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나게 품위(?)있는 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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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품위(?)있는 욕
  • 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 승인 2022.03.14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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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김재화 박사
이미지=김재화 박사

[시사주간=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상소리, 비속어, 욕설... 한 마디로 욕 없는 언어는 없다 했으니 모든 나라의 모든 사람이 멀쩡한 말 놔두고 거칠게 말을 하며 산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겁니다.

국내외 언어학자들의 조사에 따르면 욕설은 세계1,2차 대전을 치르며 급속히 발전을 했고요,

나이든 사람보다는 젊은 층에서 훨씬 더 많이 쓰는 공통점이 있다고 하는군요.

어느 중학생 한 반의 아이들에게 하루만 욕을 전혀 않고 친구들과 대화를 하라 했더니 그날 나누는 이야기가 5분의 1로 줄어들더라는 실험이 있었습니다.

설마 했는데, 거짓말이 아닙니다.

말을 곱게 하는 중학생들도 많은데, 어쩌다 싸잡아 비난한 게 되고 말았네요.

그렇다고 성인들이 욕설을 않느냐. 천만에요!

상대 비난할 때 어디 고운말을 쓰던가요. 겉으론 아주 거친 말은 아닌 것 같은데, 속 내용은 남을 아주 저주하는 뜻인 언사를 마구 마구 씁니다.

어떤 말이 해당하냐구요? 하하! 아무리 예를 드는 거라 하지만 어떻게 욕을 말하겠습니까.

언어는 전부 탄생배경이 있습니다. 즉 근본이 없는 말(낱말)은 없다는 거죠.

‘등신’이라는 욕설이 있습니다. 이 말의 원뜻을 알고 나서 적잖이 놀랐습니다. 참으로 거룩하고도 우아한 말이더군요.

사전의 의미로는 등신이 ‘나무, 돌, 흙, 쇠 따위로 만든 사람의 형상’이라는 뜻으로, 몹시 어리석은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에 해당하는데, 원래의 한자어 ‘ 등신(等神)’은 그렇지 않습니다.

한자 풀이에서 뜻이 나옵니다. ‘等(등)’은 ‘같다’라는 뜻이니 등신을 직역하면 ‘신과 같음’이 됩니다.

그러니까 ‘등신’을 처음 인간의 능력으로 할 수 없는 일을 해내는 ‘귀신’과 비슷한 뜻으로 썼던 것이죠.
등신이 부정적 의미가 아니라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해내는 능력자, 즉 긍정적인 의미로 쓰였다는 것이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문익환 목사 책 『죽음을 살자』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광목이 처음 나타났을 때, 너무 넓어서 어머니가 이건 사람이 못 짜. 등신이 짜지라고 하시던 기억이 난다”라는 문장입니다. 여기서 알 수 있듯 등신은 일반적인 사람이 아니라 초월적 능력을 지닌 신 같은 존재를 표현했던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쩌다가 욕이 되고 만 걸까요?지금 ‘등신’이란 말 듣고 좋아할 사람은 단 1도 없으니까요.

앞서 설명대로 나무, 돌, 흙 등 생명이 없는 것으로 만든 사람의 형상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즉, 실체가 없는 우상(偶像)엔 감정, 의지, 능력이 있을 수 없어 ‘어리석어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사람’에 해당한다는 거겠죠.

“에이, 등신 같은 놈!”하는 욕과 세트로 쓰는 것 중엔 ‘머저리’가 있습니다.

머저리 역시 ‘말이나 행동이 다부지지 못하고 어리석은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죠.

행동을 멈추는 ‘멎’에 사람을 뜻하는 ‘어리’가 합쳐진 것이 발음대로 ‘머저리’가 됐다고도 하나 다른 해석엔 우와~ 하는 감탄이 나옵니다.

 우리 태고시대에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신들의 이름이 많이 나오는데,


모든 것을 망가뜨리는 신(神)이 넌더리라면, ‘머저리’는 순수의 신이었다는 겁니다.
머저리가 순수!!

그러니 누가 날더러 “에이 머저리, 등신!!” 이렇게 말해도(욕을 해도) 그냥 씩 웃고 넘겨도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아님 “등신 뜻이 뭔가 제대로 알기나 해? 하하하!!” 이러든가요. SW

erobian20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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