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정책은 여야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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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정책은 여야가 없다
  • 주장환 논설위원
  • 승인 2023.05.04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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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주장환 논설위원] 관중과 포숙아의 관포지교(管鮑之交)와 함께 깊은 우정으로 널리 쓰이는 말 중에 문경지교(刎頸之交)가 있다.

조나라의 명신이자 책략가인 인상여는 진나라와의 외교 담판 등으로 재상의 지위에 올랐다. 그러자 전쟁터에서 공을 세운 염파라는 장군이 이를 시기했다. 자신은 목숨 걸고 전장터를 누비며 큰 공을 세웠는데 인상여는 말솜씨로 고관직에 올랐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상여를 만나면 망신을 주려고 다짐하고 있었다.

한편 인상여는 배짱이 대단한 사람이었다. 어느 날 주연 자리에서 진왕의 강요로 조왕이 비파를 타게 됐다. 이를 본 인상여가 격분하여 진왕에게 장구를 치라고 청했다. 그러나 진왕이 거절하며 치지 않자 진상여가 장구를 치지 않으면 다섯 걸음 안에 목을 찔러 피를 뿌리겠다고 했다. 그러자 진왕이 장구를 쳤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이다.

여하튼 인상여는 괜한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아 가능한 한 염파를 피해 다녔다. 그러자 인상여 심복들이 실망하여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자 인상여가 물었다. “진나라 왕과 염장군 중 누가 더 힘이 센가?” “물론 진왕이지요.” “그렇다. 나는 그 진왕을 면전에서 쏘아붙이기도 했는데 염장군이 두렵겠느냐. 진왕이 우리나라를 공격 하지 못하는 것은 나와 염장군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다투면 반드시 하나는 죽고 말 것이다. 그때 진왕이 우리를 공격하면 나라가 위태로워질 것이다.”

염파가 이 얘기를 전해 듣고 크게 깨우쳐 인상여에게 사과하고 깊은 우정을 맺었다. 후세 사람들은 이를 가리켜 ‘상대방을 위해 목이라도 내 줄 정도의 우정(刎頸之交)’이라고 말했다.

이 이야기는 서로 적대시하는 관계로 끝날 수도 있었던 두 사람이 화해를 함으로써 함께 상생하는 이야기다. 경쟁은 때로는 당사자들을 발전으로 이끌기도 하지만 자칫 과열될 경우 파멸로 이끌기 십상이다. 인상여와 염파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서로에게 손을 내밀고 성공적인 삶을 살았다.

야당은 원래 여당의 잘못을 지적하고 개선하도록 하는 것이 그 본연의 역할이자 존립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 야당은 대통령과 영부인의 트집을 잡는 데에만 당력을 쏟아 붓고 있다. 미국 방문도 대국민 사기 외교, 깡통 회담, 호구 잡힌 외교라는 등의 터무니 없는 말로 폄훼하고 있다. 곧 있을 일본 총리와의 회담도 무슨 트집을 잡을까 벌써부터 우려된다. 한 나라의 대외정책에 있어서는 여야가 따로 없어야 한다. 국내에서는 싸우더라도 대외 문제에 있어서는 힘을 합치는 것이 상식이다. 미국 등 대부분의 나라가 그렇게 한다. 야당 아침 회의가 정책 논의는 실종된 채 꼬투리 찾아내기에 여념이 없는 것이라면 제대로 된 야당의 자세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SW

jj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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