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라는 말이 아름다우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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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라는 말이 아름다우려면
  • 주장환 논설위원
  • 승인 2022.07.22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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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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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주장환 논설위원] 우리나라 음식점에서 “셀프”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 것이 언제 쯤일까? 잘 기억은 안 나지만 30여 년 전쯤 된 것 같다. 당시 필자는 광화문에 있는 회사에서 가까운 해장국 집을 자주 가곤 했는데, 어느 날 그 곳 벽에서 “물은 셀프”라고 써붙인 종이 조각을 보게 됐다. “셀프?” 처음엔 무슨 소린가 하는 의문이 들었으나 금방 이해가 됐다. “아! 물은 직접 가져다 먹으라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만 해도 생소한 표현이어서 셀프란 용어가 어설퍼 보이고 우스웠다. “물은 스스로”, 혹은 “물은 가져다 드세요” 정도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후 곳곳에서 물은 당연히 셀프가 됐고 이젠 반찬도 셀프이며 식사 후엔 식기들도 손님이 직접 반납구에 가져다 줘야 하는 상황이 됐다.

식당들이 이런 식으로 변화한 것은 인건비 상승 때문이다. 매년 늘어나는 인건비는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이제는 시간당 1만 원에 가깝다. 그러다 보니 웬만한 식당은 가족끼리 뭉친다. 로봇을 들여놓은 식당도 늘어나는 추세다. 손님들의 권리가 점점 더 박탈돼 가는 느낌이 들어 썩 유쾌하지는 않다. 그러나 어찌 보면 돈 벌려고 장사하는데 수지가 안 맞으니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싶어 양해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양해하는 마음이 선뜻 들지 않는 일이 있다. 바로 더불어민주당이 재추진하는 ‘민주 유공자 예우법’이다. 왠지 낯 뜨겁다는 생각이 든다. 공정성과 형평성의 문제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하다. 예를 들어 대학 입시 특혜다. 법이 없는 상태에서도 2020년까지 8년간 ‘민주화 운동 관련자’ 자격으로 대학 수시전형에 합격한 학생이 119명에 달했다. 취업에서 가산점을 받도록 한 것도 일반 청년들에게는 박탈감을 안겨준다.

수 십 년을 민주화 운동에 몸 바친 어떤 사람은 민주화운동은 보상받으려 한 것이 아니다고 말한다. 그는 각종 보상을 거절하기도 했다. 그런데 운동권 출신 의원들은 ‘셀프 특혜를 준다’는 국민들의 비판이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는가 보다. 그동안 각종 예우를 받아온 것만으로는 모자란다는 뜻인지도 모르겠다. 무슨 안타까운 사연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식당처럼 장사가 잘 안돼 문을 닫을 지경이라면 또 모르겠다. 아무튼 끝끝내 모르겠다. SW

jj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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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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