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폭희생자 위령비 공동참배는 미래향한 첫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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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폭희생자 위령비 공동참배는 미래향한 첫 걸음
  • 시사주간
  • 승인 2023.05.22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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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부인 기시다 유코 여사가 21일 오전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부인 기시다 유코 여사가 21일 오전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는 재앙의 날을 맞이했다. 원자폭탄(이하 원폭)이 투하되면서 히로시마 인구 반 정도가 사망했다. 여기엔 한국인도 2만여 명이 포함돼 있다. 3일 뒤인 9일에는 나가사키에 또 투하돼 15일, 일본 천황 쇼와 덴노의 항복 방송을 받아냈다. 인류 역사상 일찍이 보지 못했던 대형 참사다.

그러나 원폭 피해자 문제는 수면 위로 떠오르기 힘들었다. 미국은 나름대로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일본에 대한 응징이라는 시각을 가지고 있었고 대부분의 동남아 국가들도 전쟁을 종식시킨 미국에 대해 고마움을 표시했기 때문이다.

김구의 백범일지에서도 원폭 투하를 기록하고 있다. 광복 이후 한국의 지식인들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폭이 한국의 독립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면서 부국강병뿐만 아니라 국가의 독립에 있어서도 과학 기술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했으며, 과학 기술에 관한 도구주의적 인식이 강화되었다고 쓰여져 있다.

원폭 투하 60년 후 일본인 피폭 생존자들이 원폭 개발팀원 중 한사람이었던 에그뉴 박사를 찾아가 사과를 요구했으나 “진주만 침공을 잊지 말라”며 단호하게 거부한 사례에서도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일본 역시 침략자로서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밖에 없는 입장인데다 전후 지속된 미국의 원조와 호혜관계가 일본에 유리하다는 생각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물론 일본 내 원폭 관련 시민 단체들은 이번 G7 정상회담 내내 미국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1일 오전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 있는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참배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이날 참배에는 한국인 원폭 피해 동포들도 함께 했으며 기시다 총리는 한국인 피해자들을 향해 목례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양국 정상이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공동 참배한 것은 최초이고, 한국 대통령의 참배도 처음이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윤 대통령은 “우리가 함께 참배한 것은 한국인 원폭 피해자에 대해 추모의 뜻을 전함과 동시에 평화로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기시다 총리의 용기 있는 행동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것은 양국 관계에서도, 세계 평화를 더욱 더 발전하는 데 있어서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에 앞서 윤 대통령은 원폭 피해자들을 만나 “너무 늦어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고 원폭 피해자들은 “꿈꾸는 듯 감격스럽다”고 했다. 윤대통령은 당시 “우리가 식민지였다”며 안타까움을 표해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었다.

독일과 프랑스가 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서로 화해하고 오늘날의 EU를 만들었다. 한일 관계도 이제 과거를 묻고 새로운 길을 열자. “과거에 머무른 자는 한 눈을 잃고, 과거를 잊은 자는 두 눈을 잃게 될 것”이라는 말이 있다. 이번 양국 정상은 이전 어느 정상도 하지 못했던 일을 해냈다. 이번 참배가 호혜적인 미래를 향한 첫 걸음이 됐으면 한다.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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