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로 쌀을 만드는 북한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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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로 쌀을 만드는 북한이 왜?
  • 양승진 논설위원
  • 승인 2023.03.20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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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 DB

#2019년 10월 8일.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식량전망 보고서’에서 북한이 기후변화로 쌀 150만톤과 옥수수 220만톤을 생산할 것으로 추정돼 전년도에 비해 14%인 60만톤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북한은 쌀 30만톤과 옥수수 20만톤을 수입해 총 420만톤의 식량을 확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2000년 9월 28일. 정부는 태국산 쌀 30만t과 중국산 옥수수 20만t 등 총 50만t의 식량을 차관 형식으로 북한에 지원하고, 세계식량계획(WFP)의 대북 식량지원 요청에 따라 외국산 옥수수 10만t을 무상지원키로 했다. 이로써 연내 북한에 지원되는 식량은 실제 총 60만t(1억100만달러 상당)에 이른다. 

#2023년 3월 11일. 북한 당국은 중국에서 활동하는 무역상들에게 쌀과 밀, 옥수수 등 60만t의 식량을 확보하라고 지시했다. 무역일꾼들은 “군량미를 민간에 풀 정도로 식량 사정이 안 좋다”는 게 이유다. 또 중국에 파견된 노동자들에게는 1인당 1000위안(약 19만원)씩 갹출하라는 통지가 시달됐다. 

[시사주간=양승진 논설위원] 북한의 식량 사정을 얘기하면 공교롭게도 늘 60만톤이 부족하다. 자기들이 셈을 해봐도 그렇고 국제사회에 호소하거나 남한에 손 벌릴 때도 60만톤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달 27일 진행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7차 전원회의 확대회의 2일차 회의를 열고 농업발전 방안을 논의했다.

김 위원장은 “올해 알곡생산 목표를 성과적으로 점령하며 가까운 몇해 안에 농업생산에서 근본적 변혁을 일으켜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농업발전 토대를 축성하는 데서 나서는 당면 과업들과 과학적인 전망 목표들, 실현 가능성이 철저히 담보된 방도들을 찾는 것이 이번 확대회의의 기본목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근본적 변혁을 일으킬 구체적인 방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김일성은 1960년대에 농작물의 종자를 심는 방법과 이양 방법, 포기와 포기 사이 길이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한 소위 ‘주체농법(主體農法)’을 주창했다. 문제는 반세기가 지난 현시점에서도 북한 통치세력들은 주체농법을 금과옥조(金科玉條)처럼 떠받들고 있다.

주체농법은 북한 실정에 전혀 맞지 않는 농사법으로 이미 판정이 난 구태의연한 농사방식이다. 한반도가 온대지역이고, 삼한사온의 주기적인 기온변화를 유지하며, 기계농 이전의 전 근대적인 농사방식에나 맞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지금은 한반도가 아열대 기후를 보이고 씨앗을 심고 이식하는 방법도 획기적으로 개량되었기 때문에 이를 무시하고 반세기전의 ‘주체농법’을 강요하는 것은 북한 농업을 말살시키고 생산량 증가를 가로막는 ‘올가미’라는 평가다. 

이런 부작용이 나타나면 마땅히 수정하고 보완해야 하지만 ‘수령’과 관련된 사항은 절대 수정할 수 없도록 대못질을 해놓은 ‘수령의 무오류성’ 원칙 때문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다. 

농사는 직접 지어 본 사람이 더 잘 안다. 집권자가 나서서 감 놔라 배 놔라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고 더군다나 실정에 맞지 않는 구태의연한 방법을 고수할 필요는 없다.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이 앞장서 주체농법으로 농사를 지어도 늘상 부족하기만 하니 이젠 바꿀 때도 됐다. 

돈 벌러 해외에 나간 노동자들에게 1인당 1000위안씩 갹출을 하거나 무역상들에게 쌀과 밀, 옥수수 등 60만t의 식량을 확보하라는 지시를 내릴 정도면 근본적 변혁을 일으킬 때가 됐다. 

북한 일부 지역에서 아사자가 속출하고 인구의 42%가 식량 부족으로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다는 소식은 이제 정례화된 느낌이다. 

솔방울로 수류탄을 만들고, 모래로 쌀을 만들었으며 가랑잎을 타고 강을 건넜는가 하면 축지법을 써서 미제와 남조선 괴뢰들을 격멸했다는 얘기가 교과서에 버젓이 기술돼 있는데 그 손자는 이런 비방을 모르는 게 더 큰 문제다. SW

ysj@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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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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