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나이도 ‘만 나이’로 써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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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나이도 ‘만 나이’로 써야할까
  • 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 승인 2022.04.11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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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출생연도는 1982~1984년생으로 다양하다. 현재 1984년생으로 쓰고 있다. 사진=시사주간 DB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출생연도는 1982~1984년생으로 다양하다. 현재 1984년생으로 쓰고 있다. 사진=시사주간 DB

[시사주간=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외국인들이 한국 문화에서 유독 이해하지 못하는 게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나이를 묻는 것이 무례한 것으로 간주되지만 한국에서는 예외다. 특히 싸움을 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나이다. “너 몇 살 먹었어” “나이도 어린X” 등이 그것으로 싸움을 하는데 굳이 나이를 묻는 것을 외국인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한국 사회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항상 나이를 공개해야 하는 것이 불문율처럼 됐다. 오랜 유교문화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누군가의 나이를 묻는 것은 화자 사이에 쪼개지는 순서를 정하는 일종의 사회적 약속이다. 특히 어릴 때부터 몸에 밴 학년, 학번, 군번, 기수 등이 집단을 형성하는 기본 틀이 됐다.

나이는 아주 어리거나 많을 때 남이 불러주는 것이 기본이고 본인의 입으로 얘기해야할 때가 왕성한 활동력을 보일 때다. 그래서 나이가 필요할 때와 필요 없을 때로 나눠지기도 한다. 여기에 곁들여 학연, 지연, 혈연까지 복잡하게 얽히면 처음 본 사람과도 금새 친숙하게 하는 도구로 이용된다. 한국에서의 나이는 일종의 연공서열, 사회적 지위 및 친밀도를 지속적으로 평가해야 하는 세상의 또 다른 잣대로 여겨지기도 한다.

요즘 한국 나이대신 만 나이가 이슈가 됐다. 윤석열 당선인이 대선 당시 만 나이를 법적 사회적 기준으로 통일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해 인수위가 이를 기정사실화 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사회에서는 세는 나이’(한국식 나이) ‘만 나이’(국제 통용 기준) ‘연 나이’(현재연도-출생연도) 등이 모두 사용되고 있어 사회적 혼란이 불가피한 부분을 개선하겠다는 것이 취지다. 실제로 만 나이를 적용하면 세는 나이보다 두 살씩 줄어들 게 된다. 법제처는 내년까지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올해 안에 행정기본법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본래 서양은 태양력을 사용했다. 그 중에서도 1582년 이전에는 율리우스력, 이후에는 그레고리우스력을 썼고 현재 지구촌은 그레고리우스력의 태양력이 표준이다. 한국은 1894년 고종의 갑오경장 이후부터 서양의 태양력(그레고리우스력)을 표준 채택했지만 이후에도 관습법 때문에 태음력을 써왔다.

일부에서는 태음력을 사용하는 한국에서 만 나이는 무리하다는 지적도 있다. 주민등록번호 앞자리가 음력생으로 표기된 사람인 경우 양력으로 환산해야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10, 12지에 기반한 60갑자의 태음력을 사용하는 경우 혼선이 있을 수 있다. 국제표준에 맞춘다면서 오히려 더 번잡할 수 있다는 게 그들 말이다.

그렇다면 북한에서는 어떻게 쓸까. 북한에서 일반 주민들은 남한처럼 태어나자마자 자동으로 1살이 되는 세는 나이를 쓰고 있지만 당 기관과 공무원들은 만 나이를 쓰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만 나이를 사용하라는 방침을 내렸어도 민간에서는 그냥 세는 나이를 그대로 쓰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생년월일을 한국에서는 198418일생으로 쓴다. ‘김정일의 요리사후지모토 갠지와 일본에서는 1982년생으로, 어머니인 고용희와 중국, 서양권에서는 1984년생으로, 북한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1983년생이어서 어느 게 맞는지 모른다.

김정은 정도 되면 나이 때문에 문제될 건 없다. 이를 맞다 틀리다하고 시비삼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물어보고 싸울 일은 더더욱 없다. SW

ysj@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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