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주간=주장환 논설위원] “자네 그 길을 아는가?”
“길이란 알기 어려운 것이 아닐세. 저 강 언덕에 있는 것을”
“이 강은 바로 저와 우리와의 경계로서 언덕이 아니면 곧 물이지. 무릇 세상 사람의 윤리와 만물의 법칙은 마치 이 물이 언덕과 서로 만나는 중간과 같은 것이네. 길이란 다른 데서 찾을게 아니라. 그 사이에 있다네.” <연암 박지원 ‘도강록’>
내부총질로 당이 망가지게 된 국민의 힘이 또 다시 비대위를 구성해 난관을 타개하고자 하고 있다. 그러나 그 길은 여전히 지난(至難)해 보인다. 누군가는 재생을 하고자 한다면 모두 버리라고 한다. 그래서 윤핵관이 내려가고 출세길에 눈이 어두운 기회주의자들이 몽땅 물러가야 한다고 부르짖는다. 이준석 전 대표까지도 자신의 성스캔들로 인해 재기가 어려울지 모른다. 대통령과 자신의 당 지도부를 비난한 태도는 이 당을 지지하는 국민들에게 큰 상처를 줬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당정 간 이견과 비판이 오히려 약이 되고 민주적으로 나아간다고 말하지만 그 사이 상흔은 크게 남는다. 그 상흔은 두고두고 자신과 상대에게 독소가 된다.
그러나 사람은 근본적으로 선한 마음이 있다. 악한 마음보다 선한 마음을 먼저 발효시키면 만사가 형통하게 된다. 성호 이익은 ‘인은 사람의 마음이오, 의는 사람의 길’이라고 했다. 그 길을 버리고 그 길을 가지 않으며 그 마음을 놓아버리고도 찾을 줄 모르니 애처롭다고 말했다.
정치에서 사람의 길을 찾는 여정은 난해하다. 그러나 강도 언덕도 아닌 그 사이에 길이 있다는 연암의 사유를 빌려보면 새로운 길이 나올지 모른다. 연암이 말하는 ‘사잇길’을 찾는게 의외로 쉬울지도 모르는 것이다.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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