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귀재, 키신저의 중국에 대한 순진한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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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귀재, 키신저의 중국에 대한 순진한 시선
  • 주장환 논설위원
  • 승인 2023.06.02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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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 워싱턴=AP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 워싱턴=AP

[시사주간=주장환 논설위원] 키신저가 또 다시 화제다. 그는 미국과 중국데탕트 시대를 열었던 외교의 귀재다. 그가 다시 세인들의 입방아에 오르는 이유는 제3차 세계대전 발발 가능성에 대한 경고 때문이다. 얼마 전 영국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대만문제가 시한폭탄이라면서 5∼10년 내에 해결하지 못하면 큰일 난다고 했다.

키신저는 전세계가 제1차 세계대전 발발 전과 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면서 강 대 강 충돌로 치닫는 미국과 중국의 대립을 우려했다.

그는 미중 역사의 살아있는 증인이다. 그만큼 그의 말에는 무게가 실린다. 그는 대만 문제를 살살 다뤄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푸틴이 도발한 우크라이나 문제처럼 다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대만에는 세계 최대의 반도체 기업인 TSMC를 비롯, 미디어텍, UMC 등 쟁쟁한 기업들이 있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반도체 대란이 벌어져 전 세계 경제가 큰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전으로 가고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다면 이는 전세계 화약고에 불을 지르는 것과 다름없다. 우리나라는 북한의 노골적 위협 등 더욱 큰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키신저의 분석 중 재미있는 것은 공자의 유교 사상을 정치에 접목시킨 중국의 대내외 정책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중국 지도자들의 목표는 세계 지배가 아니라 자국의 이익을 최대로 끌어 올리려 하는 것으로 히틀러의 야욕과는 다르다고 했다.

그러나 키신저의 이와 같은 진단은 공산당이라는 체제의 속성을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1971년 비밀리에 중국을 방문해 미중 화해를 가져왔고 국제정치의 질서를 재정립했다. 대단한 외교적 성과다. 그러나 키신저가 전세계의 힘의 균형을 강조하던 그 시기 중국은 개혁 개방을 하지 않으면 안될 처지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중국의 시진핑은 장기집권 토대를 마련하고 중화주의를 부르짖고 있다.

중국의 전랑외교(戰狼外交)는 중국몽(中國夢)을 내건 시진핑 집권 이후 점차 드러나기 시작했다. 과거 보수적·수동적·저자세 외교를 추구하던 도광양회(韬光养晦/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에서 유소작위(有所作为/해야 할 일은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한다)로 바꾸더니 이제는 무력과 보복 등 공세적인 외교로 이웃을 압박하고 지배하려는 패권주의적 고자세 외교 전술을 펼치고 있다.

키신저가 1971년 당시 마오쩌둥이나 저우언라이와 우호를 다지자고 방문했던 그때의 중국이 아니라는 말이다. 40년이 넘게 흐른 지금 국제정세는 크게 변했으며 중국 역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키신저가 아직도 중국이 유교사상에 입각한 도덕주의 정치를 펼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순진한 생각이다. 중국이 전세계 곳곳에 공자학원을 만들어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고 있는 사례 하나만 봐도 알 수 있다. SW

jj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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