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현실 직시' 강훈식이 갈 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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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현실 직시' 강훈식이 갈 길은?
  • 황채원 기자
  • 승인 2022.08.16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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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식 민주당 의원. 사진=뉴시스
강훈식 민주당 의원. 사진=뉴시스

[시사주간=황채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97그룹(90년대 학번, 70년대생)의 돌풍을 기대했던 강훈식 민주당 의원이 15일 당 대표 후보 사퇴를 선언했다. 민주당 당 대표 선거가 이재명 의원의 압승이 이어지면서 '확대명(확실히 당대표는 이재명)'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지만 강 의원은 당 대표를 포기하면서도 '반명 단일화'에 선을 그었다.

강훈식 의원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두 번의) 패배를 딛고 일어나 무너졌던 우리 안의 기본과 상식을 되찾고 국민 여러분께 쓸모있는 민주당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다시 가슴 뛰는 민주당을 만드는 당 대표가 되고 싶었지만 이제 그 과제를 두 후보(이재명, 박용진)에게 맡기고 다시 한 명의 구성원으로 돌아가 새 길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그는  "거대한 현실을 직시하고 도전을 멈춘 거다. 국민과 당원께 변화와 혁신의 적임자임을 설득하는 데 한계에 부딪혔다 생각한다. 끝내 파란과 이변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며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그는 당 대표 선거에서 한 자릿수 득표에 머물며 사실상 당선과 멀어졌고 이로 인해 박용진 의원과 이른바 '반명 단일화'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높았다. 

하지만 그는 "저는 반명 단일화로는 민주당을 이끌 수 없다고 말해왔다. 저를 지지했던 당원과 지지자들의 몫"이라며 단일화를 사실상 거부했다. 단일화의 끈마저 사실상 끊어지면서 민주당 전당대회는 이재명-박용진 구도로 개편됐지만 사실상 이재명 의원의 압승 구도가 계속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일각에서는 강훈식 의원의 지지층이 오히려 이재명 의원 쪽과 겹치기 때문에 박 의원에게 전혀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강 의원은 지난 7월 당 대표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제가 모든 걸 걸었던 대선 후보는 연고도, 명분도 없는 지역의 보궐선거에 출마했고, 인천에서 단체장을 지낸 5선의 당대표는 서울 시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았다. 민주당이 지금에 이르도록 침묵하고 방치한 제 모습이 부끄럽고 죄송하다"며 이재명 의원과 송영길 전 대표를 겨냥하는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출마선언 직후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재명 의원이 꼭 대표가 되야한다고 생각했다면 출마하지 않았을 것이다. 출마 여부는 이 의원 본인의 판단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고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97세대 진보의 가치는 다양성이다. 학생들을 위해 무얼 할 것인지, 다양한 요구들을 받아들이는 게 경쟁력이었다. 이것이 민주당이 가야 할 정치 방향과 맞닿아있다"며 '진보의 재구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꿈꾼 변화는 저조한 득표율에 발목을 잡혔고 97그룹 단일화 요구에 직면하게 됐다. 결국 그가 당 대표의 꿈은 포기했지만 단일화에 응하지 않으면서 이재명 체제 전환 이후 그가 어떤 역할을 할 지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강 의원의 사퇴 후 이재명 의원은 "아쉽다"면서 ""강 후보께서 주창하셨고, 저 역시 공감하는 통합의 민주당을 만드는 길에 앞으로도 함께 해주시길 기대한다. 이번 전대 과정에서 강 후보 같은 훌륭한 차세대 리더를 발굴했다는 것만으로도 하나의 성과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확대명'의 분위기 속에 97그룹의 반란이 잠재워질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이후의 행보를 통해 권토중래를 노릴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 이런 점에서 97그룹의 대표가 된 강훈식 의원의 사퇴 후 행보는 민주당의 변화와 연결이 되어 있다는 점, 그리고 97그룹의 반란이 다시 시작될 여지를 남긴다는 점에서 주목해볼 만 하다. SW

hcw@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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