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한 노조 활동 했는데···" '분신'을 선택하고 만 노조 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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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한 노조 활동 했는데···" '분신'을 선택하고 만 노조 간부
  • 황채원 기자
  • 승인 2023.05.02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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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열린 광주 건설노동자들 결의대회. (사진=뉴시스)
1일 열린 광주 건설노동자들 결의대회. 사진=뉴시스

[시사주간=황채원 기자] 노동절이던 1일, 구속 기로에 섰던 건설노조 간부가 법원 앞에서 분신을 한 사건이 발생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건설현장의 조직적 불법 행위를 뿌리뽑아야한다'면서 건설노조를 '건폭'이라고 지칭하고 노조를 '기득권 세력'으로 규정하면서 드러난 노동계와 정부의 갈등이 끝내 노동절인 1일, 한 노동자의 분신으로 이어진 것이다.

지난 2월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건설현장 폭력 등 '조직적 불법 행위' 단속을 지시하면서 "건폭이 완전히 근절될 때까지 엄정하게 단속해 건설현장에서의 법치를 확고히 세우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건설노동자들을 모두 '건폭'으로 규정하는 등 노동계를 '적'으로 규정하는 뉘앙스의 발언이 나오자 야당에서는 '신공안 통치'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 직후 노동단체들은 "정작 부실공사의 원인이 되고 있는 대형 건설자본들의 불법은 눈감아주면서 오히려 그 불법을 막고 안전하고 투명한 현장을 만들기 위해 애써온 노동자를 탄압하고 있다. 온갖 불법과 부조리가 넘쳐나는 건설 산업현장의 구조적 문제해결을 위해 나서야하는 정부가 건설노조 탄압에만 몰두하는 상황을 규탄한다"고 비판했고 건설노조는 서울 도심에서 집회를 열어 이를 규탄했다. 

노조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압수수색 13회, 950여명의 소환조사를 거쳐 15명을 구속했다. 그리고 1일, 공동공갈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있던 노조 간부가 분신을 시도한 것이다. 그는 이날 오전 춘천법원 강릉지원 앞에서 몸에 휘발성 물질을 뿌리고 분신, 전신화상을 입었다. 그는 헬기를 통해 서울에 있는 화상병원으로 이송됐고 한때 심정지를 겪을 만큼 위중한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정당한 노조 활동을 했는데 집시법 위반도 아니고 업무방해 및 공갈이랍니다. 제 자존심이 허락되지 않네요"라는 유서를 남겼다. 금속노조는 즉각 "윤석열 정권은 노동조합을 '적'으로 규정하고 탄압을 일삼았으며 안전한 일터와 생존권 보장을 위한 노조 활동에 '부패'를 덧씌웠다. 지지율 반등을 타고 노린 공안 탄압은 시대의 회귀를 불렀다"며 "노조 파괴를 위해 검찰, 경찰, 국정원 등 모든 권력을 동원한 권위주의가 부른 참극"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민주노총은 "부당한 노동조합 탄압이 끝내 이 상황을 만들었다. 건설노조에 대한 탄압이 동지를 분신에 이르게 했다. 예견된 일이었다"라면서 "윤석열 정부는 당장 동지가 누워있는 병원으로 달려가 무릎 꿇고 사죄하라. 건설노조에 대한 부당한 탄압에 대해 사죄하고 노조에 대한 탄압을 당장 중단하라. 이 경고를 허투루 듣는다면 그 대가는 정권의 폭망으로 연결될 것임을 명심하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노동계는 윤석열 정부의 '노조 때리기'와 '노동정책 개악'에 맞서겠다며 '7월 총파업'을 예고했다. 여기에 오는 6월 결정해야하는 최저임금 인상 여부가 노사정의 갈등 속에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고 '정부 마음대로 결정될 것'이라는 노동계 내부의 회의론이 커졌다는 점에서 노정 갈등이 더 깊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바로 이 상황에서 노동자가 고통스러운 선택을 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1일 "진정한 노동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노사 법치주의를 확립하고, 헌법 정신에 위배되는 기득권의 고용 세습을 확실히 뿌리뽑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노동절에 밝혀진 것은 바로 '노사 법치주의'의 부작용이었다. 대립 속에서 타협의 접점이 보이지 않는 현 상황에서 또다른 희생이 발생하면 안 된다는 우려감이 드는 현실이다. SW

hcw@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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