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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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
  • 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 승인 2022.06.27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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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벌써 잊진 않으셨죠?
국민 오락부장으로 7천만 남북한 국민들을 웃겨주셨던 송해 선생 말입니다.

세상과 세월이 맞붙으면 누가 이길 거라 봅니까? 세상의 힘은 워낙 거대하고 눈에 보이지만 세월은 어디에 어떻게 있는지 알 수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세월 앞에 그 어떤 것도 맥없이 무너집니다.
보세요. 세상은 그에게 꼼짝 못했는데, 세월이 일순간에 그를 삼켰거든요!

연예인을 그냥 팬으로 바라보면 마냥 신기하고 한 번 볼 수 없나 하고 가슴이 설레지만요, 그들과 무슨 개인적 관계에 들어가면 무척 당황할 일이 많습니다. 그들만의 독특한 사고와 생활 방식이 일반인이랑은 잘 맞지 않아서이죠.

송복희 아니, 송해 선생, 22년 전이니 그때도 이미 그는 노인이었습니다.

불세출의 코미디언 서영춘 선생(* 그때 기준 15년 전에 作故) 동상을 제가 몸담았던 전라북도 전주시 인근 모 대학 교정에 세우기로 하셨습니다.

살살이 선생과 동시대에 활동하셨던 구봉서, 배삼룡 선생들이 다 생존해 계실 때였지만, 그 분들은 참석이 힘들다 하셨고, 원로 코미디언으로 모시고 갔던 분이 송해 선생이었습니다.  

대절한 관광버스에 여러 후배 코미디언 속에 섞여 계시던 송해 선생, 입 한 번 열지 않고 그냥 창밖만 하염없이 내다볼 뿐이었습니다.
인솔 총책임자였던 전 당황스러웠습니다.
‘저 분의 추모사가 동상제막식 행사에 하이라이트가 될 텐데, 왜 연습 한 번 없으시지? 안주머니 안에 기막힌 원고를 준비해 오셨나...?’

걱정이 돼서, 눈치 보다가 여쭤봤습니다.
“송 선생님, 이따가 추모사 잘 해주실 거죠?”
“...뭐, 적절한 말 한두 마디가 나오지 않겠어.”

1시간 뒤 제 기우가 일거에 싹 걷혔습니다.

그는 먼 산 위 흰구름이 마치 서영춘 선생이라도 되는 양 쳐다보며 외쳤습니다.
“영춘이!! 그동안 어디 갔나 궁금했더니 이곳에서 젊은 대학생들과 놀고 있었구먼.
햐아~! 이해가 가요. 그대가 외쳤던 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찌개백반’은 건강을 위해 뭐든지 잘 먹잔 이야기였고, ‘가가갈갈! 배워서 남 주자’는 향학열을 말했던 거고,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떴어도 고뿌 없으면 못 마셔요’는 준비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었다는 걸 내 이제야 깨달았네. 그대는 사람 웃기는 희극인 이전에 철학가이자 사상가며 음악가....(중하략)...”

송해 선생의 故 서영춘 선생 추모사는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이나 처칠의 ‘우리가 흘려야 할 것은 피와 땀’, 케네디의 ‘국가가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해줄 것인가를 묻기 전에 국민이 국가를 위해 뭘 할 것인가...’ 등등의 명 스피치를 능가하는 것이었던 생각입니다.

전국노래자랑의 백미는 ‘딩댕동’ 보다는 오히려 ‘땡’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송해 선생이 일찍이 말했듯 “사람이 ‘땡’을 받아보지 못하면 ‘딩동댕’의 정의를 모를 일.”입니다.
다른 ‘땡’은 패배의 비애감을 주지만 전국노래자랑의 ‘땡’은 분명히 다릅니다.  당한 사람도 크게 무안하지 않고 보는 사람도 즐거운 게 ‘땡’의 묘미이니까요.

“김 작가도 내 나이 이상 될 때까지 글을 쓰라구!”


당신보다 훨씬 후배이면서 일찍 세상 떠난 백남봉 선생 빈소에서 제게 말씀하셨습니다. “김 작가도 내 나이 이상 될 때까지 글을 쓰라구!” 제가 받은 최고의 격려로 여기며 간직하고 있습니다.

인생 아등바등할 거 없단 생각입니다. 무대에서 ‘땡’은 작은 1패일뿐이지 무슨 인생이 鍾(종)친 것이 아니니까요.

2022년 6월 8일 이후 세상에 웃음이 많이 줄어든 거 같습니다. 웃음의 제왕 송해가 더 이상 없기 때문이겠죠.
뭐, 에너지 질량의 법칙이 있으니 어딘가 제2의 송해가 있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SW

erobian20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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