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반도-러시아 물류에 심각한 타격 예상
우크라 “크림대교는 시작일뿐 모든것 파괴”
[시사주간=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크림대교(케르치해협 대교)가 폭발했다.”
북한 소식을 전하는 한 소식통은 9일 이 같은 뉴스를 전하며 크림대교 폭발 동영상과 사진 등을 6차례에 걸쳐 게시했다.
이와 관련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에서 빼앗아 강제 합병한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케르치해협 대교에서 8일 오전 6시 7분(현지 시각) 대형 폭발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러시아에서 크림반도 쪽으로 가는 차량용 교량 상판 수십m가 무너지고, 바로 옆 철도 교량을 지나던 연료 수송 열차의 화차 59개 중 7개에 화재가 나 철도 교량도 수십m 불탔다.
이로 인해 도로와 철도 운행이 양방향 모두 중단되면서, 크림반도와 러시아 간의 물류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러시아 내무부와 국가반(反)테러위원회, 러시아연방보안국(FSB) 등이 참여한 조사 위원회는 이날 “폐쇄회로 TV 영상 등 증거 자료를 분석한 결과 차량용 교량을 지나던 트럭에서 폭탄이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폭발한 트럭 인근에서 달리고 있던 차량 탑승객 남녀 2명 등 총 3명의 시신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크림대교는 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를 잇는 핵심 보급로로 러시아에 전술적, 경제적 가치가 매우 크다. 이번 폭발로 우크라이나 동·남부 점령지에서 우크라이나군과 교전 중인 러시아군이 보급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뉴욕타임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합병을 선언한 헤르손과 자포리자 지역에서 러시아군에 연료, 장비, 탄약을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이 크게 제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폭발사고 이후 크림반도에 식료품 구매 제한령을 내리기도 했다. 크림반도 행정부는 이날 사고가 터진 후 식량과 기본 생필품이 충분히 있다면서도 “시장의 인위적 혼란을 막기 위해 고객 1명당 3kg까지만 식료품을 구매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크림대교 폭발은 상징적인 측면에서도 러시아와 푸틴 대통령에게 큰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크림대교는 러시아 내에서 우크라이나 병합의 대표적인 상징물로 여겨져 왔으며, 푸틴 대통령도 크림대교 개통을 정치적 성과로 여러 번 자랑해왔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2018년 크림대교 개통식에서 직접 트럭을 몰아 다리를 건너면서 “여러 시대에 걸쳐 많은 이들이 이 다리의 건설을 꿈꿨다”며 개통의 역사적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번 폭발사고가 푸틴 대통령의 70번째 생일 바로 다음 날 벌어졌다는 점도 그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냈을 거란 지적이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번 사고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AP통신에 따르면 올렉시 다닐로프 우크라이나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트위터에 다리가 불타는 모습과 메릴린 먼로가 “대통령님, 생일 축하합니다”라고 노래하는 장면을 합성한 영상을 올렸다.
우크라이나 우정본부는 “크림대교, 정확하게는 크림대교였던 것의 기념우표를 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트위터에 파괴된 다리 사진과 함께 “크림대교는 시작일 뿐”이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이어 “불법적인 모든 것은 파괴돼야 한다. (러시아가) 도둑질한 것은 모두 우크라이나에 반환되어야 하며, 러시아가 점령한 것은 모두 추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민간시설 파괴에 대한 우크라이나 정권의 반응은 테러주의자로서 그들의 속성을 보여준다”고 비난했다. 러시아 공산당 당수인 겐나디 주가노프는 “테러 공격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말했다.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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