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장병원 발붙일 공간 줄어들까!

2018-07-17     김기현 기자
정부는 지난 2009년부터 1273개 사무장 병원을 적발해 부당이익 1조8112억8300만원을 환수키로 하는 등 단속 및 적발을 강화하고 제도 개선을 추진해왔으나 징수율은 7%대에 머물고 적발률마저 지난해 48.6%까지 떨어졌다. 사진 / 뉴시스 


[
시사주간=김기현 기자] 보건당국이 낮은 의료질과 건강보험 재정 누수 문제를 일으켜 온 '사무장 병원'에 맞서 내부고발을 통한 공익신고 확대에 나선다. 갈수록 지능화해 적발 자체가 어려운 사무장병원이 내부 정보로 뿌리 뽑힐지 관심이 쏠린다.

보건복지부는 17일 이같은 내용의 '불법개설 의료기관(사무장 병원) 근절 종합대책'을 내놨다. '사전예방'에 초점을 맞춰 ▲불법개설 사전 차단(진입단계) ▲전방위 감시체계 구축(운영단계) ▲불법행위 반복 방지(퇴출단계) 등 전주기별로 관리를 강화하는 게 골자다.

정부는 지난 2009년부터 1273개 사무장 병원을 적발해 부당이익 1조8112억8300만원을 환수키로 하는 등 단속 및 적발을 강화하고 제도 개선을 추진해왔으나 징수율은 7%대에 머물고 적발률마저 지난해 48.6%까지 떨어졌다. 이런 와중에 건강보험 재정누수는 1조8000억원에 이른다.

사무장병원은 의료기관을 세울 수 없는 비의료인(사무장)이 의사나 의료법인 명의를 빌려 불법 개설한 의료기관을 말한다. 의사, 법인 등이 마찬가지로 타인 명의로 의료기관을 설립하는 경우도 불법이다.

문제는 비의료인이 법인을 설립한 형태의 사무장병원은 단편적인 사유만으론 불법임을 입증하기 어렵다는데 있다.

사무장 개인이 의료인 명의를 빌린 경우라면 의료인과 사무장간 명의 대여 계약 유무를 파악하면 된다. 그러나 법인 형태의 사무장병원을 적발하려면 법인 자금이 대표이사 개인 계좌로 유출된 경로나 개인 채무 보증 등에 법인이 활용됐는지의 여부를 입증해야 한다.

지난 2014년 5월 발생한 화재로 21명이 숨진 J요양병원의 경우 사무장병원 의혹을 받고 수사를 받았지만 이런 연유로 불기소 처분됐고 지난 1월 46명의 사상자를 낸 S병원의 경우도 사무장병원에 대한 수사를 받고 있지만 불법 의료행위를 입증할 수 있을지는 사실 의문이다. 

이에따라 복지부는 '리니언시(의료인 자진신고 감면제도)' 카드를 꺼내 들고 사무장병원을 색출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국회에는 내부고발한 의료인에 대해 면허취소 처분을 면제하고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을 3년간 감면해주는 등의 건강보험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법인제도 악용 등 사무장병원의 고도화·지능화로 내부 정보없이는 적발이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복지부가 단속에 나선 기관중 환수가 결정된 적발률은 2016년 68.5%에서 올해 48.6%까지 떨어졌다.

정은영 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은 "사무장들은 재산이 거의 드러나지 않아 (명의를 빌려준) 의료인들이 많은 책임을 지게 되는데 이런 문제로 제대로 고발하지 못한다"며 "(리니언시는) 의료인이 내부자로서 신고했을때 환수처분을 3년간 감면해주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단 의료계와 환자단체 모두 리니언시제도 도입에 긍정적이다.

정성균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사무장병원 설립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개입한 의사라면 당연히 처벌해야 하지만 처음엔 몰랐다가 나중에 잘못을 안 의사들은 몇십억원에 달하는 환수금액 때문에 빠져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사무장병원 문제와 관련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내부자 고발"이라고 평가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사무장병원은 컨설팅단계부터 추후 법적인 문제가 발생했을때까지 대비해 준비하는 등 내부인의 공익신고 없이는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며 "사무장병원 근절을 위해선 감면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시에 병원경영 폐쇄성 해결을 위해 의료기관 회계 공시제도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신고포상금 상한도 2014년 10억원에서 추가 인상할 방침이다.

복지부는 도입이 확정된 특별사법경찰을 중심으로 검찰, 경찰, 금감원 등과 수사협력체계를 정립한다는 계획이지만 아직 직제 개편조차 진행되지 않아 규모를 가늠하기 어렵다. 계획대로 특사경을 운영해도 20명 정도 규모만으론 사무장 병원을 근절하는데 한계가 있다.

아울러 복지부는 설립 자체가 힘들게 진입단계부터 제한을 가할 예정이다.

이를위해 의료법인 임원지위 매매 금지를 의료법 개정을 통해 명문화한다. 이사회에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의 비율을 제한하고 이사중 1명 이상은 의료인을 선임토록 하는 등 법인 설립기준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의해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료생협)의 의료기관 개설권도 삭제할 예정이다. 의료사회적협동조합보다 설립요건이 완화됐을 당시 세워진 의료생협에 대해선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사무장병원 여부를 가장 잘아는 지역 의사협회 등이 의료기관 개설 신고(허가)시 사전검토(peer review)를 할 수 있게 하는 등 지원방안을 지역의사회 및 병원협회와 협의키로 했다.

불법행위 반복을 근절하는 것도 이번 대책중 하나다.

사무장병원은 한번 적발돼도 같은 사무장이 다시 병원을 설립거나 같은 자리에 병원이 다시 들어서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실제 사무장 15명이 2회, 2명이 3회에 걸쳐 사무장병원을 다시 개설했으며 사무장병원 1273곳중 203곳이 같은 장소에 병원을 재개설했다가 적발됐다.

이에 복지부는 의료법 개정을 통해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한 경우에도 형사처벌(3년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이하 벌금)토록 하고 폐쇄명령처분 효과가 승계되도록 할 방침이다.

아울러 환급금액의 징수율을 높이기 위해 수사개시 시점부터 요양급여를 지급보류하고 체납처분시 독촉절차를 생략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법을 개정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SW

kkh@economicpost.co.kr