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 속, 장애인 수험생들도 고사장에 속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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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 속, 장애인 수험생들도 고사장에 속속
  • 황채원 기자
  • 승인 2014.11.13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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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입실한 수험생 김모(18)군은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장애인 콜택시에서 내려 어머니가 끄는 휠체어를 타고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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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황채원 기자]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3일 오전 7시께 서울 종로구 서울경운학교 정문 앞. 정신지체 학생들을 교육하는 공립 특수학교인 서울경운고에도 이날 수험생들이 속속 고사장에 도착했다.

이날 영하 3도까지 기온이 내려간 수능 한파가 몰아친 탓에 수험생들은 패딩 점퍼와 담요로 온몸을 꽁꽁 싸맸다. 휠체어에 탄 채 봉고차에서 내린 한 남학생은 종아리와 무릎, 상체를 각각 세 개의 담요로 덮은 채 입실했다.

응원하는 후배들은 없었지만 서울 용산구청소년 상담복지센터에서 나온 직원들이 수험생 손에 핫팩을 쥐어주며 수능 대박을 기원했다. 학부모들은 아들과 딸을 수험장으로 데려다주며 격려한 뒤 돌아갔다.

처음 입실한 수험생 김모(18)군은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장애인 콜택시에서 내려 어머니가 끄는 휠체어를 타고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뇌병변 2급 장애를 앓고 있는 김군은 이날 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수줍어하며 황급히 학교로 들어갔다.

명지대와 숭실대 등 다수의 대학에 수시 합격한 차민호(17)군은 여유로운 태도로 고사장에 입실했다. 수능 성적이 최저등급에 부합하면 차군은 최종 합격한다.

연세대에서 운영하는 재활학교 권태준 교감은 "차군은 우리 학교에서 가장 우수한 인재"라며 "최근 방송에도 나왔고 시집도 냈다. 참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차군은 "수능 시험이 떨리지는 않지만 추워서 떨린다"고 말한 뒤 다른 사람의 부축 없이 혼자 휠체어를 타고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용산구청소년 상담복지센터에서 운영하는 '학교 밖 친구들' 프로그램에서 공부한 김모(18)군은 이날 고사장을 찾은 센터 직원들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한 직원은 "김군은 평소에 다른 친구들보다 일찍 와서 수업을 듣는 성실한 학생이었다"며 "평소에 과학을 열심히 공부한 만큼 좋은 성과 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시험을 보는 조모(19·여)양은 교문 앞에서 어머니와 언니로부터 핫팩을 건네받았다. 조양이 "엄마 나 들어가? 이제 혼자?"라고 묻자 엄마는 "가! 가! 파이팅!"이라며 용기를 북돋웠다.

조양은 수능 시험을 보는 각오를 묻자 "열심히…"라고 짧게 말한 뒤 급히 고사장으로 들어갔다.

한 어머니는 휠체어에 탄 딸의 무릎에 분홍색 보자기로 싼 간식 보따리를 올려주며 "딸 잘 봐!"라고 격려했다.

이날 서울경운고에서 수능 시험을 보는 수험생 37명은 1시간여 동안 차례로 고사장에 입실했다. 모든 학생이 입실한 것을 확인한 오전 8시15분께 교문이 굳게 닫혔다. SW

hcw@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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