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생추정이 미치는 혼외자의 경우 그 생부가 혼외자의 출생신고를 직접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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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생추정이 미치는 혼외자의 경우 그 생부가 혼외자의 출생신고를 직접 할 수 있을까요?
  • 이호종 변호사
  • 승인 2023.04.10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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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종 대표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해승
이호종 대표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해승

Q : 미혼자인 甲은 유부녀인 乙과의 사이에 혼외자인 丙이 태어났으나 현행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하 ‘가족관계등록법’)에 의해서는 모(母)의 존재가 명확하여 丙의 출생신고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판례를 통해 생부에 의한 출생신고의 길이 넓어지는 추세인 만큼 출생신고를 못한 채 방치된 丙의 권리구제를 위한 좋은 방안이 없을까요?

A : 미혼부모와 그들 사이에 태어난 자녀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달라지면서, 과거에는 주목받지 못했던 그들에 대한 권리보장의 필요성이 크게 대두되고 있습니다. 그러한 변화는 우리 주변에 널리 존재하는 사실이면서도 미혼부에 의한 자녀의 출생신고가 사실상 봉쇄되어 법질서와 사회적 보호의 테두리 밖에 존재해야만 했던 미혼부와 그들의 자녀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방향으로 이뤄져왔습니다. 지난 2015년 5월 18일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2항 등(일명 ‘사랑이법’)이 신설됨으로써 모(母)의 성명·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미혼부에 의해 출생신고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 이러한 변화의 시작이었습니다.

더 나아가 2020년 6월 8일 대법원은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은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를 가진다. 이러한 권리는 ‘법 앞에 인간으로 인정받을 권리’로서 모든 기본권 보장의 전제가 되는 기본권이므로 법률로써도 이를 제한하거나 침해할 수 없다.”라고 하면서, “외국인인 모(母)의 인적사항은 알지만 자신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를 갖출 수 없는 경우 또는 모(母)의 소재불명이나 모(母)가 정당한 사유 없이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 발급에 협조하지 않는 경우 등과 같이 그에 준하는 사정이 있는 때에도 적용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옳다.”라고 판시하여, 기본권으로서 ‘출생등록될 권리’를 최초로 인정하고 당시 기준이 모호했던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2항의 적용 기준을 정리하면서 그 범위를 확대하는 판시를 하였습니다.

이러한 대법원 판시에 발맞추어 2021년 3월 16일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개정을 통해 모(母)를 특정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母)가 소재불명이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출생신고를 하지 않고 있을 때 부가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개정되었고,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최근 2023.년 3월 23일 가족관계법 제46조 및 제57조 제1항, 제2항 헌법소원사건(2021헌마975, ‘혼인 중 여자와 남편 아닌 남자 사이에서 출생한 자녀’에 대한 출생신고 사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결정이 내려진 것입니다.

청구인들은 각 생부 및 혼인 외 출생자들로서, 모(母)가 남편과 혼인 중에 남편이 아닌 생부인 청구인들과 사이에 혼인 외 출생자인 청구인들을 낳았는데, 가족관계등록법 제46조 제2항은 혼인외 출생자의 출생신고는 모(母)가 하여야 한다고 하여 생부에 의한 출생신고를 허용하지 않고 있고, 같은 법 제57조 제1항 단서와 제2항은 생부가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친생자 출생의 신고를 할 수 있는 범위를 좁게 규정하여 모(母)가 혼인관계에 있을 경우 생부에 의한 혼인 외 자녀에 대한 출생신고가 매우 어렵게 규정되어 있어서, 혼인 외 출생자의 즉시 출생등록 될 권리와 생부의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습니다. 

헌법재판소는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 될 권리란 출생 후 아동이 보호를 받을 수 있을 최대한 빠른 시점에 아동의 출생과 관련된 기본적인 정보를 국가가 관리할 수 있도록 등록할 권리로서, 아동이 사람으로서 인격을 자유로이 발현하고 부모와 가족 등의 보호 하에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할 수 있도록 등록할 권리”이며, 이는 헌법에 명시되지 아니한 독자적 기본권이라고 판시하면서, 모(母)가 혼인 외 출생한 자녀의 출생신고를 한다는 것은 자신이 혼인 중 부정한 행위를 하였다는 점을 자백하는 것이고, 신고 즉시 남편의 자녀로 추정되어 남편이 쉽게 아내의 부정한 행위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모(母)의 신고의무 이행이 담보되지 않으며, 검사 또는 지자체장에 의한 출생신고 역시 기대하기도 어려운 현실을 인정하였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신고기간 내에 모(母)나 그 남편이 출생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 생부가 생래적 혈연관계를 소명하여 인지의 효력이 없는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거나 의료기관 등이 의무적으로 출생자의 정보를 담당 기관에 송부하도록 하여 출생신고가 이뤄지도록 한다면 민법상 친생추정과의 모순을 방지하면서 자연스럽게 출생신고가 이뤄질 수 있다고 보면서, 심판대상조항들은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넘어서 실효적으로 출생등록 될 권리를 보장하지 못하여 그 권리를 침해하고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들에 대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이러한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국회는 2025년 5월 31일까지 심판대상조항들에 대하여 혼인 외 자녀들의 출생등록 될 권리를 실효적으로 보장하면서 법적 부자관계의 형성에 혼란이 생기지 않도록 입법하여야 하며, 이러한 입법이 이루어진다면 甲은 친생추정이 되는 丙에 대해서도 독자적으로 출생신고를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과 국회의 신속한 개선입법으로 우리 사회가 모든 출생한 아이들에 대해 법질서와 사회보장제도 안에서 건강하고 자유롭게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하여 아동복지의 증진에 이바지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SW

law@haese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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