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추보다 더 짧게' 총리직에서 물러난 리즈 트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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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추보다 더 짧게' 총리직에서 물러난 리즈 트러스
  • 황채원 기자
  • 승인 2022.10.24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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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 (사진=AP/뉴시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 사진=AP

[시사주간=황채원  기자] 일명 '부자감세' 논란으로 금융시장에 혼란을 초래한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지난 20일(현지시간) 취임 45일만에 물러났다. 영국 역사상 최단기간 총리가 된 것이다.

트러스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경제적, 국제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시기에 취임했다. 에너지 요금과 국가 보험료 삭감, 브렉시트의 자유를 활용할 수 있는 저세금과 고성장 경제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지만 주어진 상황에서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면서 사임 의사를 밝혔다.

트러스 총리는 외무장관을 역임하던 지난 9월 '거짓말 논란' 등으로 인해 사임한 보리스 존슨 전 총리에 이어 영국 총리가 됐다. 그는 총리 내정 직후 "세금을 낮추고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한 담대한 구상을 내놓겠다"면서 "가계 에너지 요금은 물론 에너지 공급에 대한 장기적 문제들도 다루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정부 개입을 절대적으로 줄이고 시장에 모든 것을 맡기는' 일명 '대처이즘'의 신봉자였다는 점 때문에 서민 민생지원에 부정적일 것이라는 우려를 낳았다. 가계 에너지 지불액이 지난 1년 간 3배 가까이 폭등하면서 서민들의 삶이 힘겨워진 상황에서 '시장 중심주의'는 물가고 고통을 더 가중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높았기 때문이다.

결국 그의 대규모 감세 정책은 고소득자의 소득세를 인하하는 '부자감세' 정책이었고 이는 영국 금융시장의 혼란을 가져왔다. 특히 IMF는 지난 9월 말 트러스 정부에 '대규모 감세 정책을 철회하라'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트러스는 10월 5일 열린 보수당 전당대회에서 "성장, 성장, 성장"을 강조하며 정책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때 철회를 생각했던 부자감세 정책을 다시 이어가고 '법인세 인상 폐지'를 철회했으며 재무장관을 전격 교체하는 등 트러스의 '정면 돌파'는 지속됐지만 그 결과는 보수당 의원 100여명의 '불신임 서한'이었다. 이렇게 되자 영국 국민들은 '양상추와 트러스 중 누가 오래 버틸까?'라는 내기를 했는데 트러스 총리가 45일만에 사퇴하면서 양상추가 이기는 상황이 전개되는 해프닝이 일어났다.

그의 말대로 트러스 총리는 존슨 총리의 갑작스런 사임과 더불어 '경제적, 국제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시기', 그리고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서거 속에서 영국의 수장이 됐다. 그러나 그는 서민의 경제 지원과 거리가 먼 부자 감세, 법인세 인하 등을 추진했고 이미 영국 내에서 효력을 다한 '대처이즘'을 다시 살리려하는 등 영국 경제 현실에 동떨어진 정책으로 폈고 결국 문제만 일으킨 채 '양상추보다 더 짧은' 시간 만에 총리직에서 물러나야했다.

그리고 트러스의 이같은 몰락은 한국 정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영국의 지출 증대, 감세와 저희 프로그램은 다르다. 우리의 세제개편안과 내년 예산안은 이미 시장의 평가를 받았으며 시장의 직접적인 변동성도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수정권에서 자주 사용하던 '부자감세'의 부작용이 영국을 통해 드러났으며 이로 인해 윤석열 정부의 경제 정책 역시 도마 위에 오를 것이라고 보는 이들이 많다. 트러스의 몰락은 그야말로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한 번 쯤 생각해봐야하는, '먼 나라 이야기'로 치부해서는 안되는 이야기다. SW

ljm@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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