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과 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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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과 자살
  • 박명윤 논설위원/서울대 보건학 박사
  • 승인 2022.03.16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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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주 게임황제 별세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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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박명윤 논설위원/서울대 보건학 박사] ‘게임 황제’ ‘신흥 재벌’ 등으로 불린 넥슨(NEXON) 김정주(金正宙) 창업주가 지난 2월 27일 미국 하와이에서 54세(출생 1968.2.22)의 나이로 별세했다. NXC(넥슨 지주사)는 3월 1일 “고인은 이전부터 우울증(憂鬱症) 치료를 받아왔으며, 최근 들어 악화된 것으로 보여 안타깝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고 김정주 넥슨 창업자의 유가족에 고인의 벤처기업 및 한류 문화산업 발전을 위한 일관된 노력을 기리는 조전을 보내 애도를 표했다. 문 대통령은 “김정주 창업자님의 일생에 걸친 도전정신과 공동체에 대한 헌신은 우리 모두의 가슴 속에 따뜻한 봄볕같이 오래오래 남을 것”이라며 “고인의 선한 웃음을 떠올리며 고인의 안식과 영면을 빈다”고 애도했다. 

김 창업주는 지난해 7월 NXC 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보다 자유로운 위치에서 넥슨컴퍼니의 성장을 돕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김 창업주는 ‘어벤져스’ 시리즈로 유명한 영화감독 루소 형제가 설립한 AGBO 스튜디오에 4억 달러(4800억 원)를 투자한 게 대표적이며, 가상화폐 거래소 코빗을 인수하는 등 블록체인 사업에도 발을 뻗는 등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서도 넥슨이 보다 다변화된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조력자 역할을 했다.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 대학원에서 전산학과 석사를 취득했다. 1993년 박사과정을 6개월 만에 그만둔 뒤 ‘바람의 나라’ 개발에 착수했고, 1994년 자본금 6000만원으로 대학 동기인 송재경 현 엑스엘게임즈 대표와 함께 넥슨(NEXON)을 창업했다. 창업 수년 만에 회사를 국내 게임업계 정상급 업체로 키워 엔씨(NC)소프트, 넷마블과 함께 ‘3N’으로 불리며 국내 3대 게임사로 자리매김했다.

CD게임에 더 익숙해 있던 당시 세계 최초 그래픽 MMORPG(Massive Multiplayer Online Role Playing Game,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바람의 나라’는 대성공을 거뒀다. 이후 크레이지아케이드, 메이플스토리, 마비노기 등이 연이어 흥행 가도를 달렸고, 넥슨은 2011년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이후에도 모바일 게임 분야까지 적극적으로 진출하여 2020년 국내 게임 업계 최초로 매출 3조 원을 돌파했다. 

경제지 포브스(Forbes)는 2021년 5월 기준 김정주의 자산 규모를 109억달러로 평가했다. 그는 부자이지만 굉장히 검소하고 괴짜, 독특한 사람이라는 평가가 있다. 김정주는 초등학교 6학년이던 1979년, 제28회 이화경향콩쿠르에서 바이올린 부문 우승을 차지한 영재였다. 음악적 재능은 서울대 음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어머니 이연자씨에게 물려받았으며, 사업가 자질은 아버지 김교창 변호사로부터 물려받았다. 

회사가 전문 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었던 2006년 그는 홀연히 대학로 연극단 ‘독’에 합류하여 무대 장치를 못질하고, 음향을 점검하고, 포스터를 붙이고 다녔다. 그리고 연극 ‘돌고돌아’ 때는 직접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2007년에는 나이 마흔에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하여 어린 학생들과 연극도 하면서 5년을 보낸 후 뉴욕 코미디 스쿨로 유학을 떠났다. 

고인은 평생 수행비서도 없었으며, 해외 출장 시 스스로 비행기표를 사고 대중교통으로 움직였다. 사진을 즐겨 찍을 때는 카메라 렌즈 하나 바꾸는 것도 비싸다고 덜덜 떨었다고 한다. 그러나 돈을 쓸 땐 썼다. 서울 상암동 소재 ‘푸르메재단 넥슨 어린이재활병원’은 그가 사재 500억원을 기부해 지었다. 그는 소외된 장애 어린이와 부모들의 눈물을 닦아준 기업가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2월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을 방문하여 견학한 적이 있다. 문 대통령은 “제가 전국 권역별로 어린이 전문 재활병원을 건립하겠다고 공약하고, 실행하는 계가기 되었다”고 회고했다. 넥슨재단은 내년 개원 예정인 서울대학병원에 국내 최초 독립형 어린이 단기돌봄의료(respite care) 시설인 ‘넥슨어린이통합케어센터’ 건립을 위해 100억원을 후원한다. 

고인의 유산 13조원을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을 적용할 경우 8조원에 가까운 상속세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상속세를 가족들이 NXC 지분으로 물납(物納)하는 방법을 택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NXC 지분 40.49%를 상속세로 납부해도 여전히 유가족이 보유하게 되는 지분은 절반이 넘어 넥슨 오너십이 흔들리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우울증으로 자살한 마광수(馬光洙)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40년 동안 약 100권에 가까운 책을 썼다. 마 교수는 1992년 소설 <즐거운 사라>로 외설(猥褻) 시비에 시달린 이후부터 우울증에 시달렸다. 대학에서도 동료 교수들의 따돌림으로 그는 국문과의 ‘왕따 교수’였다. 마광수는 우울증이 심하여 병원에서는 입원 치료를 권하였으나, 약만 복용했다고 한다. 2016년 정년퇴임한 마광수 교수는 2017년 9월 5일 향년 66세로 자택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서울대 대학생활문화원 개원60주년기념 심포지엄에서 이혜은 전문위원이 2008년부터 코로나19를 겪은 2년을 포함한 2021년까지 14년간 총 4326명의 상담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내담자의 모든 성별에서 우울과 적응 문제가 가장 큰 비율로 나타났다. 특히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8-2019년과 2020-2021년을 비교한 결과 여성의 경우 우울 문제 호소가 2018년 대비 2020년 약 2배 증가했으며, 남성은 2021년 들어 우울 호소가 급증했다.

우울증(憂鬱症, Depressive Disorder)은 정신질환으로 ‘마음의 감기’라고 불리는 흔한 질병이다. 그러나 우울증은 원활하지 못한 대인관계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자살(自殺)이라는 심각한 결과에 이를 수 있는 뇌질환이다. 일반인에 비해 시인이나 작가는 중증(重症)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네 배정도 높다고 한다. 

우울증은 전 세계적으로 3억 명 이상이 앓고 있는 정신질환이며, 최근 10년간 우울증 발병률이 약 18% 증가했다. 남자보다 여자가 약 2배 정도 우울 장애가 더 많이 나타나며, 우울증이 나타나지 않는 특정 연령대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WHO에 따르면 우울증은 여러 정신질환 중 사회적 부담에서 높은 비중을 치지하고 있다. 

WHO는 전 세계의 핵심이 되는 보건 문제를 선정하여 한 해 동안 국제적, 국가적, 지역적인 행사를 개최한다. WHO는 지난 2017년도 캠페인(campaign) 주제로 ‘우울증(Depression: Let's talk)’을 선정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보건의 날 슬로건을 “우울하세요? 톡톡하세요”로 선정하여 연중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갔다. 

‘마음의 감기’라고 불리는 우울증(우울장애)은 흔한 정신질환으로 우울감(憂鬱感)과 의욕 저하가 주요 증상이며 감정, 생각, 신체 상태, 행동 등에 변화를 일으켜 일상 기능의 저하를 가져오는 질병이다. 이에 성격저하, 원활하지 못한 대인관계, 학교 휴학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며 최악의 경우, 자살로 이어질 수 있다. 

우울증 평생 유병률(有病率, prevalence rate)은 미국, 유럽 등은 10%-17%로 높은 수준을 보이는데 비해 비(非)서구권 국가에서는 5% 이하의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보건복지부의 정신질환 조사(2011)에서 일년 유병률은 3.1%, 그리고 평생 유병률은 6.7%로 나타났다. 

우울증의 분명한 원인은 아직 명확하지는 않으나 다른 정신질환과 같이 다양한 생화학적, 유전적, 환경적 요인 등이 야기할 수 있다. 우울증 환자의 뇌에 변화가 있으며, 뇌 안의 신경전달 물질이 우울증 발생에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호르몬 불균형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우울증을 가진 가족 내에서 우울증이 더 잘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울증은 나타나는 자각 증세에 따라 대개 세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단계는 경고(警告)단계로 몸과 마음이 예전과 다르다는 것을 인식한다. 둘째는 신호(信號)단계로 몸에 이상이 나타난다. 즉 불면증, 불안, 흥미 상실 등 각종 증상이 나타난다. 셋째는 질병(疾病)단계로 병적인 우울증이 온다. 

우울증 환자에서 나타나는 증상에는 △일상생활에 대한 흥미 감소, △식욕의 변화, △수면시간의 변화, △침착성 상실, △죄책감이나 절망감을 느낌, △자해나 자살에 대한 생각을 한다 등이 있다. 우울증 환자의 대부분은 삶에 대한 에너지 상실을 호소하며, 새로운 과업을 실행할 동기를 갖지 못하고 있다. 식욕(食慾)감소와 체중저하를 보이며, 환자의 4/5 정도가 수면(睡眠)장애를 호소한다. 우울증 환자의 2/3는 자살(自殺)을 생각하며, 10-15%는 실제로 자살을 시도한다. 

우울감(憂鬱感)이 2주 이상 지속되고 일상생활에 장애가 동반되면 우울증을 의심할 수 있다. 일부 우울증 환자는 자신이 우울증인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일상생활에서 위축되어 기능이 떨어질 때까지 자신의 문제를 호소하지 않는다. 또한 우울증 환자는 자신이 사회에서 우울증 환자라는 낙인이 찍힐 수도 있다는 생각에 발병 사실을 숨기려 하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우울증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마음의 병’이지만 특히 청소년, 여성, 노인들에게 더 자주 발생한다. 우울한 상태를 주변에 알리고 대화를 통해 해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에 힘겨운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기꺼이 등을 내어주고 이들이 세상에서 버틸 수 있도록 힘이 되어 주기 위하여 우리나라는 “우울하세요? 톡톡하세요” 건강 캠페인을 실시한 바 있다. 

WHO가 권고하는 우울증 대응책에는 △당신이 느끼는 우울감에 대하여 당신이 믿고 있는 사람에게 이야기를 한다, △정신과 의사나 정신건강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 △적절한 상담과 치료를 받는다, △당신이 잘 지내던 때 즐겼던 활동을 유지한다, △가족, 친구 등과 계속 관계를 유지한다, △규칙적인 운동을 한다, △식사와 취침을 규칙적으로 한다, △술은 줄이거나 피하며, 불법적인 약물 복용을 피한다, △자살에 대한 생각이 나면 전화로 도움을 받는다, △당신이 우울증 환자인 것을 인정하고, 기대치를 조금 낮춘다 등이 있다. 

정신상태 검사로 우울증이 의심되면 우울증을 일으킬 수 있는 다른 질환에 대한 감별진단을 실시한다. 다양한 질병이 우울증과 연관성이 있으므로 증상에 따른 정밀검사가 필수적이다. 또한 우울감은 다른 정신 질환의 증상 중 하나로 나타날 수 있으므로 불안장애, 양극성 장애등과의 감별이 필요하지만 두 가지 이상의 질병이 공존하는 경우도 흔하다.

우울증 치료는 약물(항우울제, 항불안제, 수면제 등)치료와 정신치료를 함께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치료약물 복용 후 대개 1-2주 후에 효과가 나타나며, 8주에 70-80%는 증상이 소실된다. 그러나 우울증은 재발이 잦기 때문에 급성기(2-3개월) 치료 이후에도 4-6개월간 유지요법을 시행하는 것이 좋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과 연관하여 ‘코로나 블루’, ‘코로나 스트레스’, ‘코로나 노이로제’, ‘코로나 비만’ 등 신조어(新造語)들이 유행하고 있다. 블루(blue)의 사전적 의미는 ‘푸른’ 색깔의 뜻도 있지만 기분이 ‘우울하다’는 뜻도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감염병 유행 시기에 따라 적절한 심리 방역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심리 방역은 감염병 초기가 지나고 지역사회 감염이 현실화되는 유행기에 중요하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Korean Neuropsychiatric Association; KNPA)가 최근 발표한 ‘코로나19 심리 방역을 위한 마음 건강 지침’은 다음과 같다. △불안은 정상적 감정이라고 생각하기. △정확한 정보를 필요한 만큼만 얻기. △혐오는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피하기. △나의 감정과 몸의 반응 살피기. △불확실함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기. △가족, 친구, 동료와 소통 지속하기. △가치 있고 긍정적인 활동 유지하기. △규칙적인 생활하기. △앞으로 취약한 사람에게 관심 갖기. △서로를 응원하기. 

우울증 예방을 위하여 스트레스 관리, 위기 때 사회적지지 등이 도움이 된다. 신체적 활동과 운동이 우울 증상을 감소시키는데 도움이 되므로 자신이 즐길 수 있는 운동을 규칙적으로 꾸준히 하도록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울증 초기 증상이 나타날 때 치료를 받는 것이다. WHO는 많은 의료인들이 우울증 환자의 발견과 치료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SW

pmy@sisa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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