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50번째 생일에 철퇴 맞은 '라면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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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50번째 생일에 철퇴 맞은 '라면업계'.
  • 시사주간
  • 승인 2013.11.10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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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번째 생일’ ‘국민들 제2의 쌀’ 국내에서 한해 약 35억2000만개를 소비하고 1인 연간 평균 72.4개를 소비하는 한국의 대표 서민음식 라면이 보기 좋게 철퇴를 맞았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라면업계의 '가격담합'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1362억 원의 과징금을 부여한데 대해 일부 업체가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공정위 손을 들어줬다.

지난 8일 서울고법 행정2부(부장 이강원)은 농심과 오뚜기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과징금 등 처분취소청구소송에서 공정거래위원회에 1080억 원대 과징금 결정은 정당하다며 원고 기각을 판결했다.

공정위는 농심과 삼양, 오뚜기, 한국야쿠르트 4개 회사가 2001년 5월부터 2010년 2월까지 9년간 라면 값을 담합해온 사실과, 대부 격인 농심이 이를 주도한 것에 대해 적발했다.

이에 공정위는 담합을 주도한 농심에게 1080억 원대로 가장 큰 액수를 부과했고, 오뚜기는 98억, 한국야쿠르트는 62억 등의 순으로 총 1240억 원대를 부과했다.

반면 이번 담합 건을 신고한 삼양식품의 경우는 '리니언시' 제도에 따라 과징금 120억에 대해 면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가 밝힌 이들의 담합 방법으로는 업체들의 임원들의 정례모임인 라면협의회 정기총회나 시장조사 담당직원들의 모임 등을 통해 정기적으로 주요 정보교환을 했다는 내용이다.

또 주로 농심의 가격인상을 감행하면 이어 순차적으로 업체들의 가격인상을 하는 방식으로 2001년 5월 이후 6차례 담합을 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에서 공정위가 제출한 자료를 근거로 담합업체들이 타 업체가 가격 인상에 뒤따르지 않을 경우 구가지원(가격인상 후 예전가격으로 제공)기간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견제했다는 추가적인 불공정 정황까지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업체들이 담합을 위해 구체적 가격인상계획의 세부 내역 등에서 부터 대상 제품의 생산, 출고, 판매실적, 신제품 출시계획, 구가지원 기간 등에 이르기까지 치밀한 정보 공유했다는 충격적인 내용도 이번 판결에 한 몫을 한 샘이다.

한편 농심과 오뚜기 측은 "밀가루와 기름값 인상을 고려해 독자적으로 가격을 올렸을 뿐"이라며 "라면 가격을 담합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만 되풀이 하고 있지만 이미 수습하기에는 늦어 보인다.

서울고법은 판결에 앞서 "농심이 가격인상을 내부적으로만 결정하고 거래처에도 통보하지 않은 시점에 다른 업체들의 주력품목 출고가가 대부분 원단위까지 동일한 수준으로 결정됐다"며 "이는 사전합의 없이는 이뤄지기 어렵다"며 과징금의 정당성을 설명했다.

특히 "라면업계는 소수의 사업자만이 존재해 독과점이 용이하고, 라면제품은 소비자들이 가격에 민감한 제품"이라며 "이들이 다양한 정례모임을 통해 가격정보에 대한 담합행위를 해왔다고 인정 된다"며 결정적 담합 증거를 말했다.

한편 지난 7월 이번 담합 사실을 이유로 미국의 한인마트가 이들 4개 라면제조사(농심, 삼양, 오뚜기, 한국야쿠르트)를 상대로 8400억 원대의 담합 의혹이 있다며 집단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법무법인 위더피플은 미국 손해배상금 판단 기준을 근거로 지난 10년간 2800억 원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해, 피해액의 3배를 물리는 미국 징벌적배상제에 따라 최대 840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에 농심측은 "미국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대부분 현지 공장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원가구조와 유통방식이 달라 이번 판결과는 무관하다"며 주장했고, 이에 공정위도 "국내에서의 과징금 처분은 해외사업과는 무관하다"고 일축했다.

재판부는 판결에 앞서 "라면은 대표적인 서민생활품목으로 소비자들이 가격 변화에 대한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시장점유율이 높은 사업자라 하더라도 독자적인 가격인상으로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 부당한 공동행위에 참가할 요인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지속적인 가격정보교환으로 라면 값이 인상된 이상 주력 상품뿐만 아니라 인상이 된 전체 제품의 가격을 담합 대상으로 봐야 한다며, 이에 따른 관련 매출액 산정은 적법하기 때문에 과징금 납부명령이 지나치게 과중하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시했다.

지난 1963년 9월 15일 국내 최초로 라면을 출시한 삼양라면은 한국전쟁 이후 기아의 허덕임을 해결하기 위해 값싸고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제품으로 세상에 선보였다.

서민들의 대표 음식으로 올해 50번째 생일을 맞이한 한국의 라면은, 지난 1960년대 국민들의 허기를 달래주는 '제2의 쌀'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낸 효자 음식인데 반해 이번 사건은 매우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남김 샘이다.

많은 국민들이 즐겨먹는 식품이기 때문에 이번 사안에 대한 심각성을 정부와 관계부처는 단순히 몇몇 기업의 담합으로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할 일을 다했다고 해서는 안된다는 여론이다. 오히려 그동안 업계의 관행처럼 번져있는 가격 담합에 대해 확실히 바로잡아 시장에서 정당한 가격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후속적 제도 정비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세계라면협회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해 동안 국내 라면 소비량은 약 35억2000만개로 1인 평균 72.4개를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시사 할(喝)'은 = 앞으로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잘못된 제도나 문화 등을 비판하고 우리 사회가 공공성을 회복하는 데 기여하기 위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려고 신설한 기획이다. 할(喝)이란 주로 선승(禪僧)들 사이에서 행해지는 말로,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꾸짖는 소리다.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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