51건의 위장수사를 진행해 19건에서 84명 피의자를 검거했다. 다만 나름 의미있는 성과와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사기간이 늘어나는 등의 문제로 국민들로부터 기대했던 만큼의 박수를 받지 못한 점은 아쉽다.

국수본은 출범 2년차를 맞았다. 기틀이 잡혔나.

"지난해에는 전국 3만3000여 수사경찰이 조직과 시스템에 따라 수사하는 체계를 갖추는데 주력했다. 인적역량 강화, 중요사건 대응, 3중 심사체계 등 책임수사 기반 안착에 집중했는데 특히 수사심사관, 책임수사지도관, 경찰수사심의위원회로 이어지는 심사체계를 통해 수사 책임성과 완결성은 상당 부분 현장에 안착한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현장에서는 새로운 수사환경과 업무증가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그 영향으로 사건처리가 다소 지연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적극적인 사건관리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부동산 투기 의혹이 국수본 첫 대규모 수사였는데.

"정부합동 특별수사본부는 부동산 투기사범 1665건 6043명을 수사해 4157명을 송치했고, 고위공직자 투기 의혹에 대해서도 성역없이 엄정한 수사를 진행해 총 47명을 송치했다. 그 중 혐의가 중한 국회의원, 지자체장 등 7명을 구속했다. 검거에 그치지 않고 투기수익을 끝까지 추적해 약 1506억원 상당을 몰수·추징보전한 것도 의미 있는 성과라고 본다. 다만 국수본에 대한 국민 기대가 컸던 만큼 기대보다 성과가 미진했다는 평가가 있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올해는 한층 더 발전된 모습으로 국민 기대에 부응하겠다."

조직 기반을 다지는 초대 본부장으로서 특히 집중했던 분야를 꼽자면.

"큰 방향에서 국민중심책임수사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모토였다. 제일 중요한 것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는 부분인데, 지난 1년간 수사역량에 관한 부분에서 문제제기가 계속 있었다. 때문에 어떻게 하면 수사역량을 높일까 고민해 왔다. 지난해 부동산 의혹이 가장 큰 이슈였는데, 나름대로 관련해서 성과를 냈다고 자평하고 있다. 또 제가 오기 전 일이긴 하지만 아동학대 사망사건이 있었다. 국민들이 굉장히 예민한 부분이기에 사회적 약자와 관련해 예민하게 대응하는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수본이 더 공고한 체제를 갖추기 위해 필요한 제도적인 보완점은.

"국수본은 국민들과 현장 수사관을 위해 존재한다. 국민 불편을 해소하고 현장에서 소신있게 법을 집행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지속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필수다. 새 형사사법체계가 도입됐음에도, 여전히 고발 접수기관을 검찰로만 한정하고 있는 법령 등 취지가 반영되지 않은 연계법령들이 많이 남아 있다. 신법체계에 부합하지 않는 법령상 미비사항이 신속히 정비돼야 한다. 고소 남용으로 인한 억울한 피의자 양산을 방지하고, 형사조정제도를 경찰 단계까지 확대하는 등 고소·고발 처리절차를 입법적으로 개선하여 국민편익을 도모하는 것도 필요하다. 일정 요건에서 고소·고발을 반려할 수 있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데 활발한 입법논의가 필요하다. 다중사기방지법, 통신사기피해환급법 등 서민경제 보호 관련 법령 등도 신속한 제·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경찰 수사부서 인력난이 심하다.

"수사부서 기피현상은 작년부터 굉장히 큰 과제였다. 지난해 기획재정부나 행정안전부에 2700명 정도 증원을 요구했는데, 실제 반영된 것은 443명에 그쳤다. 새 시스템이 도입되다 보니 검찰에 간 사건이 경찰로 넘어오거나 하면서 현장 업무부담이 엄청나게 늘었다. 그로인한 수사부서 기피현상이 지난해 상반기부터 많았다. 올해도 분석을 하는 중인데, 지난해 수준의 이동이 있을 것 같다. 지난 1년간 문제를 인식하고 인력 증원 뿐 아니라 제도 개선에 노력해왔다.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부담이 분명히 완화될 것이라고 본다. 지난주 전국 수사부서를 상대로 화상회의를 진행했다. 지금 당장은 어렵지만 본부와 현장이 같이 노력하면 반드시 수사환경이 좋아질 것이고, 그 때를 생각해 지금 힘들더라도 희망을 갖고 같이 노력하자는 취지로 이야기 했다. 올해도 인력 확보, 예산, 장비, 인프라 확충, 제도 개선 등을 적극 추진하겠다."

경찰 수사역량 강화 방안은.

"수사역량 강화의 가장 핵심은 결국 수사경찰 개개인에 대한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수사연수원에 수사팀장 교육을 확대하고 맞춤형 교육 과정을 설계하는 등 교육인프라를 확충 중이며 개개인에 대해 다양한 자료 제공과 교육방식 다변화 등 교육을 더욱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수사경찰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원론적으로는 현장의 책임감과 사명감이다. 하지만 지금은 책임감이나 사명감만으로 현장 직원들을 이끌어가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 결국 직원들이 자부심과 자긍심을 느끼게 하는게 본부가 해야할 가장 큰 역할이다. 현장 직원들이 자신감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많이 노력하겠다."

남은 1년 임기는 어떻게 보낼 생각인가.

"국민중심 책임수사체제 안착을 위해 주어진 역할에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있다. 국수본은 국민들과 현장 수사관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다. 올해는 국민들이 변화를 체감하고 경찰수사를 신뢰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면서 주요 이슈에 대응하고 국민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고 피해가 막중한 보이스피싱 등 서민침해형 범죄와 가상자산, 해킹 등 각종 신종범죄 근절에도 수사 역량을 집중하겠다. 현장 근무여건 개선에도 최선을 다해 현장의 고충을 적극 해소해 자존심·자부심·자긍심을 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

조직 수장으로서 어떤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솔직히 스스로 어떤 리더십이 있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다만 현장 직원들, 동료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상부에 있는 사람이라고 판단이 정확한 것은 아니다. 경험은 많겠지만 내 판단이 맞다는 아집은 가져서는 안 된다. 회의 때 직원들 의견을 많이 듣고 동료들을 최대한 존중해주려고 한다. 존중과 배려가 가장 핵심이다."

평소 건강관리는.

"늘 계단을 이용해 7층에 있는 사무실로 걸어올라 가는 것이다. 그게 하루 중 유일하게 운동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날씨가 춥거나 덥지 않으면 집에 갈때도 한 정거장 정도 미리 내려서 걸어가는 정도다. 흔히들 하는 골프 등은 전혀 하지 못한다. 할줄도 모른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힘들어하거나 그렇진 않고 잘 이겨내고 풀어내는 편이다."

주말에도 항상 자택에서 출근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경찰청에도 여러 부서가 있지만 가장 돌발적 상황이 많은 곳이 수사 쪽이다. 전국에서 언제든지 사건사고가 일어날 수 있어서 늘 스탠바이 상태다. 제가 맡은 경찰 업무는 모두 수사업무였으니 늘 그런 경험의 연속이었다. 지금도 주말에 일어나면 씻고 혹시나 모를 상황을 대비한다. 어찌보면 재미없는 사람이다. 집사람은 '주말에 편하게 쉬면되지 왜 항상 그러느냐'는 말을 하기도 한다. 주말에도 자료를 보고 있으면 딸이 '아니 아빠는 높이 올라간 줄 알았더니 아직도 그렇게 공부해야되느냐'고 한다." 

국민에게 하고 싶은 말은.

"작년 한해 국수본에 대해 사실 상반된 평가가 많았다. 국수본이 어려운 가운데도 역할을 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해주신 경우도 있고 검찰과의 관계 등에 집중해서 검찰이 했으면 이랬을텐데 하며 프레임을 갖고 비판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경찰의 역사가 곧 수사의 역사다. 수사와 함께 한 70년 넘는 노하우가 있다. 검찰이 강했던 부분이 있고 경찰이 강했던 부분이 있다. 특수수사는 검찰이 강했지만 반대로 민생, 치안 분야는 경찰이 강하다. 사안이 발생하면 신속하게 검거하는 것이 경찰의 역할이다. 경찰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믿고 지켜봐주시면 감사하겠다. 국수본 체제가 이제 1년 됐다. 시스템에 변화가 생겨났던 불안도 많았다. 그런 점을 감안해 믿고 지켜봐달라. 앞서 국수본이 국민 신뢰를 받는 '우리나라 수사기관 대표 브랜드'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소회를 밝힌 적 있다. 정말 잘 만들어졌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전국 수사경찰이 힘을 합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믿고 지켜봐 주시고 응원을 부탁드린다." SW

lmj@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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