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곡법 논란 일단락됐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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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곡법 논란 일단락됐지만
  • 황영화 기자
  • 승인 2023.04.14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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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곡관리법 재투표서 국민의힘 반대로 부결
"법 통과 시 쌀 과잉생산 고착화…혈세 낭비"
80㎏당 20만원 수준 유지…농업직불금 확대
농민의길이 지난 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생산비가 보장되는 양곡관리법 전면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농민의길이 지난 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생산비가 보장되는 양곡관리법 전면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황영화 기자]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 도입이 끝내 무산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양곡관리법 논란은 일단락되는 모양새지만, 추락하는 쌀값 안정화와 식량 안보 확보를 위한 타작물 전환 등은 정부의 숙제로 남았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는 13일 본회의를 열고 '양곡관리법 개정안' 재투표에 나섰지만, 총투표수 290표 중 찬성 117표, 반대 112표, 무효 1표로 부결됐다. 더불어민주당이 양곡법 찬성을 '당론'으로 정하고 강하게 밀어붙였지만, 국민의힘 의석수에 부딪혀 끝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이다.

앞서 양곡관리법은 지난달 23일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윤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 행사로 다시 국회로 넘어왔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회에서 재투표를 해야 하는데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찬성표를 얻어야 법률로 확정된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초과 생산량의 3~5%, 수확기 쌀값이 전년 대비 5~8% 이상 하락 시 의무 매입하는 게 핵심이다. 쌀 의무 매입으로 벼 재배면적이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재배 면적 증가에 따른 초과 생산 물량은 정부가 의무 매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조항도 추가했다.

민주당은 양곡관리법이 시행되면 쌀값 폭락 사태가 재발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 반면 정부는 '쌀 의무 매입'이 쌀 과잉생산을 고착화시키는 '독소 조항'이라고 반박했다. 정부가 초과 생산되는 쌀을 의무 매입하면 농가들이 재배하기 쉬운 벼농사를 고집해 다른 작물로의 전환이 더 힘들 거라는 판단이다.

재배 면적 증가에 따른 초과 생산 물량은 정부가 의무 매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조항 또한 '불가능한 조항'이라고 규정했다. 쌀 과잉 기조에서 가격이 계속 내려가는 만큼 벼 재배면적이 늘어나기는 힘든 구조일뿐더러 만약 늘어날 경우 정부가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남는 쌀을 강제 매수하면 쌀의 과잉생산을 부추겨 막대한 재정 부담을 초래한다"며 "쌀값 하락과 농가 소득 감소도 초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또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쌀 공급 과잉 물량은 15만~20만t 수준에서 2030년 63만t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봤다. 또 쌀값은 80㎏당 평년 19만3000원에서 2030년 17만3000원 수준으로 하락하고 시장격리에 1조4000억원대의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이날 국회 재표결에서 양곡관리법이 부결되며 '쌀 의무 매입' 논란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쌀값 추락을 막는 대책과 벼농사의 다른 작물 전환을 통해 식량 안보를 확보할 수 있는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산지 쌀값은 20㎏ 기준 4만4585원으로 집계됐다. 매달 5일 기준 산지 쌀값을 보면 2021년 11월부터 전년 동월 대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21년 4월 5만5197원이었던 산지 쌀값은 2년 사이 19.2%나 하락했다.

여기에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은 44.4%(2021년 기준)로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이 중 곡물자급률은 20.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으로 나타났다. 콩 자급률은 23.7%였으며 밀 자급률은 1.1%에 그쳤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지난 6일 '쌀 수급 직불제 확대 및 농업·농촌 발전 방안'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쌀값 안정을 위한 대응책을 마련하라는 지시에 따른 결과다.

우선 정부는 올해 수확기 쌀값이 한 가마니(80㎏)당 20만원이 되도록 수급 안정 대책을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지난해 수확기(18만7268원) 쌀값을 웃도는 수준이다. 벼 재배면적을 줄여 쌀 적정 생산을 유도하고 초과 생산분에 대해서는 선제적인 시장 안정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특히 일반 벼처럼 재배할 수 있는 가루 쌀을 올해 ㏊, 2024년 1만㏊ 이상 등으로 대폭 확대해 과잉 생산 우려가 있는 밥쌀 생산을 줄일 예정이다. 또 농가 소득·경영 안정을 위해 올해 2조8000억원 규모인 농업직불금 예산을 내년에는 3조원 이상으로 늘리고, 2027년까지 5조원 수준으로 확대한다.

김인중 농식품부 차관은 "쌀 수급 안정 및 중장기 농업 발전방안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민·당·정이 수시로 긴밀히 소통하며 협력해 나가고 향후에도 더 많은 농업인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들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SW

hy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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