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까지 움직인 '이승기의 영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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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까지 움직인 '이승기의 영향력'
  • 황채원 기자
  • 승인 2023.01.02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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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KBS 연기대상을 수상한 이승기. (사진=KBS)
2022 KBS 연기대상을 수상한 이승기. 사진=KBS

[시사주간=황채원 기자]  "내년, 내후년, 10~20년 후 이 자리에 앉아있을 후배들을 위해 '당연한 권리를 찾기 위해 많은 것을 내려놓고 싸워서 얻어내야 하는 일은 물려주면 안 된다'고 오늘 또 다짐했다".

지난해 12월 31일 열린 2002 KBS 연기대상 시상식. 이날의 화제는 바로 <법대로 사랑하라>에 출연했던 이승기였다. 영화 촬영 때문에 삭발을 한 상태에서 시상식에 참석한 것도 주목됐지만 지난해 전 소속사 후크엔터테인먼트와의 음원 정산 미지급 문제가 불거진 이후 처음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그리고 그는 이날 <태종 이방원>의 주상욱과 함께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는 상을 받은 후 "올해는 아마도 내 인상에 있어서 가장 힘든 해였다. 이 상은 탁월한 연기력 때문에 주는 것이 아니라 <법대로 사랑하라> 팀의 공을 치하하는 의미를 담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난해 그를 힘들게 한 사건을 의미하는 발언을 하기 시작했다.

이승기는 "사실 오늘 '연기대상에 와야 하나, 양해를 구하고 불참해야 하나' 수백 번 고민했다. 많은 분들이 알고 있듯 개인적인 일이 있어 축제에 와서 마냥 웃거나, 무표정하게 있는 것도 도리가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이 자리에 오겠다고 한 이유는 딱 하나다. 드라마는 팀이 만드는 것이라 개인적인 문제로 땀과 노력, 영혼을 갈아 넣은 스태프, 배우들의 노력이 외면 당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객석에 앉아있는 동료, 선후배들을 보고 굉장히 뭉클했다. 현재 우리나라 콘텐츠가 세계적인 반열에 올라갔는데, 여기 있는 분들이 주축에 있다. 내년, 내후년, 10~20년 후 이 자리에 앉아있을 후배들을 위해선 '당연한 권리를 찾기 위해 많은 것을 내려놓고 싸워서 얻어내야 하는 일은 물려주면 안 된다'고 오늘 또 다짐했다. 많은 분들이 응원해줘서 큰 힘이 됐다. 앞으로도 꾸준히 배우 생활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지난해 12월 16일 SNS를 통해 법적 싸움을 선언하면서 "후크는 내가 단순히 돈을 받으려고 법적대응을 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 흔한 음원 정산서 한 번 받아본 적 없었는데... 또 이렇게 일방적으로 '미지급금' 지급이라는 명목으로 사건을 매듭지으려한다"면서 "지금까지 음원 정산을 받을 돈이 있는지도 모르고 지냈다. '마이너스 가수'라는 말을 들으며 18년을 버텼다. 그런 내가 후크를 상대로 소송에 나선 건 밀린 돈 때문이 아니다. 누군가 흘린 땀의 가치가 누군가의 욕심에 부당하게 쓰여서는 안 된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사명"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후크가 '미정산금'이라는 명목으로 지급한 50억원 전액을 사회에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이후 바로 어린이병원에 20억원을 기부했다. "50억원은 내게도 크고 소중한 돈이다. 나의 10대, 20대, 30대 땀이 들어있는···. 어려운 분들을 위해 쓰일 수 있다면 내가 느끼는 행복과 가치는 50억원 이상일 거다. 진짜 몸이 불편해 거동조차 힘든 분들이 많다. 꿈이 있지만 형편 때문에 포기하는 친구들도 많다. 생명이 위급한 상황에서 제대로 조치를 받지 못하는 분들도 있다. 그런 분들을 다 돕기에 50억원은 부족할지 모르지만, 작은 한 걸음부터 실천에 옮기겠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결국 1일 문화체육관광부는 '대중문화예술산업 전반의 공정성 강화'를 올해 핵심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업체의 정산 지연 등에 대해 행정조치를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대중문화예술산업 실태조사를 전면 실시하고, 기획업자가 소속 예술인에게 1년에 한 번 이상 회계 내역을 고지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만약 소속사의 정산 지연이 예술인권리보장법 불공정 행위에 해당할 경우 시정명령을 내리고 보수 지급 지연이 확인되면 과태료를 부과하고, 불공정 계약 체결 강요나 부당한 이익을 취득한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에 통보하기로 했다.

'당연한 권리'를 찾겠다는 이승기와 후크엔터테인먼트의 법적 싸움이 어떤 결과로 나올 지는 미지수이지만 기획사의 갑질을 막겠다는 그의 뜻은 결국 문체부까지 움직이게 만들었다. 이승기의 영향력이 '관행 타파'의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지 새해의 변화를 주목해볼 만 하다. SW

hcw@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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